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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진보를 얘기하는 것은 '진보'의 방향이 국민의 삶과 밀착된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 10일 '담대한 진보' 토론회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서 진보를 말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진보는 아무나 얘기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우상호 전 민주당 대변인, 10일 '민주당 노선과 비전의 재정립' 간담회

 

10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진보노선' 경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진보노선'의 본뜻과는 크게 관계없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재편된 각 세력 간의 신경전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사실 '진보개혁모임'이 지난 5일 전·현직 의원 33명의 이름을 걸고 출범하면서부터 이 같은 우려는 있었다. 당 혁신과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강조해온 '민주희망쇄신연대(쇄신연대)'의 대항마 성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 노선의 '진보적 개조'를 주장하는 이 모임에는 김근태 상임고문, 최규성 의원, 이목희·우원식·이인영 전 의원 등이 속한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백원우·최재성 의원, 김민석·우상호·오영식 전 의원 등 386 정치인 모임인 '삼수회'가 주된 축이다. '손학규 계'로 알려진 김부겸·조정식 의원도 이 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얼핏 보기엔 1970~80년대 민주화·학생운동 등에 앞장섰던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모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정세균 전 대표의 전대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김민석 전 최고위원과 우상호 전 대변인 등을 감안할 때 '정세균 계'가 주를 이루는, '범(凡) 주류적'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쇄신연대의 인적 구성은 '비주류 연합군'으로 볼 수 있다.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정세균 전 대표와 차기 당권을 놓고 겨룰 이들이 이곳에 포진돼 있다.

 

현재 양측은 모두 당의 '좌클릭'을 요구하며 내용을 채워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주류·비주류 간의 확연한 차이점을 발견하긴 힘들다.

 

차기 당권주자들의 슬로건도 비슷하다. 정동영 의원의 '담대한 진보'에 이어, 정세균 전 대표는 '진정한 진보'를 내세우고 있다. 천정배 의원도 '정의로운 복지국가론'을 앞세우고 있다. '중도·혁신'을 주창한 박주선 의원과 '생활정치'를 강조한 김효석 의원은 당내의 '진보 노선 경쟁'과 차별성을 두었지만 그 실질적 내용은 앞서의 내용들과 비슷한 길에 걸쳐 있다.

 

 "시대 바뀌었다고 중도실용 얘기하다 진보 얘기하나"

 

그러나 현재 이들이 서로 노선을 비교하며 선명성 경쟁에 돌입하면서 당내에선 '이상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책과 내용이 미진한 만큼 상대 조직과 차별성을 부각시킨 데 따른 부작용이다. 이 같은 계파 사이의 힘 겨루기에 이미경 사무총장의 거취 및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란이 결합돼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우선 주류 측은 비주류 측의 주장 중 대다수가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구도를 얻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원혜영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집권여당 시절 6개월 단위로 지도부를 교체했는데 그것이 당의 발전과 화합, 새로운 도전의 계기가 됐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는 그러한 자기 부정과 분열의 계기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준비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커지면서 국민들에게 '당권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자는, 사실상 비주류 측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김민석 전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아시아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쇄신연대의 해체를 주장했다.

 

그는 "전당대회 국면에 들어갔으니 쇄신연대는 해체하는 수순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당내 다양한 그룹이 이념이나 정책 노선을 제시할 순 있지만 당권을 위해서 분파를 만들고 이를 위한 일방적인 주장만 전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쇄신연대는 한국정당사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당내 당'으로 참여인사들과 당의 장래에 좋지 않은 사례를 남겼다"고 쐐기를 박았다.

 

'비주류 연합군'인 쇄신연대가 당의 개혁그룹인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녹아있다. 백원우 의원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인은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면서 "중도실용을 얘기했던 이가 지금 시대가 바뀌었다고 진보를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 모임은 전당대회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춰 당의 방향 등을 논의하며 꾸준히 준비해왔던 것"이라며 "쇄신연대와 진보개혁모임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과거에 민주화 운동했다고 지금도 진보인가"

 

쇄신연대 측은 이 같은 주류 측의 주장에 대해 '격분'하고 있다. 쇄신연대는 11일 오후 '민주당 당내 민주주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당 혁신 및 노선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쇄신연대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문학진 의원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민석 전 최고위원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괜히 남을 헐뜯는 것"이라며 "솔직히 말하자면 '진보개혁모임'은 범주류 연대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전당대회가 목전에 있는 만큼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치르자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당의 진로나 비전에 대해서도 당연히 논의하고 토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또 "서로 진보 노선 경쟁하는 것은 좋다고 보지만 이런 식으로 서로 헐뜯거나 하면 덕담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쇄신연대 소속 의원의 한 보좌관은 "자신들에게 진보·개혁을 이끌어 온 민주당의 정체성이 있다고 강조하는데 충격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분들이 과거에 민주화 운동하다가 옥살이 하던 것들을 다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도 진보라고 단언할 수 있나"라며 "한미FTA 논의 당시 반대했던 분들이 그중 얼마나 되나"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쇄신연대의 모든 구성원들을 비판한 것으로 보진 않지만 당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지난 지방선거 때 공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당 내에서 다 알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사무총장 거취 논쟁과 맞물려 증폭... '군기반장' 박지원 "말조심하십시다"   

 

이 같이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의 운신 폭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중립과 공정을 강조했던 비대위는 모든 계파의 요구를 중재하는 데에도 힘이 부치고 전준위는 출범을 전후해 사의를 표명한 김민석, 김부겸, 강창일 위원의 후임 문제를 아직까지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당초 9월 18일로 예정됐던 전당대회 일정도 10월 초로 미뤄진 상태다.

 

결국 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10일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이 순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똘똘 뭉쳐도 잘할까 못할까 하는데 왜 저렇게 싸우느냐'는 비난이 있다"며 쓴 소리를 토해냈다.

 

박 원내대표는 현재 논란의 핵심인 이미경 사무총장의 거취, 전준위 재구성 문제 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당내 사정을 털어놓으며 "어떤 경우에도 전당대회를 치러내야 한다, 그래서 만약 필요하면 표결도 해서 그 이상 안 넘기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사무총장 유임 시 보이콧하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 보이콧하면 그 다음날 문희상 전준위 위원장과 협의해 보이콧한 사람 충원하겠다", "앞으로 전준위도 박차를 가해줘야 한다"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며 주류·비주류 양측의 협조를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내부 문제를 밖으로 얘기하지 말자, 앞으로 (얘기)하면 저도 하겠다"며 "제가 계엄사령관이 아니다, 빨리 끝마치겠지만 물리적인 것을 잘 생각해서 전준위에서 준비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준위와 전당대회 시기를 잘 협력해서 결정할 테니 마치 이상한 흑막이 있는 것처럼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면서 "당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은 저도 공개적으로 얘기하겠다, 말조심하자, 전당대회 잘 치르자"고 말했다.


태그:#민주당, #전당대회, #진보노선 경쟁, #쇄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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