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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학술상을 받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왼쪽)는 추모강연을 통해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학술상을 받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왼쪽)는 추모강연을 통해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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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12일 오후 광주에서도 열렸다. '김대중의 유산'을 평화와 희망, 그리고 김대중에서 찾아보는 뜻 깊은 학술행사였다. 추모행사는 전남대학교 5·18연구소와 조선대학교 민주화운동연구원,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과 김대중컨벤션센터가 함께 주최했다.

특히 이번 추모행사에는 4회 '후광 김대중 학술상'을 받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추모강연을 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인 그는 한국 민주주의 진전과 남북관계,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상과 관련 다양한 학문적 목소리를 내왔고 실천 활동을 벌인 공로로 김대중 학술상을 수상했다.

김대중 학술상은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한반도 평화에 이바지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5·18 정신의 학술적 계승을 위해 전남대가 2007년 제정했다. 첫 수상자는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2회 수상자는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3회 수상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추모행사에 참석해 "와다 하루키 교수는 제 남편인 김 전 대통령이 1973년 도쿄에서 납치당한 이후부터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으로 한국 민주주의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많은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와다 하루키 교수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온 남편과는 친한 친구였다"고 회고하며 "추모강연과 학술회의가 고 김 전 대통령의 평화정신과 남북화해와 통일에 대한 신념과 노력을 다시 회상하고 기억하는 시간이 되어 위기에 처한 민주의의와 남북관계 타개의 지혜를 얻는 소중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와다 교수는 추모 강연을 통해 "과거 10년간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김 전 대통령의 2000년 6월 평양방문 후에 형성된 남북협력관계에 의해 무조건 보장되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남북관계는 최근 긴장되어 끝내 천안함 사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되어 쉽게 개선을 바랄 수 없게 됐다"며 "현재로서는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노력하는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일본 등의 적극적 노력을 요구했다.

또한 와다 교수는 "아무리 사태 타개가 어렵다하더라도 2005년 9월 19일의 동북아시아 6개국 정부의 공동성명 의의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우리는 자각적으로(의식적으로)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것이 김대중 선생이 우리들에게 남기신 유언"이라고 주장했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한 행사 참석자가 건넨 <김대중 자서전>에 사인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한 행사 참석자가 건넨 <김대중 자서전>에 사인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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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계승자 자처 지역 정치인들, 찾기 어려워

추모강연이 끝난 후에는 김 전 대통령의 평화상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토론 두 마당이 펼쳐졌다.

김성재 연세대 석좌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피스 메이커'를 넘어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하는 '피스 트랜스포머'였다"면서 "김 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축 모델은 남북한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전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모범사례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정인 교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 전망 토론에서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지적했듯이 대북 정책은 '특정 정권 차원이 아니라 민족장래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라며 "실용적인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을 위해서라도 김 전 대통령의 비전과 지혜, 유산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윤영덕 박사는 "이명박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의 대대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족공조'를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위기상황에 처한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실현을 위해서라도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한 범국민적 평화통일운동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추모행사에는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박주선·강기정·김재균 의원과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김 전 대통령 측과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대학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DJ 계승자'를 자처했던 광주지역 민주당 관계자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또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8일 저녁 5·18기념문화관에서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6·15선언 실천을 다짐하는 평화통일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 광주시당은 별도의 추모행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원은 "DJ 팔아 선거 나가면서 개최하는 정치인 출판기념회 때보다 사람이 적게 온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다른 곳은 몰라도 광주에서 민주당이, 그것도 다른 행사도 아닌 김 전 대통령 1주기 추모행사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씁쓸해 했다. 

선거 때마다 '김대중 계승'을 외치며 각종 출판기념회로 들썩이던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에 추모 사진전이 열리고 있지만 한산하기만 하다.
 선거 때마다 '김대중 계승'을 외치며 각종 출판기념회로 들썩이던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에 추모 사진전이 열리고 있지만 한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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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대중, #박지원, #광주, #민주당,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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