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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라면으로만 때우던 때가 있었다. 대학 때 자취하면서 먹던 추억거리가 아니다. 나는 대학이라고는 문턱도 못 밟은 사람이니까.

1983년도쯤, 우아미 가구점에서 화물차 운전을 하면서 월급으로 20만 원 받을 때였다. 어머니한테 하루에 토큰 두 개와 500원을 받아서 직장을 나가면 점심으로 200원짜리 라면을 사서 끓여 먹었다. 나머지 돈은 비상금으로 남겨 뒀다. 그 돈을 며칠 안 쓰고 모이면 어떤 날에는 라면에다 소시지를 넣어 끓였다. 그날 그 라면은 어찌나 맛있던지. 안 먹어 본 사람은 모를 거다.

저녁 늦게 일이 끝나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울 남가좌동 모래내 잔디밭에서 잤다. 한 방에 부모님과 형님 식구들, 여동생까지 아홉 명이 자기 때문에 누울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초저녁에 누울 때는 다 누울 수 있지만 자다 뒤척거리다 보면 내가 들어가 누울 곳이 없어져 버렸다.

내가 입고 다니는 청바지는 외출복이자 일복이자 잠옷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직장에서 소주라도 한잔 얻어먹고 나온 날은 까닭 없이 눈물이 나와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개에나리 우우물가아에~ 사랑 찾는 나아그네에 처어녀~ 에라이!"

최저생계비 일일체험하는 차명진 의원 지난 23일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참여연대가 주최한 최저생계비 일일체험을 하고 있다.
▲ 최저생계비 일일체험하는 차명진 의원 지난 23일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참여연대가 주최한 최저생계비 일일체험을 하고 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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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7월 23일, 참여연대가 마련한 '최저 생계비로 한 달 나기 릴레이 체험'을 마친 뒤, 하루에 6300원으로 황제 식사가 부럽지 않았다고 '기염을 토'했다. 차명진 의원은 남은 돈 1000원은 사회에 기부하고 조간신문도 사고, 그래도 20원이 남았다고 자랑했다. 기함하겠다.

차명진 의원은 또 "최저생계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분들이 저처럼 될 수 있을까요" 하고 서민들을 조롱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느냐고 한 수 가르쳐 주기도 했다. '집사람이 인터넷에서 조사한 자료를 참고했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건강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했다. 그걸 자랑이라고 하나.

인터넷이 없어 물가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건강하지 않아도,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많은데 하루를 버텼다고 뿌듯해하다니. 차명진 의원의 뇌는 우리 서민들 뇌와 완전히 다른가 보다.

한 가지는 옳은 소리 했다. '단 하루 체험으로 섣부른 결론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그래, 양심은 쥐꼬리만큼 남아 있구나. 내가 그때 살기 위해 라면에 넣은 소시지와 차명진 의원이 체험하면서 먹었던 참치캔을 어찌 비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젊었을 때 살았던 그 삶보다 더한, 비정규직, 노숙자들의 삶을 어찌 하루 체험으로 짐작조차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하루 체험을 하고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사람들은 그게 '삶'이란 말이다.

그 달랑 하루 체험을 끝내고 으리으리한 집에 들어가서 부드러운 국산 쇠고기를 먹고, 보약을 먹고, 운동을 할 수 있고 아프면 아무 때나 병원에 갈 수 있는 차명진 의원 같은 형편이 아니란 말이다.

인터넷에서 차명진 의원이 밥을 먹는 사진을 보니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하다못해 그 안경이라도 실수로 깨뜨리면 다시 맞춰야 한다. 싸구려 안경이라도 3만 원 이상이다. 그 최저 생계비에서 날마다 그렇게 인스턴트 식품을 먹고 남은 돈 1000원을 한 달 동안 모아야 한다.

앗, 그러고 보니 옷도 입고 있네. 그 옷 하나로 평생을 살 수 있나? 겨울에도 그렇게 살라나? 차라리 홀딱 벗고 있으면, 아, 본래 겨울에도 옷 안 입어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내가 이해하겠다. 근데 그 옆에 있는 선풍기는 뭔가. 그 선풍기는 전기가 없어도 돌아가는 건가 보다. 세상에 이런 개그맨도 없다. 그러니 개콘에 나오는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없다 그러지. 이렇게 웃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찌 개그맨들이 나서겠는가.

차명진 의원은 최저 생계비만 올리는 것으론 답이 안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최저 생계비만 올려서는 서민들이 살아나갈 수가 없다. 그런데 차명진 의원은 그 까닭이 국가 재정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다. 아니, 복지비도 주자는 소리 아니었어? 욕 나온다. 그럼 어쩌라구?

그냥 굶어 죽으라는 말이다. 나는 그렇게 밖에 들리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민언련 기관지의 '닫는글'입니다. 아직 책으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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