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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의원이 "민주당 정체성은 중도"라며 "진짜 진보는 오른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가짜 진보들이 왼쪽으로 가려고 기를 쓴다"고 당내 진보논쟁에 일침을 가했다.
 박주선 의원이 "민주당 정체성은 중도"라며 "진짜 진보는 오른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가짜 진보들이 왼쪽으로 가려고 기를 쓴다"고 당내 진보논쟁에 일침을 가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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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박주선(광주 동구) 민주당 의원이 '당 정체성' 논쟁에 불을 지폈다.

박 의원은 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주당 강령에 우리 당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중도개혁주의 정당'이라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는 분명히 보수주의자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 나는 중도개혁주의자다, 중도개혁정당, 이것이 민주당의 정체성이다'라고 말씀하셨다"며 "적어도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승계한다고 하면 중도개혁주의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진보논쟁'이 민주당 전당대회와 맞물리면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당 강령이 규정하고 있는 당의 이념적 정체성과 민주당의 정신적 지도자인 김 전 대통령의 노선을 환기시키며 당 정체성 논쟁에 뛰어든 것이다.

박 의원은 특히 "대한민국에서 진보와 보수, 중도를 구분 짓는 정책 잣대는 FTA에 대한 입장"이라며 "지금 민주당에서 담대한 진보니 무슨 진보니 하는 분들 중에 한미FTA를 반대한 분 있는가, 모두 찬성했던 분들인데 FTA를 찬성하는 진보주의자가 세상에 어디 있나"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새로 대표로 취임하면서 '유연한 진보'를 얘기하더라"고 전하며 "'원조 진보'는 유연한 진보 얘기하며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데 '가짜 진보'들은 기를 쓰고 왼쪽으로 가려고 있다"고 힐난했다.

박 의원은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9.3%의 국민이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중도라고 했다"면서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라도 중도 유권자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진보대연합' 대신 '중도세력 통합'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자신을 '혁신중도'라고 부르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도 너른 품을 잃지 않고 좌우를 아우르는 혁신중도야말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이에게 필요한 것은 색깔이 아니라 쥐를 잡을 줄 아는 능력"이라며 '진보논쟁'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당 정체성 논쟁이 분열을 위한 정체성 논쟁이 아니라 대통합과 승리를 위한 논쟁이길 기대한다"는 말로 정체성 논쟁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로 유명한 박 의원은 재선 의원으로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DJ도 '나는 중도개혁주의자, 민주당 정체성은 중도개혁정당'이라고 말했는데..."

-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다.
"이명박 정부의 폭정과 한나라당의 무도한 의회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데 민주당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이렇듯 최악의 정치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안 계신 자리가 너무 크다. 국가의 큰 지도자로서 하셔야 할 역할이 많이 있는데 홀연히 떠나셨다.

서거 1주기를 맞아 자서전 출간 등 여러 가지 추모행사와 평가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고 김 전 대통령께서 평생을 통해 일군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건강한 시장경제와 인권복지, 지식기반사회 구축 등을 제대로 평가해서 역사에 기록해야 하는 사명감과 책임이 있다."

- 김대중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민주당이 DJ정신을 잘 이어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50년 만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 국민의정부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념이 중도개혁이었다. 다시 말하면 민주당의 정체성은 중도개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도개혁이라는 당의 정체성이 훼손된 것을 넘어 실종된 상황이 지금 민주당의 현실이다. 마치 유행병이 번지듯 근래 당내에서 모두 왼쪽으로 이동하며 진보를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중도실용을 영원한 슬로건처럼 외치던 이도 진보를 외치고 있다. 아무리 정치가 하루가 다르게 말을 바꾸는 것이라고 하지만 당의 정체성인 중도개혁의 필요성과 역사성을 간과하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다. 적어도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승계한다고 하면 중도개혁주의를 포기해서도 안 되고, 부정해서도 안 된다."

- 민주당의 이념적 정체성이 중도개혁이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민주당 강령전문을 보자. 거기에 우리 당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중도개혁주의 정당'이라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 3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분명히 보수주의자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다, 나는 중도개혁주의자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중도개혁정당, 이것이 민주당의 정체성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민주당의 정체성과도 어울리지 않고 그 뿌리도 알 수 없는 진보열풍이 느닷없이 당내에 불고 있다. 진보 아니면 당내에선 자기 색깔도 못 밝히고, 목소리도 못 내는 지경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민주당에서 중도를 떼어내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당 강령이나 제대로 읽어보았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FTA 찬성하는 진보가 세상에 어디 있나, '진짜 진보'는 오른쪽으로 가는데..."

박주선 의원
 박주선 의원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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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더욱 진보적 색채를 강화해야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른바 진보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지극한 배려 등 진보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은 중도개혁정당이지만 사회복지 측면에선 철저히 진보의 원칙을 견지해왔다. 진보나 중도 논쟁은 단순한 이념이 아닌 정책으로 구별 지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보와 보수, 중도를 구분 짓는 핵심정책 잣대는 무엇인가? 바로 FTA에 대한 입장이다. 지금 민주당에서 담대한 진보니 무슨 진보니 하는 분들 중에 한미FTA를 반대한 분 있는가. 모두 찬성한 분들이다. 바꾸어 말하면 최소한 중도주의자 혹은 보수주의자이지 진보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FTA를 찬성하는 진보주의자가 세상에 어디 있나. 왜 몸에도 안 맞는 남의 옷을 가져다가 억지로 입으려 드는가. 그리고 민주당 정체성이 진보면 진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뭔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새로 대표로 취임하면서 '유연한 진보'를 얘기하더라. '원조 진보'는 유연한 진보 얘기하며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데 '가짜 진보'들은 기를 쓰고 왼쪽으로 가려고 있다. 사람이건 정당이건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지 유행 따라 흘러가면 손가락질 받는다."

- 2012년 정권창출을 위해서라도 '진보대연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 답답한 얘기다. 2012년 정권창출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중도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도노선을 분명히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냈고, 중도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던 민주당에서 노무현이라는 걸출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와 정권을 재창출했다. 이렇듯 중도는 좌에서 우까지를 아우르는 너른 마당 같은 것이다.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9.3%의 국민이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중도라고 했다. 보수 26.4%, 진보 22.7%였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라도 중도 유권자를 잡아야 한다. 중도 유권자는 수도권·중산층·30대와 40대 유권자들이다. 사회적으로는 개혁적 태도를 취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실리를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집단이다. 이들이 절반에 가깝다는 얘기다. 왜 큰 물고기는 내팽개치고 작은 물고기에 목을 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혁신중도'야말로 민주당의 정체성, 고양이에게 필요한 것은 색깔이 아니다"

- 중도노선은 당의 활력을 저해한다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중도를 구태로 낙인찍고, 중도의 역동성을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험을 보자. 열린우리당이 덜 진보적이어서 실패했나? 무능했고 분열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진보적 목소리만 요란했지 정책으로 구체화한 것은 드물다. 그들도 인정하듯이 한국 사회의 진보적 틀은 중도주의자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초를 놓았다. 중도는 그렇게 항상 현실과 민감하게 조응하며 새로운 가치를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연구하고 실천한다. 나는 그것을 '혁신중도'라고 부른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도 너른 품을 잃지 않고 좌우를 아우르는 혁신중도야말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정체성이다. 고양이에게 필요한 것은 색깔이 아니라 쥐를 잡을 줄 아는 능력이다."

- 당권 도전의사를 비치며 통합경선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방식을 현행처럼 분리하지 말고 다수 득표에 의한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통합경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정치인이 대표에 출마해서 낙선하면 그들에게 자신의 요구와 바람을 담아냈던 50%~60% 당원의 요구나 바람은 사장이 되는 구조다. 이렇듯 분리경선은 당심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있다. 그렇잖아도 인물난을 겪고 있는 민주당이 분리경선까지 해서, 당 전면에 서서 헌신과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있는 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해서는 안 된다."

- 하지만 일각에선 통합경선이야말로 새로운 인물의 진입과 성장을 가로막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인물의 출현은 새로운 리더십 출현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은 가장 혹독하고 험한 경쟁을 뚫고 부상해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나이만 젊다고 새로운 리더십을 갖췄다며 구조적으로 한 자리를 보장해달라는 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참신성과 지도력을 훼손하는 것이다. 노무현다운 치열함이 없이 인위적이고 변형적인 부상을 기대한다는 것은 의미없다고 본다."

- 대권주자들도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를 해봤던 분들이고 또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았던 분들이다. 대선후보 입지를 노리는 분들이 대표가 됐을 때 사당화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출마를 자제했으면 하는 여론도 있지만 본인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다.

당 대표 하고 있는 분이 대권을 쥐기 위해 당 운영을 줄 세우기 식으로 하면 사당화된다. 사당화 과정에서 당이 분열하고 갈등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대선 1년 6개월 전에는 당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왜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가장 먼저 민주당의 정체성인 중도노선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쇄신해서 중도세력 대통합을 이뤄 반드시 정권창출의 기반을 닦겠다. 나는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시련과 고난, 역경을 헤쳐 왔다.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권력 앞에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은 야당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담대한 용기로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불사조의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그렇게 시련에 쓰러져서 다시 일어날 때는 한 뼘이라도 넓히고, 한 치라도 올라가는 승리의 역사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언제까지 남의 불행으로 덕보고 사는 반사이익 정당으로 남을 것인가. 고난 속에서 승리의 역사를 일군 불굴의 리더십으로 당 정체성마저 유행 따라 입맛 따라 바꾸는 변덕의 리더십을 심판하겠다.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야당다우려면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행동하고, 머리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래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는 우리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장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가짜 진보논쟁으로 당의 정체성을 어지럽히는 이들과 치열한 정체성 논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런 과정이 우리 민주당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분열을 위한 정체성 논쟁이 아니라 대통합과 승리를 위한 정체성 논쟁을 기대한다."


태그:#박주선, #민주당, #당 대표, #진보논쟁,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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