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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층 고용한파, 우린 아직 떨고 있다'기자회견 중 참여연대 여름인턴 대학생 5명이 고용한파에 떨고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 '청년층 고용한파, 우린 아직 떨고 있다' 3일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열린 '청년층 고용한파, 우린 아직 떨고 있다'기자회견 중 참여연대 여름인턴 대학생 5명이 고용한파에 떨고 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 안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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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도 폭염 속에서 한겨울 복장으로 무장하고도 "우린 아직 춥다"고 말하는 대학생들. 여름이 왔어도 청년고용시장의 '실업 한파'는 아직도 가시지 않았음을 호소하는 간절한 목소리다.

3일 오전 11시 30분, 참여연대 여름인턴 대학생 15명은 '청년층 고용한파'로 '우린 아직 떨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두꺼운 파카에 털모자, 털장갑, 목도리까지 두른 상태로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연대 여름인턴들은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생색내기 정책이 아닌 제대로 된 청년교용 대책을 만들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또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청년 채용 조항을 '3% 권고'에서 '5% 의무'로 확대하라", "고용보험법 개정하여 취업촉진수당을 지급하라"는 등의 요구사항을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12시부터 5시 30분까지 정부중앙청사, 청와대, 국회,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명동 예술극장 사거리에서 릴레이 1인 시위 및 서명운동을 이어갔다.

"청년들은 떨고 있다"
3일 국회 앞에서 '청년층 고용한파, 우린 아직 떨고 있다' 1인 시위 중인 참여연대 여름인턴 대학생 1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3일 국회 앞에서 '청년층 고용한파, 우린 아직 떨고 있다' 1인 시위 중인 참여연대 여름인턴 대학생 1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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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면 여름학기 대학졸업자들이 대거 사회로 배출된다. 그러나 부족한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며 대다수의 학생들은 백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들이 고용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그래서 참여연대 인턴들은 "이번 여름이 너무나 춥다"고 표현했다.

32도의 폭염 속에서 두꺼운 파카를 입고 겨울 장갑을 낀 대학생 5명이 각각 서울 주요 5곳에서 피켓을 들고 섰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 여름에 왜 파카를 입고 있냐", "덥겠다"며 한마디씩 던지고 갔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정작 고용한파로 인해 "춥다"며 어깨를 움츠리는 제스처를 취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빨강색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고 1인 시위 중이던 안태환씨는 "떡장사 하시는 아주머니가 지나가면서 '왜 이렇게 입고 있냐'며 '고생한다'고 하시더라"며 웃어 보였다. 대학교 새내기인 그는 "나는 아직 (청년실업 문제가)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단체에서 활동하고 여러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4~5년 후엔 이게 내 문제가 되겠구나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를 보고 지나가던 중학생 3명이 "저 오빠 잘생겼다"며 걸음을 멈췄다. 이내 청년실업문제를 알리는 시위임을 알고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김아름양은 "요즘은 대학 졸업해도 취업이 안되잖아요" 라며 "그래도 대학은 꼭 가야되긴 하니까 저희도 고민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더운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고 서있는 대학생들을 보면 안쓰러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국회 정문 앞 1인 시위를 본 정종현씨는 "혼자 저기서 있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텐데, 더운데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청년실업문제는 혼자서 시위할 일이 아니다"라며 "여러 단체가 합동해서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청와대 사회통합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이던 정명진씨는 "청년실업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번 기자회견과 릴레이 시위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인턴들 중에서 노동부에서 하는 청년인턴 프로그램들을 해본 친구들이 많은데, 대부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의견이었다"며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지만 이렇듯 근본적인 대책 없이 청년실업문제를 방치하는 정부에 호소하는 1인 시위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생으로서 고마워..."

3일 명동 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참여연대 인턴 대학생들이 '청년층 고용한파, 우린 아직 떨고 있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를 쳐다보고 있다.
 3일 명동 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참여연대 인턴 대학생들이 '청년층 고용한파, 우린 아직 떨고 있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를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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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경부터는 명동 예술극장 사거리에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대학생들은 여전히 두꺼운 파카를 벗지 않고 있었다. 파카 속 안의 티셔츠는 이미 축축히 젖은지 오래고, 이마에는 땀이 줄줄 흘렀다. 그러나 이들은 개의치 않고 지나가는 시민 한 명이라도 더 서명을 받아내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시흥에서 온 최종숙씨는 서명을 한 뒤 "주위에 친구들에게 자식들 얘기를 많이 들으니까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다고 늘 생각해왔다"며 "우리 딸도 이제 곧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라 내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대학생들의 이런 의사표현이 좋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고2 재학 중인 딸도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데 이렇게 나와 있는 대학생들을 보니 대단하다"며 "나도 나중에 언니 오빠들처럼 활동을 해야 겠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생이더라도 반응은 달랐다. 동대문에서 온 안재욱씨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학점관리와 스팩쌓기로 바빠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나서지 못하는 게 대학생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이어 "많은 대학생들을 대신해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같은 대학생으로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여자 대학생 3명은 "우리는 이미 취업했어요..."라며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잘 모른다", "관심없다"며 서명을 피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권상훈 참여연대 여름인턴 기장은 이같은 무관심에 대해 "자신이 실질적으로 처해 있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며 "같은 대학생들 역시 과연 사회가 변할까라는 의문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개인의 문제 아니다"

참여연대는 이번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를 청년실업문제의 당사자인 대학생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천웅소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그동안 등록금 문제나 대졸 초임 삭감 이슈가 있을 때 당사자들이 직접 대응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번 캠페인은 대학생들이 가세해 청년실업문제를 개인 숙제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 및 1인 시위는 정부의 청년교용대책 마련에 즈음하여 실질적인 청년고용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7월 공공기관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대 간 일자리를 공유하는 등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청년고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단체에서는 공공부문의 청년 채용 비율을 3%로 권고하고 있는 현행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조항을 5% 의무제로 확대할 것과 고용보험법을 개정하여 취업 준비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데 드는 취업촉진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안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청년실업, #고용한파, #취업, #참여연대 , #고용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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