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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크로드 역사탐방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클럽 회원들과 함께 중국 실크로드 역사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특히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는 약 160만㎢의 면적으로 중국 전체의 1/6을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중국 최대의 분지, 최고의 고원, 대 사막, 대 초원, 대 고비, 대 삼림은 웅대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간직할 뿐만 아니라 서방의 황금과 중국의 비단을 바꾸고 불교와 이슬람문화를 전한 동서문물 교류의 접합점입니다. 신장의 실크로드는 사막과 낙타로만 여겨지던 과거 버려진 길이 아닌 천태만상의 자연환경과 다채로운 민속, 유전과 가스로 이어지는 막대한 지하자원을 가진 성장잠재력이 무궁한 곳입니다.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의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7박 9일간의 여행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기자주>

실크로드를 따라가다 보면 역사적 고적지와 광야, 사막, 초원, 산림 등 빼어난 자연경관이 이곳의 역사문화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지나는 실크로드는 다양한 자연환경, 역사, 문화에 따라 크게 4가지 권역으로 나뉜다.

 

첫째는 톈츠와 보스텅 호수를 중심으로 하는 자연풍경권이다. 천산 보거다봉의 웅장함과 톈츠의 고요함이 석양과 어울릴 때의 풍경은 가히 장관이다. 특히 보스텅 호수는 중국 최대 내륙 담수호들 중 하나로 풍부한 어자원을 가지고 있어 신장의 주요한 수산물 공급원이 되고 있다.

 

둘째는 투르판을 중심으로 한 문화유적권이다. 서유기에도 등장하는 화염산은 문정호와 더불어 중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곳이다. 또한 고창고성과 교하고성에서는 찬란했던 옛 문명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다. 베제클리크 석굴의 벽화는 초기 불교 전래에 대한 매우 귀중한 자료들이다.

 

셋째는 카스를 중심으로 한 민속 문화권이다. 카스에서는 중국이 아닌 중앙아시아의 한 도시에 온 것 같은 이국적 풍경을 볼 수 있다. 위구르인들의 생활양식이 그대로 나타나는 곳으로 오랜 옛날 실크로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넷째는 이닝을 중심으로 한 이국풍경문화권이다. 이곳에서는 위구르인과는 달리 초원에서 텐트를 치고 양과 말을 방목하며 지내는 카자흐인 등 중앙아시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일행이 방문할 목표는 둘째와 셋째의 문화탐사이다.

 

신장성 박물관 견학을 마친 일행은 투르판으로 이동했다. 투르판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아시아최대의 풍력발전소가 있다. 한 기에 1억 원 한다는 풍차 수백개가 위용을 자랑한다. 투르판은 중국에서 3가지로 유명하다.

 

가장 건조하고, 가장 달고(포도), 가장 덥다. 사막을 달리다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 차에서 내린 신경희씨는 "빨래해서 옷입고 서 있으면 금방 마르겠어요"라고 말하며 혀를 내두른다. 꼭 불가마에 들어온 느낌이다. 훅하고 불어오는 열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돌궐어로 '풍요로운 곳'이라는 뜻의 투루판은 사방이 높은 산들로 에워싸인 동서 120㎢, 남북 60㎢의 사막 속 작은 분지 오아시스다. 투르판 총면적 5만 킬로미터 중에서 80퍼센트인 4만 평방킬로미터는 고도가 해면보다 낮다.

 

높은 산들로 에워싸인 데다 고도마저 낮으니 한여름 낮 기온은 보통 50도를 약간 밑돌며 지열까지 합쳐 최고 83.3도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연평균 강우량은 15밀리미터 밖에 안되는데 증발량은 3천 밀리미터나 되니 물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침 일찍 거리에 나서니 사람들이 길거리에 자리를 펴고 자고 있다. 다행히 서식할 물이 없고 너무 더워서 모기 걱정은 없다고 한다.

 

분지는 이렇게 뜨거운 반면에 만년설로 뒤덮인 주변의 고산지대는 차기 때문에 특히 봄이면 강풍이 몰아친다. 사막지대를 통과할 때 가장 걱정되는 건 강풍이다. 심할 때는 주먹만한 돌이 날아다닌다고 한다. 가장 심할 때는 달리던 열차가 넘어졌다고 하니 알만하다.

 

카레즈 - 인간 존재의 숭고함

 

불과 모래와 바람은 역설적으로 이곳을 문명의 용광로로 만들었다. 고온은 포도나 면화 같은 특산물 산지로 이름을 떨치게 했고, 건조한 기후는 카레즈 같은 관개시설을 발달시켰다. 투르판에는 7천 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산 흔적이 있으며, 3천 년 전부터 정착농경이 시작됐다.

 

투르판은 일교차가 큰 지역이어서 물의 증발이 빠르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총 연장 5천킬로에 달하는 지하수로가 여기 저기 뻗어있기 때문이다. 모두 인공이 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지하수로에 사람이 들어갈 공간을 파서 물길을 만들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카레즈 박물관에는 카레즈의 굴설과정과 방법, 공정에 쓰인 공구와 유물 등이 각종 사진과 함께 전시 돼있다. 전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일행은 깊이 10여 미터 폭 1미터쯤의 지하 터널로 들어갔다. 손을 담가보니 시릴 정도이고 터널 안은 에어컨과 같은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

 

카레즈는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직으로 파내려 간 우물인 '수정', 우물과 우물을 잇는 '암거', 하구로 내려오면서 땅위로 드러난 '명거', 물길의 종점에서 물을 저장하고 저수 댐 격인 '노패'로 구성돼 있다. 경사지게 이어지는 상류로 올라 갈수록 고도가 높기 때문에 우물은 더 깊이 파야 한다.

 

때론 백 미터를 파내려가서 물길을 뚫었다. 수작업으로만 이 물길을 파낸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니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노패에 모인 물은 주거지와 농경지에 공급한다. 만약 카레즈를 만들지 않았다면 투르판이란 도시가 존재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투르판의 카레즈는 만리장성, 대운하와 함께 중국 3대 건축물로 불리며 현대 기술로도 건설하기 만만치 않은 엄청난 규모의 관개시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설 속으로 사라진 고기 모양의  교하고성

 

투르판 서쪽 교외로부터 10㎞ 떨어진 지점에는 고기처럼 생긴 교하고성이 있다. 도시의 길이는 1650m이고 ,폭은 300m다. 이곳은 고대 서역성곽 제국 중의 하나인 교하국, 차사전국의 도시로 서역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의 중심이었다. 14세기 초 원나라 때에 전쟁으로 훼손되었으나 현재 세계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되고 있는 미개간 도시이다.

 

교하고성은 글자그대로 두 하천사이로 치솟은 30m의 벼랑 위에 세워져 있다. 남쪽에 입구가 고성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중앙의 전망대까지 도로가 곧게 뻗어있다.

 

고성 안에는 불탑과 당나라의 현장법사가 머물렀다는 불전, 사원, 관청, 감옥과 민가의 흔적이 남아 있고 주변에는 많은 탑의 잔해가 남아있어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해가 오후 9시경까지 있는 것을 감안해 가이드가 오후 6시에 방문하도록 계획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열파를 막기 위해 수건과 둘러 쓸 수 있는 모든 걸 둘러도 더운 건 어쩔 수 없다. 불탑근처에서 민병훈 박사가 불교 전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누군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돌렸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이보다 더 맛있을 수가!

 

그 옛날 교하고성의 주변에는 물이 많이 흘렀을 텐데 현재는 거의 말랐다. 이것도 환경의 변화인가? 이 더운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물은? 환경은 우리 생활과 어떤 관계일 것인가를 곰곰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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