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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아리 위에 맷돌을 올려놓고 다시 항아리를 올려 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
ⓒ 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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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하면 장독대가 떠오릅니다. 시골 집집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장독대의 항아리 속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한 집안의 1년간 먹을 양념거리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해서 어머니들은 항아리를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늘상 닦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닦아 주어야 항아리가 숨을 쉬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이 맛있게 익어가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매주가 동동 떠있는 커다란 간장독을 열어본 적이 있습니다. 간장독엔 푸른 하늘의 구름이 메주 틈 사이로 얼비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독대의 풍경은 희미한 추억의 풍경처럼 사라지고 있습니다.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나 시골 몇몇 집에서나 장독대의 항아리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전통 먹거리를 만들어 먹지 않고 대부분 사먹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대부분의 먹거리를 자급자족했던 시골이었지만 이젠 그렇지 못합니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큰 놈과 작은 놈들이 오순도순 앉아 도란거리듯 서있는 항아리의 모습을 이젠 시골집의 장독대가 아니라 길거리에서 보곤 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가에 항아리가 서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나마 항아리를 보면 그리운 어머니마냥, 고향마냥 정겨움이 이내 들어옵니다. 시대가 변화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듯 항아리의 용도도 다양하게 쓰임을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용기로 사용된 항아리나 미적도구로 사용된 항아리나 항아리는 항아리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전북 순창의 한 체험관에 간 적이 있습니다. 체험관은 관에서 지어주고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항아리들을 보았습니다. 웃는 항아리입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다양합니다. 파안대소하는 얼굴도 있고, 너무 기쁨에 가득 차있는 표정도 얼굴도 있습니다. 그리고 은근한 미소도 있고 하회탈 같은 해학적인 표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항아리 중에 머리 위에 사랑의 하트를 이고 있는 항아린 왠지 모를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혹 가슴앓이 사랑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 짝사랑을 하고 있든가 아님 사랑이 잘 이뤄지지 않아 조금은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생긴 항아리의 표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서로 마주 보며 같은 표정으로 웃는 것 같은데 눈길이 마주치진 않습니다. 그저 뭔가 행복한 미소만 가득 담아 보는 이를 즐겁게 합니다. 어쩌면 팍팍한 세상 서로 마주보며 자신들처럼 세상 근심 없는 표정으로 한 번 웃어 보라는 신호는 아닌지 싶습니다. 무더운 여름 이 항아리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웃음이 돌고 미소가 퍼집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표정 하나로, 웃는 모습 하나로 오가는 길손들을 행복하게 하는 항아리, 이 항아리들이 예전엔 어머니의 손길로 우리의 마음을 보듬어주었다면 이젠 그 손길뿐만 아니라 장식품으로, 때론 웃음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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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를 오가다 보면 이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젠 항아리가 용기로써의 기능뿐만 아니라 미의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 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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