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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햄버거, 피자만 인스턴트 음식이 아니란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후루룩 퍼먹는 설렁탕, 김치찌개도 음식을 빨리 먹게 만드는 인스턴트 식품이란다. 몸무게에 충격받은 내가 선택한 건 바로 젓가락 다이어트.
 콜라, 햄버거, 피자만 인스턴트 음식이 아니란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후루룩 퍼먹는 설렁탕, 김치찌개도 음식을 빨리 먹게 만드는 인스턴트 식품이란다. 몸무게에 충격받은 내가 선택한 건 바로 젓가락 다이어트.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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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장님. 가슴이 너무 풍만해졌는데요."
"배를 보니 임신 6개월은 되어 가는 것 같은데요."
"허벅지가 터질 거 같아요!"

어느 날부터 이런 말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렇다. 또 다시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겨울 몸보신 하느라 설렁탕, 과메기, 치킨 등을 꾸준히 섭취했더니 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옷으로 가리고 있을 때는 몰랐지만 여름이 오면서 온몸에 붙어 있던 살들이 세상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었다.

두발로 선 돼지... 저게 나란 말인가

100 크기의 옷은 어느새 105로 올라가 있었고, 후배가 선물해 준 몸에 딱 달라붙는 피팅 셔츠는 옷걸이 장식용으로만 전시되어 있었다. 어느 날 체중계에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살이 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체중계는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리라.

1kg이라도 줄이려는 심정으로 밥도 먹지 않고 목욕탕에 달려 갔다. 전신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은 흡사 두발로 서 있는 돼지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대중 목욕탕을 온 것도 몇 년 만이다.

3년 만에 체중계에 올라갔다. 숫자들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고 있다가 실눈을 떴는데, 충격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다.

"87kg!"

저 충격적인 숫자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누가 볼까 두려워 얼른 내려왔다. 3년 전 마지막으로 체중을 쟀을 때는 정확히 저 숫자가 뒤집혀 있었다. 온갖 음식을 즐기는 사이 매년 3kg씩 늘어난 것이다.

착잡했다. 또 다시 고통의 다이어트를 시도할 것인가? 이 체중을 친구 삼아 평생을 함께 할 것인가? 하지만 점점 중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내 모습을 방치할 순 없었다. 목욕탕 전신 거울을 보면서 굳건히 결심했다. 정확히 10kg만 빼자.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그날 바로 다이어트 방법들을 검색하고 주위에 자문해 보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음식도 아니고 운동도 아닌 '젓가락 다이어트'라는 생소한 다이어트. 아니 젓가락으로 어떻게 다이어트를 한다는 것인가?

하루에 물 3리터 이상... 허기질 땐 낙지로

과도한 다이어트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 되자 난 낙지로 허기를 채웠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 되자 난 낙지로 허기를 채웠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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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이렇다. 모든 음식을 섭취할 때 젓가락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았다. 우선 젓가락 다이어트를 하면 국물을 먹을 수 없다. 건더기가 별로 없는 설렁탕, 해장국은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살이 찌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물을 너무 좋아한다. 나도 건더기는 남기더라도 국물은 남김 없이 먹는 스타일이었다. 흔히 인스턴트 음식이라고 하면 조리시간이 짧은 햄버거, 피자를 생각하는데 국물로 말아먹어 먹는 시간이 짧은 설렁탕, 해장국도 여기에 해당한다는 어느 의사의 주장도 생각났다.

젓가락만 쓰니 밥을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다. 숟가락으로 빛의 속도로 퍼먹던 그런 식사는 꿈꿀 수도 없다. 아무래도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숟가락보다 음식을 천천히 섭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젓가락 다이어트는 음식을 먹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젓가락 다이어트와 함께 반식 다이어트(밥을 반만 먹는 것), 그리고 육류, 라면 등을 끊어 버리는 초강수도 두었다. 주위에서는 나의 초강수가 3일을 못 넘길 것이라고 비웃었다.

드디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바뀌었다. 우선 젓가락으로만 먹다 보니, 음식 먹는 속도가 엄청 느려졌다. 국물을 먹지 않으니 점심 식사부터 괴로워졌다. 식당에 앉아 젓가락으로 찌개 건더기를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집에서도 찌개는 손도 대지 않았다. 밥 양도 반으로 줄였다. 아내부터 놀라는 눈치다.

배고플 때마다 물을 마시게 되니 하루에 3리터 넘게 물을 마시고 있다. 화장실은 하루에 열 번도 더 간다. 술자리는 피할 수 없으니 가능한 기름기가 없는 안주를 먹는다. 튀긴 안주, 육류 등은 먹지 않고, 가능하면 해물류 중심으로 선택한다. 살을 빼기 시작하니 술도 같이 약해진다. '두주불사'를 외쳤던 나의 몸은 밤 11시만 되면 집으로 가고 싶어진다.

더욱 괴로운 것은 거의 24시간 배가 고팠다는 점이다. 어지러움 증상도 동반되고 있었다. 배가 고파 견딜 수 없을 때는 저녁 식사로 낙지를 먹었다. 쓰러져 있는 소도 세운다는 낙지는 다이어트로 지치기 쉬운 몸을 견디게 해주었다. 거리에 낙지 간판만 보이면 들어가고 싶어졌다.

최대의 난적 월드컵, 치킨 두조각에 죄책감 '부들부들'

그렇게 생활은 조금씩 변해갔다. 주위 사람들은 나를 배려해 고깃집을 가지 않았다. 배고픈 것도 2주가 지나가니 서서히 견딜 만했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서서히 반응이 오고 있었다.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살 빠졌네."

다이어트 기간 동안 이 말이 유일한 기쁨이었다. 이렇게 3주를 버텼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의 심정으로 체중계에 올라갔다. 숫자는 요동치고 있었다. 떨렸다. 질끈 감은 눈을 떠보았다. '84kg'이라는 숫자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성과는 나타나고 있었다. 옷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반드시 이번 가을에는 피팅된 셔츠와 양복을 사 입을 각오를 하고 또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면서 다이어트는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체력이 쉽게 바닥이 났고, 음식의 유혹은 나를 괴롭힌다. 꿈에서도 설렁탕이 나타났다.

특히 국물을 먹지 않고 식사를 하는 것이 괴로웠다. 우리나라에 국물로 만든 음식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몸은 점점 괴롭다. 하지만 주위에서 반응은 좋아지고 있었다. 허리띠 칸도 점점 좁혀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대의 난적 '월드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하게 월드컵 기간 동안 사람들과 경기를 같이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치킨과 맥주, 다이어트 최대의 적을 강력하게 밀고 들어온 월드컵. 결국 아이들이 시킨 치킨 2조각을 먹고 밤새 자책감에 떨어야 했다.
 치킨과 맥주, 다이어트 최대의 적을 강력하게 밀고 들어온 월드컵. 결국 아이들이 시킨 치킨 2조각을 먹고 밤새 자책감에 떨어야 했다.

치킨과 함께 먹는 맥주는 다이어트를 물거품으로 만들 뻔했다. 그러나 집에도 적들이 있었다. 나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이 치킨을 사달라고 아우성이다. 내가 살을 뺀다고 아이들까지 치킨을 못 먹게 할 수는 없다. 월드컵 한국전이 한창일 때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치킨을 2개나 집어 먹고 말았다. 밤새 나약한 나의 의지력를 자책하면서 괴로워했다. 하지만 그 뒤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고난의 5주가 흘렀다.

몸이 몰라보게 날씬해지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독하다는 반응이 나타나고 있었다. 청바지들이 점점 커지고 있었고, 선물로 받은 피팅 셔츠를 입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체중은 자주 측정하지 않았다.

2달 반 만에 8kg 감량 성공... 자축하며 김치찌개를 먹었다

어느 날 아이가 아파 병원을 가는데 체중계가 있었다. 떨리는 심정으로 올라가 보았다. 질끈 감고 있는 눈을 살짝 떠보았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세상에 이런 기쁨이 있을까? '79kg'이라는 숫자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다이어트 시작 2달 반에 8kg 감량에 성공했다.

그날 저녁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에 김치찌개를 시켜 국물을 먹어 보았다. 김치찌개의 국물 맛은 차라리 아름답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음을 놓는 순간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 최종 목표인 '77kg' 고지가 보인다. 그리고 그 몸을 유지해야 한다. 다시는 풍만한 가슴을 가진 남성이 되기 싫다.

다이어트는 의지와의 싸움이자 생활습관 전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구시대의 습관은 버리고 새로운 것에 몸이 적응해야 한다. 단순히 먹지 않고, 살을 빼는 다이어트는 몸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거의 100% 요요현상이 온다. 또한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 운동으로 살을 뺀다는 것도 매우 힘들다.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습관을 잘 보자. 내가 얼마나 밥을 빨리 먹는지, 물을 먹어야 할 시간에 청량음료는 먹지 않는지, 얼마나 많은 국물을 먹고 있는지를 돌이켜 보자. 그런 점에서 젓가락 다이어트는 모든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살이 빠지지 않아 고민하시는 분들 젓가락 다이어트의 도전해 보시길.


태그:#다이어트, #젓가락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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