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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이 28일 오후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10 전경련 제주하계포럼’에서 조래 회장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이 28일 오후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10 전경련 제주하계포럼’에서 조래 회장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다.
ⓒ 전경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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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전략을 만들라." (이명박 대통령, 7월 12일 제8차 녹색성장 사전보고 회의)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데도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매년 5%씩 깎으면 10년 뒤면 거저 납품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28일 안산 시화반월단지 간담회)

"삼성전자가 2분기 5조 원 이익을 달성했다는 보도를 보며 한편으로 가슴 아팠다. 이를 더불어 함께 하고 있다고 느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28일 고려대 경영대학원 강연)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한 데 이어 정부 고위 인사들이 대기업 비판 발언을 최근 잇달아 쏟아내면서 재계와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전경련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 잡아야"... 대기업 비판에 맞불?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는 28일 오후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2010 전경련 제주하계포럼'에서 현 정부 실정을 직접 거론했다. 사의를 밝힌 조석래 전경련 회장 대신 정병철 부회장이 읽은 개회사에서 "세종시와 같은 국가 중대 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4대강 사업도 반대 세력의 여론몰이로 인해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 "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가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나마 애초 원고에서 "국정을 책임지는 리더들이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 및 정부도 서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갈팡질팡 하고 있는 현실" 같이 강도 높은 내용은 발표 직전 빠지거나 순화됐다. 

평소 같으면 국론 분열을 우려하는 재계의 쓴 소리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최근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상생 등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는 상황이라 재계의 노골적인 불만 표시로 해석됐다.

이에 전경련은 28일 오후 뒤늦게 "이번 제주하계포럼 개회사와 관련해 경제계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골자의 기사 등 일부 오해가 있었다"면서 "이번 개회사 작성은 이미 두 달 전부터 추진되었으며, 최근 대기업 역할론 등과는 무관"하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명박 "전경련, 대기업 이익만 옹호하면 곤란"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아침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아침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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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경련 개회사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전경련도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하려는 자세를 가져선 곤란하며 사회적 책임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며 직접 전경련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칫 포퓰리즘으로 보일 수도 있다"면서 "정부의 강제 규정보다는 대기업이 스스로 상생 문화, 기업 윤리를 갖추고 시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전경련의 공개 비판엔 대응하면서도 재계 반발을 의식해 대기업의 자발적 상생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낮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연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중소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조정해 상생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대기업하고 1차 협력사의 상생협력 관계를 2, 3차 협력사로 넘기는 게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잘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상조 "진보세력이 재계에 맞서 중기 정책 견인해야"

실제 출범 초기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앞세워 대기업과 일부 부유층, 수도권 중심의 정책을 펴온 '전력' 때문에 진보 개혁 진영에서 현 정부의 최근 '중소기업 상생'이나 '친서민' 행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직원 4500명인 SK텔레콤은 6만 명까지 고용이 가능하다"는 최시중 위원장 고대 특강 발언 역시 특정 기업까지 거론해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방통위에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을 뿐, 직접 요구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규제 기구의 수장이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자임하는 친기업 정책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며 "개발 경제 시대의 구태에서 언제 깨어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에선 "중소기업 문제는 진보 보수를 떠나 한국 경제의 과제"라면서 재계의 반발에 맞서 현 정부의 중소기업-서민 지원 정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견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명박 집권 초기 대기업과 수도권을 우선 지원하는 정책이 거시지표 개선에는 효과적이지만 그 과실이 중소기업과 지방으로 번지지 않는다고 보고 직접 중소기업과 서민 지원 정책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진보개혁진영에서도 무조건 정치적 쇼로 폄훼할 게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비판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전경련이나 재계 처지에서 중소기업 상생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 비용이 요구되고 경제 운영 주도권을 정부나 개혁 진영에 넘겨주게 되기 때문에 경계심을 나타내는 건 당연하다"면서 "노무현, 김대중 등 역대 정부가 모두 실패한 것도 중소기업 정책이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중장기적 유지가 중요한데 재계의 반발이나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전경련, #중소기업 상생, #대기업,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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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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