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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34-21번지에 위치한 두리반은 불과 8개월 전까지만 해도 평온하게 영업을 이어가던 평범한 해물칼국수 전문점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월 24일 법원의 강제집행 명령문을 든 법원 집행관과 시행사 측의 용역직원들에 의해 모든 집기가 들려 나갔다. 결국 12월 26일 새벽, 입구를 막은 철판을 뜯고 들어가 영세한 상가세입자에 대한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시작했고, 벌써 200일이 훌쩍 넘었다.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서 불과 2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두리반은 한밤중에도 가게 간판과 오가는 차량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동교동에서 유일하게 어둠 속에 잠겨 있다. 이는 지난 7월 28일에 보도된 <오마이뉴스> 기사 '전기마저 끊긴 두리반... 한전, 기업 눈치봅니까 '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두리반 단전문제를 책임지고 풀어야 할 GS건설의 시행사 남전디앤씨와 마포구청, 한국전력이 모두 사태해결의 최종적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두리반 단전상황이 보도된 이후로 각종 매체와 트위터를 통해 두리반 단전의 부당함이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을 제공한 남전디앤씨 측은 사무실 전화와 실무자 전화번호를 끊는 것으로 공식적인 대화 창구를 폐쇄했다.

뿐만 아니라 두리반 단전 해결에 적극적인 개입과 문제 해결시까지의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구두로 약속했던 박홍섭 마포구청장도 10kW급의 대형 경유 발전기와 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는 하루치의 경유만을 제공했을 뿐 추가적인 연료공급을 거부하고 있다.

마포구청이 설비제공 후 연료공급을 거부해 멈춰선 경유발전기. 두리반에 대한 마포구청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상징물이 되어버렸다.
▲ 연료가 없어 멈춰선 경유발전기 마포구청이 설비제공 후 연료공급을 거부해 멈춰선 경유발전기. 두리반에 대한 마포구청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상징물이 되어버렸다.
ⓒ 박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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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다했다는 박 구청장 말은 '어불성설'

이에 대해 두리반 대책위원회는 마포구 조례 제3조 제1항 제5호에 의거하여 긴급구호비 지원은 마포구청장이 지원실시 여부와 지원내용을 결정, 지원하고 사후 마포구긴급복지심의위원회에서 적정성 심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마포구청은 두리반의 안종려 사장과 유채림씨가 마포구에 주민등록이 등록돼 있지 않다며 지원을 거부했다.

두리반 대책위원회는 "선거운동 기간은 물론 당선 후 취임식 전에도 두리반을 직접 방문,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한 박 구청장이 (두리반에)전기발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9일에 시작한 마포구 청사 앞 출퇴근길 일인시위를 지속함으로써 박구청장의 말 바꾸기를 마포 구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두리반 대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윤성일 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마포구 청사 앞에서 박흥섭 마포구청장의 말바꾸기와 전시행정을 규탄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했다.
▲ 일인시위에 나선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윤성일 위원장 두리반 대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민주노동당 마포구위원회 윤성일 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마포구 청사 앞에서 박흥섭 마포구청장의 말바꾸기와 전시행정을 규탄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했다.
ⓒ 두리반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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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두리반에 대한 남전디앤씨 측의 불법적인 단전과 이에 대한 전기재공급을 실시한 한국전력 측도 여전히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한국전력 서부지점 관계는 "현재 두리반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남전디앤씨 측과 접촉함으로써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12월에 이미 전기를 무단으로 끊은 바 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올해 7월에 다시 한 번 공문발송을 통한 압박으로 두리반에 공급되던 전기를 끊었다. 과연 그들이 한국전력의 전기공급 동의서 요구에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두리반 대책위는 한국전력이 2006년 제정된 에너지기본법 제4조 5항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대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질타했다.

규정에 따르면, 건물 소유주와 전기 실사용자간 분쟁이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실사용자의 동의를 거쳐 전기공급을 해제해야 한다. 두리반 대책위는 이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정식으로 한국전력 서부지점 고객지원팀에 접수했다.

뿐만 아니라 두리반 대책위는 두리반 공식카페(http://cafe.daum.net/duriban)를 통해 주요 일간지 광고면에 싣을 성명서 초안을 공개했다. 두리반 대책위원회는 후원계좌를 통해 접수된 후원금으로 광고비를 모아서 두리반 단전문제와 관련해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한 GS건설과 마포구청, 한국전력을 규탄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칼국숫집 두리반에 전기를 공급해주세요'라는 다음 아고라 국민청원 코너에는 개설 하루 만에 지지의사를 밝힌 누리꾼이 500명을 넘겼다. 이 추세라면 열흘 안에 목표 서명 인원인 5000명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두리반 전기재공급을 요구하는 청원이 개설 하루만에 서명자 500명을 돌파했고, 다음 아고라 청원코너 메인화면에 노출되고 있다.
▲ 다음 아고라 청원코너 메인화면 두리반 전기재공급을 요구하는 청원이 개설 하루만에 서명자 500명을 돌파했고, 다음 아고라 청원코너 메인화면에 노출되고 있다.
ⓒ 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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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두리반, #마포구청, #GS건설, #한국전력, #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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