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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는 팔 이불을 정성껏 개고 있다. 이 이불 집의 캐치 프레이가 '편안한 침구'이듯 실내분위기와 윤대표는 편안했다.
▲ 윤미정대표 지금 그녀는 팔 이불을 정성껏 개고 있다. 이 이불 집의 캐치 프레이가 '편안한 침구'이듯 실내분위기와 윤대표는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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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안성에 살면서 우리 이불 집 안 거쳐 간 사람 없을 걸요."

이 말을 하는 주인공은 안성에서 22년 째 이불을 팔아 온 '영광이불' 윤미정 대표다. 초창기엔 안성 재래시장 통에서 이불을 팔다가 지금의 자리(구 안성버스터미널 앞)로 이사 온 것은 8년 전이다.

이불 22년 외길 걸어온 사연.

원래 그녀의 부모님은 '대머리상회'를 경영했다. 안성에서 '대머리상회'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대머리상회'엔 교복, 가방, 수건, 속옷, 미용재료 등 돈이 되는 거면 무엇이든 취급했다.

한 때는 '대머리상회'가 안성 돈 다 끌어 모은다고 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다. 하지만 모든 장사에는 굴곡이 있는 법. 가게가 끝없이 곤두박질쳤다. 이에 가게의 옛 영광과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축소 조정한 것이 이불가게의 시작이 되었다.

22년 전, 윤대표는 부모님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불가게를 돕기 시작한 것. 그렇게 이불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지금은 부모님의 대를 이어 이불을 팔고 있다. 그래서 여기를 '우먼로드 또는 영광이불'이라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도 '대머리상회'라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IMF 외환위기 전에는 그나마 이불 가게가 상승세를 탔었다. 하지만 외환위기의 폭풍은 안성의 이불가게들로 하여금 차례차례 문을 닫게 만들었다. 여기도 그 이후로 어려움은 찾아왔다. 인터넷 이불매매와 값싼 중국산 이불 유통 등의 성행으로 하향세가 지속되는 듯했다.

혼수이불 전문점답게 혼수이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 혼수이불 혼수이불 전문점답게 혼수이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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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에게 고집이 있었다. 인생도 높이 올라가면 떨어지고, 떨어졌으면 올라 갈 때가 있는 법. 끝까지 이불을 붙들고 있으면 올라갈 때도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그녀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는지 꾸준히 이불이 팔렸다. 최근엔 전단지 배포, 현수막 설치 등으로 홍보를 하니 "아, 그 상회, 없어진 줄 알았더니 아직 있네"라며 20년 단골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돌아왔다.

20년 전과 달라진 이불 풍속도.

"혼수이불 등을 맞출 때 20년 전에는 부모님들의 의견이 많이 작용했지만, 요즘은 거의 결혼 당사자가 맞춰가는 게 일반화되었죠."

초창기 20년 전과 달라진 이불 풍속도를 묻자 윤대표가 들려준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 딸과 아버지가 와서 다정하게 혼수이불을 맞춰 가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단다. "요즘 시대엔 천연기념물 같은 모습"이라며 서로 웃었다.

이전엔 결혼뿐만 아니라 회갑잔치 등 각종 잔치에도 이불을 해갔다고. 그러니 안성 사람들의 수많은 기쁨의 날들을 이 가게는 함께 해왔던 것이다.

혼수전문점이라 한복도 판매한다고 한다. 아주 편안하고 귀품있는 옷이다.
▲ 한복 혼수전문점이라 한복도 판매한다고 한다. 아주 편안하고 귀품있는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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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엔 혼수 이불을 할 때 아들 놓고 편안하게 잘 사는 여인에게 일부러 혼수이불을 만들게 하기도 했어요. 말하자면 그 여인의 좋은 기운을 혼수 이불에 담아 만들어서 그 이불을 덮고 자는 신혼부부가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문화였죠. 저도 혼수이불을 팔 때는 이 이불을 덮는 사람들이 이제 어른이 되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불을 팔죠. 혼수 이불 팔 때마다 항상 감회가 새롭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의미보다는 '오로지 어떻게 하면 싸게 살 수 있을까' 하면서 혼수이불을 사려고만 하는 시대죠. 한마디로 혼수문화에서도 가볍고 얕은 시대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지금 윤 대표는 이불을 통해 시대와 문화를 읽어주고 있다. 어떤 모습이 좋은 것인지는 차치해두고라도 변해가는 우리 시대의 모습을 이불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게다.

"이런 이불 고르세요."

"이불 고를 때 가격에 초점을 두고 가격 싼 것에만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 가격보다 품질에 신경을 써라. 왜냐하면 이불은 우리 몸에 직접 닿는 것"이라고 이불 고르는 제일 원칙을 윤대표는 일러준다.

그래서 그녀가 취급하는 이불은 화려한 외향보다 사람 몸에 유익한 '실속형' 이불이다. '빨아도 변함이 없는 이불, 덮어도 편안한 이불', 이 두 가지가 그녀가 추천하는 좋은 이불이다. 여기에다 천연염색 이불 등 피부에 무해한 이불, 단순히 추위를 피하는 도구가 아니라 쾌적한 체온을 유지하게 하는 기능이 담긴 이불 등은 금상첨화란다.

깔끔하고 정갈하며, 편안한 실내 분위기는 평소 윤대표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 실내 전경 깔끔하고 정갈하며, 편안한 실내 분위기는 평소 윤대표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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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0년 전 부모님들이 이룬 '대머리상회'의 영광을 기억하면서 윤대표는 오늘도 "할 수 있을 때까지 이것을 하겠다"고 마음을 다져본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4일 우먼로드 안성점 영광이불 031-675-2198 에서 이루어졌다.



태그:#영광이불, #우먼로드, #대머리상회, #윤미정,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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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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