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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솨 보세요, 그냥 껍질째 먹어요."

 

참외장수가 건네주는 맛보기 참외의 향과 아삭함이 좋다.

 

하긴 세상에 '공짜는 양잿물도 큰 걸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니, 더 말해 무얼 하겠는가. 그만큼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공짜에 맛도 좋으니 사람들이 혹 할 수밖에.

 

 

참외가 산을 이루고 있다. 여수 돌산도 평사삼거리를 지나 방죽포와 향일암 가는 길목이다. 이곳은 때마침 피서철이라 여행객들의 발길이 잦다.

 

"저희는 맛 안 보면 안팝니다. 그냥 껍질째 드세요."

 

그 양반 장사수완이 보통이 넘는다. 숫제 배짱이다. 맛보기를 주면서 맛을 안 보면 안 팔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이 파는 상품의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방증일 게다. 맛보기를 먹어본 대부분의 손님들이 참외를 한보따리씩 사간다.

 

"참외 얼마예요?"

"애는 1만 원, 저애는 2만 원이에요."

 

 

그의 말에 의하면 들어가는 길에 맛본 사람들은 나오는 길에 다시 들른다고 한다. 또한 참외는 그늘에 두면 썩는다며 이렇게 땡볕에 진열을 했다고 말한다. 휴가 겸해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참외장수 그는 김수동(45)씨다. 서울에서 신발가게를 하는 그가 휴가차 돌산도에 와서 지인과 함께 동업중이다.

 

경북 성주참외다. 사실 국내 유통되는 71%이상이 성주참외다. 우리나라의 참외재배 역사를 살펴보면 멀리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산지는 중국 화북지방으로 추측된다.

 

비타민C가 풍부한 참외는 피로회복에 좋으며 수분과 칼륨이 많아 갈증해소와 이뇨작용에 좋다. 항암효과와 식중독예방은 물론 황달과 탈수증상 치료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맛없으면 돈을 안 받겠다고 한다. 며칠 전 승합차에서 9명이 우르르 내려와 참외 좀 팔겠다 싶었는데 맛보기로 10개나 먹고 비싸다고 시비를 하며 돌아섰다고 한다. 그분들이 먹은 참외 값이 자그마치 1만 원어치다. '그냥 잘 먹었다, 장사 잘해라'며 갔으면 밉지나 않았을 터인데 순간 그 사람들이 미웠다며 혀를 끌끌 찼다.

 

"그냥 편하게 생각해요. 먹을 것 다 먹고 돌아서면서 나쁜 말 하는 얌체 같은 사람들은 그래도 미워요."

 

한 손님이 서울서 휴가차 내려왔는데 현금이 달랑달랑하다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천원 권 지폐를 모아 9천 원을 건네주자 덤까지 담아 건네준다. 손님은 덜어내고 줄줄 알았다며 덤까지 받아들고 기뻐한다.   

 

서울의 명동에서 양말과 스타킹 장사로 잔뼈가 굵었다는 그의 장사수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오가는 정, 덤과 에누리가 있는 길거리 노점상 참외장수 멋쟁이다. 정겹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참외장수, #참외, #돌산도, #노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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