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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2 : 자유의 날개' 캠페인은 테란 영웅 짐 레이너가 자치령 멩스크 황제 군대와 저그, 프로토스 등 외계 생명체에 맞서는 26가지 임무로 구성돼 있다.
 '스타크래프트2 : 자유의 날개' 캠페인은 테란 영웅 짐 레이너가 자치령 멩스크 황제 군대와 저그, 프로토스 등 외계 생명체에 맞서는 26가지 임무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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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아들이 게임 중독에 걸려 밤새 게임만 한다던데…."

퇴근 후 매일 밤늦게까지 게임에 빠져 지내는 남편을 본 아내가 에둘러 한다는 소리다. 지난 10년간 게임과 담쌓고 지내다 '스타크래프트2 : 자유의 날개'(스타2) 캠페인에 무작정 뛰어든 지난 열흘 난 완벽한 '게임 중독자'였다.  

'사양 미달' PC로 3차원 PC 게임에 도전하기

"시스템이 게임 실행에 필요한 최소 요구 사양을 만족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때 멈췄어야 했다. 지난달 27일 새벽 2시에 시작된 스타2 오픈 베타 테스트에 참여하려고 게임을 내려받으려 하자 '경고' 메시지부터 떴다. 불과 2년 전에 바꾼 노트북 PC지만 CPU 속도가 느려 스타2 승선은 어림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플레이 시도 시, 게임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으며, 온라인 멀티 플레이어 게임과 대규모 전투를 플레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친절한(?) 설명도 뒤따랐다. 그렇다면 싱글 플레이나 캠페인 정도는 괜찮지 않겠나 싶어 일단 무려 3시간 걸려 7GB짜리 게임을 내려받았다.

한국판 스타2는 이전 버전인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스타1)와 달리 패키지가 없다. 게임 프로그램은 온라인에서 공짜로 내려받는 대신 6만 9천 원짜리 무제한 이용권이나 1일권(2000원), 30일권(9900원)을 구입한 뒤 배틀넷(kr.battle.net) 계정으로 접속해야 게임을 할 수 있다. 일종의 온라인 유통 방식인데, 블리자드에선 스타2 패키지 전 세계 발매 시점인 7월 27일부터 한국과 대만에서 무료 오픈 베타 테스트를 한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게임 도중 수많은 유닛이 충돌하는 전투 장면 등에서 화면이 일부 깨지거나 갑자기 느려지는 현상을 빼면 캠페인 진행에 큰 지장은 없었고 3차원 동영상도 무리 없이 실행됐다. 다만 아무래도 저사양 CPU를 돌리다보니 한두 시간만 지나도 PC 메인보드 부분이 뜨끈뜨끈 달궈져 손을 못 댈 정도였다. 

'미드 SF' 뺨치는 캠페인... 영화 속 주인공이 되다

스타크래프트2 캠페인 임무 수행 장면. 수시로 용암이 광산으로 밀려오고 저그가 쳐들어오는 틈새에 광물 8000을 모아야 하는 임무다.
 스타크래프트2 캠페인 임무 수행 장면. 수시로 용암이 광산으로 밀려오고 저그가 쳐들어오는 틈새에 광물 8000을 모아야 하는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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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문제를 빼면 스타1에 익숙한 탓인지 게임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더구나 게임 설명이나 동영상 속 모든 대화는 한국말로 진행되고 심지어 화면 속 사소한 낙서까지 모두 한글로 되어 있어 마치 '국산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우리말 더빙 작업에 유명 성우 수십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테란 영웅인 짐 레이너의 활약을 담은 '자유의 날개' 캠페인은 모두 26가지 임무로 이뤄져 있다. 짐 레이너는 테란 자치령 황제 멩스크에 맞선 저항군 사령관으로, 우주 모함 히페리온을 타고 다니며 자치령 군대나 저그, 프로토스에 맞서 민간인 구출, 열차 강도, 유물 탈취 등 다양한 임무를 실행한다. 임무를 하나 완수할 때마다 새로운 유닛을 사용할 수 있고 자금을 확보해 무기 성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크게 보면 캠페인 자체가 새로운 게임을 손에 익히는 하나의 과정인 셈이다.     

단순한 게임에 그치지 않고 임무 도전 중간 중간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주는 동영상이 등장해 마치 <스타트랙> 류의 26부작 '미드(미국 드라마) SF'를 보는 듯하다. 인물들 간 대화를 통한 심리 묘사도 뛰어나고, 전투 장면 또한 웬만한 SF 애니메이션보다 실감난다.

그 밑바닥에는 테란 옛 연합에 맞설 반란을 일으킬 당시 동료였던 짐 레이너와 멩스크가 갈라지게 된 사연, 역시 한때 동료였으나 멩스크의 배신으로 저그 바이러스에 중독돼 저그 수장이 된 칼날 여왕(케리건) 이야기가 깔려 있다.

또 '프로토스 영웅' 제라툴이 등장해 고대 예언을 풀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3단계 임무를 통해 캠페인의 결말과 반전을 암시하기도 한다. 특히 프로토스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저그 대군에 맞서 장렬한 최후를 맞는 예언 장면은 <반지의 제왕> 전투 장면을 떠올린다. 또 이런 장면을 가만히 지켜보는 게 아니라 게이머로 뛰어들어 직접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관제 방송 UNN '언론 현실 풍자', 누리꾼들 입방아에

스타크래프트2 캠페인 UNN 뉴스 진행자인 도니 버밀리언과 케이트 록웰 기자
 스타크래프트2 캠페인 UNN 뉴스 진행자인 도니 버밀리언과 케이트 록웰 기자
ⓒ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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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영상도 눈길을 끈다. 히페리온 '휴게실'에 매달린 TV에선 CNN을 패러디한 듯한 자치령 관제 방송 UNN 뉴스가 계속 방송된다. 뉴스를 진행하는 도니 버밀리온이 멩스크 황제에게 충성하는 '어용 언론인'이라면, 현장 기자인 케이트 록웰은 '할 말은 하는' 비판적 언론인의 전형이다.

간혹 케이트 록웰 기자가 자치령이나 멩스크 황제에게 부정적인 지적을 하기라도 하면, 도니 버밀리온은 "케이트 기자!" 하며 말을 끊거나 있지도 않은 속보를 핑계로 서둘러 영상을 돌리는데, 이미 누리꾼들 사이에선 UNN 어록이나 패러디가 화제가 될 정도다. 일부 누리꾼들은 심지어 UNN을 국내 언론 현실에 직접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 멩스크 황제는 언론을 장악해 자신의 반대 세력을 제압하는 압제자로 그려진다. 캠페인 임무 가운데는 UNN 송신탑을 장악해 멩스크 황제가 옛 연합 수도 타소니스 행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저그를 끌어들여 수십 억 인구를 멸망시킨 일을 폭로하는 내용도 있다.

영화인지 게임인지 분간하기 힘든 스타2의 매력에 빠진 지도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그 사이 20가지 임무를 마치고 예상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나머지 임무를 완수하기까지 당분간 '게임 중독자' 신세를 벗어나긴 어려울 듯하다. 그사이 게임이 유료화되거나 PC가 과열돼 고장이라도 나면 모를까. 

지난 6월 24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대한항공 초대형 격납고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II 출시 미디어데이. 대형 항공기에 테란 영웅 짐 레이너가 새겨져 있다.
 지난 6월 24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대한항공 초대형 격납고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II 출시 미디어데이. 대형 항공기에 테란 영웅 짐 레이너가 새겨져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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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스타크래프트2,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 #게임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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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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