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8.8개각은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참신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6.2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소통과 화합 주문을 외면한 '친위내각'이라는 반응이 더 우세하다. 이번 개각의 문제점을 분야별로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말]
대구 출신의 교육계 친MB 대표 인물로 뽑히던 이주호 차관이 이번 개각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그는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전국구의원으로 당선돼 교육상임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교육 공약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이후 18대 총선 출마 대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를 거쳐 MB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해 왔다.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수석진 모습. 이명박 대통령 뒤편 왼쪽부터 유우익 대통령실장,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박재완 정무수석, 이종찬 민정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 수석진 모습. 이명박 대통령 뒤편 왼쪽부터 유우익 대통령실장,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김중수 경제수석,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박재완 정무수석, 이종찬 민정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밥좀 먹자, 잠좀 자자'는 청소년들의 외침으로 시작한 촛불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활활 타오르게 되자 이에 대한 정책 보좌의 실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 그의 탄탄대로도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2009년 1월 다시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를 두고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안병만 교과부 장관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실세 차관'으로 불리게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 '실세'라는 딱지를 떼어 버리고 '진짜 장관'으로 내각에 입성하게 된 것이다.

책임 정치 구현인가, 실패한 회전문 인사인가?

MB 정부의 핵심 정책인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 실시, 입학사정관제 전면 도입 등 대입 자율화, 자립형사립고와 마이스터고 등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교원평가 전면 실시 등이 모두 그의 손발을 거쳐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사교육비 절반' 구호 역시 그가 늘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수식어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입안한 브레인 중의 하나라는 의미에서 이주호 차관이 장관으로 내정된 것은 '책임정치의 구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초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은 실패한 인사다. 이점에서 그가 실세 차관을 거쳐 장관에 내정된 것은 회전문 인사, 소통불능(불통) 인사라는 비난 역시 공존한다.

그는 지난 6·2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직접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교육감 후보를 만나러 다녔다. 특히 인천에서는 출마하려는 후보를 주저앉혔다는 논란에 휩싸여 형사 고발까지 된 상태에서 과연 적임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는 강원도와 광주에서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 교육감으로 당선된 것을 비롯해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6명이나 당선됐다. 이렇게 해서 MB의 교육정책이 국민에게 버림을 받았는데 그 정책을 기초한 사람이 교육부 수장이 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제기 역시 틀리지 않은 듯하다.

김문기 복귀시킨 사분위는 어떻게 할 건가요

상지대 정이사 선임안을 놓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회원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상지대 정이사 선임안을 놓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회원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현재 교육계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사교육비 문제와 더불어 교육비리 척결 문제와 이른 바 진보-보수의 대립 문제다. 승진과 관련된 매관매직과 점수 조작 등 인사비리와 함께 횡령 등 회계비리로 대표되는 사학비리 등은 특히 교육계의 불신을 초래한 비리문제들이다.

인사비리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가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을 둘러싼 사태이고, 사학비리와 관련한 대표적 사례가 현재 진행중인 상지대 사태다. 9일 교과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비리로 쫓겨난 김문기 전 이사장 측이 추천한 인사 4명을 정이사로 선임하는 등 비리 재단의 복귀 길을 터주는 결정을 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사학분쟁조정위원들을 통해 합법적으로 비리 재단에게 학교를 접수하게 하는 결정을 공권력의 이름으로 내린 것이다.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거부하고 교수들이 농성을 하는 등 상지대 학내분규가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교과부 장관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이주호 차관이 국회의원으로 있던 지난 17대 국회에서 2005년 개정된 사학법을 한나라당이 극구 반대해 2007년 재개정되면서 도입된 법정 기구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분쟁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당시 한나라당도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면서도 사학비리만큼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번 밝혔다. 그런데 그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사학비리의 대명사인 상지대 김문기 측이 추천한 이사를 받아들여서 이들의 복귀 수순을 합법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이 사태에 대해서 이주호 장관 내정자는 반드시 입장을 밝히고 해결에 앞장 서야 할 것이다.

만약 이 상지대 사태에 대해서 사학분쟁조정위의 결정을 옹호하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는 박근혜, 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하여 나경원, 김호연, 강석호, 장제원 등 수많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학법인의 전현직 이사장 또는 이사라는 것과 보수적 사학재단이 한나라당의 표밭이라는 점을 의식한 반교육적, 정치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교육계 화해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MB 정부 정책 기조 변경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교사들을 파면해임하지 않았다고 직무유기로 고발된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무죄를 받았다. 또 MB정부의 또 다른 교육핵심 정책인 일제고사에 학생 선택권을 안내한 교사들에 대한 해임이 무효라는 법원 결정에 따라 강원도 민병희 교육감과 서울 곽노현 교육감이 항소를 취하하고 해직교사들을 복직시키려고 하는 시도에 대해서 검찰이 거부하여 무산되기도 했다. 여전히 MB 정부와 진보 교육감으로 대표되는 교육계의 화해는 요원해 보인다.

교사에게 정치후원금 받았는데... 전교조 교사는 어떻게?

이주호 교과부 장관 내정자
 이주호 교과부 장관 내정자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게다가 180여 명에 이르는 전교조 교사들을 민주노동당 관련 정치활동으로 파면 해임하라는 교과부의 공문이 내려왔다. 이에 경기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교육청이 이들을 파면해임하기 위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이고 일부는 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는 지금처럼 교과부가 이들에 대한 파면 해임을 밀어붙일 경우 교육계의 회오리를 몰고올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언론보도와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이주호 의원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에 교사들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이정희 의원실의 폭로에 따라 진행된 수사에서 실제로 이주호 의원이 교사들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작 자신이 교사들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았으면서 민주노동당에 정치후원금을 납부한 혐의가 있는 교사들만 파면 해임하라는 교과부의 수장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직 그가 교사들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보도은 없었다. 이 문제는 이후 청문회에서 이주호 장관 내정자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주호 장관 내정자님, 청문회는 넘을 수 있을까요

교육비리 척결, 교육계 화해와 상생, 사교육비 절감 등 교육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장관으로 내정된 실세 차관 이주호에게는 인사청문회라는 큰 산이 놓여 있다. 실패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심판에도 회전문 인사를 통한 복귀라는 비판에서부터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의 선거 개입 의혹 등 산적한 질문들이 그의 앞에 쏟아질 것이다. 그리고 당장 상지대 사태에 대한 그의 입장, 자신의 교사 정치자금 수수와 전교조 교사들의 파면 해임의 모순 등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MB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매우 낮고, 그가 지난 촛불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점,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그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었다는 점 등을 보면 적어도 현재까지 그가 성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1번의 실패가 그에게 준 교훈은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는 적어도 교육에서만큼은 실패한다는 것일 것이다. 그는 이것을 깨달았을까?

'경쟁만능주의자, 경제주의자' 등 이러저러한 비판에도 그가 인사 청문회라는 첫 번째 단계를 넘어서 MB 정부 후반기 교육정책을 연착륙 시킨 '성공한 교육수장'이 될 수 있을 지 국민의 시선이 주목하고 있다.


태그:#이주호, #상지대, #청문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