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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충북 충주에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와 민주당 정기영 후보, 무소속 맹정섭 후보의 홍보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오는 28일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충북 충주에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와 민주당 정기영 후보, 무소속 맹정섭 후보의 홍보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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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 윤진식 후보에 대해서 주변의 호응은 높은 것 같은데 당락은 가봐야 하지 않겠나."

충북 충주시 주덕읍에서 만난 30대 열쇠 점포 주인은 "후보 중에 마음에 드시는 이가 있냐"는 질문에 웃으며 끝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7·28 재보선 공보물을 손에 쥔 70대 노인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기자의 질문엔 연신 고개를 끄덕였지만 끝내 손을 내저으며 집 안으로 몸을 피했다. 

6·2 지방선거에서 이시종 당시 민주당 후보를 충북도지사로 밀어 올린 충주. 대부분의 언론들은 'MB의 오른팔' 윤진식의 대세론을 점쳤지만 충주의 표심은 여전히 본심을 꽁꽁 숨기고 있었다.

후보들은 '알 수 없는 표심'의 최종낙점을 받기 위해 비까지 오는 궂은 날씨에도 23일 하루종일 충주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 후보는 유세 차량에서 내려 한 사람의 시민이라도 더 만나려 애썼다. 자신의 육성을 녹음한 유세 테이프를 틀어놓고 정작 자신은 운동화를 고쳐 매고 거리로 뛰어들었다. 그는 상가를 직접 찾아다니며 시민들의 손을 맞잡았다. "꼭 좀 찍어 달라, 이번에 국회의원에 출마한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다"고 말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윤 후보의 뒤를 쫓고 있는 정기영 민주당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상가와 경로당을 직접 방문하며 "이시종 도지사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이번 선거에서 2번을 찍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여론조사 결과 3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무소속 맹정섭 후보는 법원 사거리 등에서 연신 허리를 굽히며 운전자들과 눈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여론주도층, 윤진식 후보가 진짜 충주에 도움 되는 것 알고 있다"

충북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가 23일 지역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충북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가 23일 지역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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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시간이 없어 마지막 한 분이라도 만나야 한다"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이에 대해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충주는 이시종 도지사가 사실상 20년 동안 집권을 한 곳이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1981년 임명직 충주시장 역임 후 1995년부터 민선 1·2·3기 시장도 잇따라 역임했던 이시종 도지사는 17대 국회의원, 충북도지사 당선으로 이미 충북에서의 자신의 저력을 확인시킨 바 있다.

이 관계자는 "그만큼 이시종의 색깔이 지역에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보면 된다"며 "지난 지방선거 여론조사 때도 이호복 한나라당 충주시장 후보가 우건도 현 시장에 비해 20~30%p 앞섰지만 결국 개표 결과 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충주시의 여론주도층에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며 "(윤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지역 발전 공약에 대한 기대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정기영 후보 측이 내건 '삼총사론(국회의원이 도지사, 시장과 같은 당이 돼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정치와 자신의 삶이 밀접하다고 못 느끼는 일반 시민들은 여기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여론주도층에선 무엇이 진짜 충주시에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학연·지연·혈연 등이 강조되는 지역사회에서 여론주도층의 '인정'을 받는 윤 후보가 다른 두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하단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 "정 후보는 민주당 후보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지지율을 못 받았을 후보"라며 "맹정섭 후보가 오랫동안 충주에서 기반을 닦은 만큼 조직력이 있지만 정 후보와의 단일화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후보 결정짓지 못한 시민들 많아... 결국 인맥·학연 따라 투표?

실제로 윤 후보가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유세를 벌인 성서동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여성은 "윤진식씨가 충주가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인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윤씨가 차기 충북도지사까지 염두에 두고 나온 거라 기대를 걸만하단 얘기가 나돈다"며 "윤씨 공약대로 30대 대기업 중 3곳을 충주에 유치한다면 상권이 되살아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성서동 상가 지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30대 남성은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면서도 "윤진식 후보와 맹정섭 후보가 갈려서 내가 아는 사람들도 난리다, 지역 사회인 만큼 아는 사람, 친한 사람 쫓아서 투표하게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래 이 지역이 전통적 상권 지역이었는데 연수동으로 상권이 옮겨가고 있다, 오후 10시 30분 정도만 되면 이쪽의 옷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는 상황"이라며 "상권을 살려줄 수 있는 후보가 아무래도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충북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정기영 후보가 23일 주덕시장에서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충북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정기영 후보가 23일 주덕시장에서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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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 후보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용산동 GS마트 사거리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고 있던 허은주(38)씨는 "충주는 원래 민주당 지지가 강한 지역"이라며 "정기영 후보에 마음이 쏠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 후보를 택하기도 그렇다"고 말했다.

허씨는 "주변 사람들이 윤 후보가 낫다는 '인물론'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지방선거 때 불었던 현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후보를 결정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류면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만난 40대 여성도 "도지사, 시장이 야당이니 국회의원은 여당에게 주고,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윤 후보는 그만한 지위에 있으면서도 고향을 위해 뭐 도움 준 것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나도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다른 이들도 많이 그렇다"며 "결국 충주 사람들은 투표장에서 소신껏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 수 없는 표심'에 기대는 정기영·맹정섭

정기영 민주당 후보는 이 같은 충주 표심의 미묘함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충주사람은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며 "(윤 후보가 선두로 나온)여론조사도 알고 보면 응답률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맹정섭 후보와의 단일화의 효과에 주목했다. 정 후보와 맹 후보는 오는 25일을 기점으로 '반(反) 윤진식'을 모토로 하는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정 후보는 "저로 단일화될 경우 맹 후보의 표가 저에게 오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번 단일화는 정체성이 같은 후보 간의 연합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서민경제와 지역을 망친 윤진식 후보에 대한 심판론의 연합"이라며 "시민들을 만나보면 실제로 심판론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북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맹정섭 후보가 23일 법원로터리를 지나는 차량 운전자를 향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충북 충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맹정섭 후보가 23일 법원로터리를 지나는 차량 운전자를 향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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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정섭 후보도 "윤 후보의 공약은 지난 4·9 총선 당시의 공약을 그대로 갖고 온 '빈' 공약들"이라며 "세 번의 토론회를 통해 윤 후보가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음을 안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 윤진식' 후보들의 이런 주장은 어느 정도 시민들의 공감도 이끌어내고 있었다. 또 몇 차례 열렸던 토론회에서의 '윤진식 때리기'도 서서히 효과를 나타나고 있었다.

충주 주덕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강윤희(55)씨는 "정 후보가 사람이나 능력은 나무랄 데가 없는 후보"라며 "그가 앞서 있었던 선거에서 떨어졌던 것은 돈줄이나 배경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강씨는 특히 "서울에서 온 윤 후보가 우세하다고 하지만 경력이나 돈줄에서 빵빵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것보단 사람 됨됨이가 돼야 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주덕시장에 장을 보러 온 정아무개(66)씨도 "정 후보의 '삼총사'론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이는 윤 후보가 의원이 돼야 시가 발전한다고 하는데 도지사, 시장과 함께 힘을 합쳐야 지역이 발전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성서동 상가 거리에서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28)씨는 "솔직히 세 후보 모두 마음에 완전히 들진 않지만 2번 후보를 찍으려 한다"며 "한나라당 후보보단 언변이 조금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충주, #7.28 재보선, #윤진식, #이시종, #정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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