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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9월 '구설수'에 휘말려 한국을 떠났던 재범이 영화 <하이프네이션> 촬영을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 해 9월 '구설수'에 휘말려 한국을 떠났던 재범이 영화 <하이프네이션> 촬영을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
ⓒ 워너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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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어떤 아이돌 가수를 보더라도 팬덤을 등에 업고 스타가 될 수밖에 없다. 팬들이 스타의 스타성을 만들어주는 거다. 재범은 그 정점에 있다."

김성윤 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의 말이다. '싱글앨범 <믿어줄래>, 서태지·태양 제치고 발매 하루 만에 2만 장 판매, 서울 팬미팅 1차 티켓 오픈 30분 만에 매진, 국내 최대 기획사 싸이더스 HQ와 전속 계약.'

지난 6월 18일, 한·미 합작영화 <하이프네이션> 촬영을 위해 한국에 돌아온 재범의 행보가 연일 검색어 순위 상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재범은 오는 8월 말 서울 팬미팅을 시작으로 아시아 8개국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드라마 출연설도 나오고 있다.

"팬들이 만들어주는 스타의 '스타성', 재범은 그 정점에 있다"

박재범의 <믿어줄래> EP
 박재범의 <믿어줄래>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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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현재 재범이 보여주고 있는 일명 '재범 효과'는 상당부분 재범 팬덤이 만들어낸 성과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재범이 복귀하는 데 (재범의 팬덤이) 많은 힘을 실어줬고 여론형성에도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재범이 올린 유투브 영상의 조회수를 올리고 음반·음원을 구매하고 각종 투표에 참여하면서 재범 팬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화력'(팬덤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 음반 판매량이다. 사실, 재범의 첫 싱글앨범 <믿어줄래>는 팬서비스 차원에서 만든 음반이었다. 수록곡은 B.O.B의 '낫싱 온유'를 리메이크 해 한국어 가사를 붙인 타이틀곡 '믿어줄래', 영어버전인 'Count on me' 그리고 리믹스 버전 3곡이었다. '첫 솔로앨범'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걸기에는 이벤트성이 강했다.

하지만 <믿어줄래>는 발매 이틀 만에 국내 연간 음반 판매 9위에 올랐다. 데뷔 한 지 2년도 안 된, 실제 국내 활동 기간은 1년밖에 안 되는 재범 팬덤의 '결집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한 수동적 소비자 아닌 적극적 '프로슈머'가 된 팬덤

기획사에 의해 발탁되고 훈련되고 '운영'되어지는 것이 아이돌이라면, 지난 2월 재범은 그 기획사로부터 터 '팽' 당했다. 그것이 누구의 잘못이든 한마디로 '버림'받았다. 그것도 '밝힐 수 없는 심각한 사생활 문제'라는 꼬리표까지 달고 말이다.

팬덤의 '화력'을 통해 재범의 '상품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여기에서 나왔다. '버려진 아이돌'이었던 재범에게 '상품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가 여전히 '팔리는 아이돌'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재범 스스로가 가진 '상품성'도 있었다. 이동연 교수는 "재범이 2PM탈퇴한 후 연예기획사 수십 군데에서 물밑작업을 한 이유는 (탈퇴를 했어도) 상품가치는 죽지 않을 거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범의 이러한 '상품가치'는 팬덤을 만나 더욱 강화되었다. 그 결과,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고, 앞으로 어떠한 좋은 기회를 얻게 되든지 모두 여러분 덕분"이라는 재범의 말처럼, 재범은 다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대중문화의 단순한 '소비자'였던 팬덤이 이제는 '버려진 아이돌'도 다시 살려내는 '생산자'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이제는 팬덤이 단순한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문화 생비자' 즉, 프로슈머로 등장했다"며 "재범 같은 경우에도 2PM으로부터 영구탈퇴 되고 소속사가 바뀌었지만 (재범의 팬덤이) 자기가 좋아했던 그룹의 리더였던 그를 다시 무대에 불러 모으게 하는 데 실제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차분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주는 팬질하는 '할매미 팬들'

재범 팬덤이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재범 팬들이 다른 아이돌 팬덤에 비해 비교적 연령대가 높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재범 팬들은 스스로를 '소녀팬'이 아닌 '할매미(나이 많은 여성팬)팬'이라 부르기도 한다. 21일 현재 재범의 서울 팬미팅 예매자 정보를 보면, 20대가 58.1%, 30대가 22.3% 그리고 40대가 11.1%를 차지한다. 티켓 가격이 5만 원대 이상인 이유도 있겠지만, 10대는 8.6%에 불과하다.

한 재범 팬이 만든 '할매미 기준표'. 대부분이 20대 이상인 재범 팬들은 스스로를 '할매미(나이가 많은 여성팬)'라 부른다.
 한 재범 팬이 만든 '할매미 기준표'. 대부분이 20대 이상인 재범 팬들은 스스로를 '할매미(나이가 많은 여성팬)'라 부른다.
ⓒ DC 박재범 갤러리, shamp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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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연 교수는 "20대 이상 팬들은 감성적으로 움직이는 10대보다는 재범에게 어떤 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줄 안다"며 "적극적으로 음반을 구매하거나 공연에 참여하거나 개인차원에서 홍보하면서 차분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팬질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2PM부터 시작된 '누나 팬덤'은 직업을 갖고 있거나 돈을 벌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시장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팬덤이 '화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획사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1차적으로는 팬들의 영향이 컸지만 싸이더스 HQ의 보이지 않는 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형연예기획 자본의 영향력이 재범효과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싸이더스 HQ는 재범이 한국에 돌아오기 전부터 '물밑접촉'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만약 재범이 작은 연예기획사에 소속이 됐으면 이렇게 복귀하고 나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을까"라고 반문하며 "(재범효과를) 순전히 팬덤의 영향력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범을 먹여 살리는 건 팬들이지만 앞으로 재범의 활동을 프로모션하고 무대를 보장해주는 건 기획사"라며 "어느 기획사에 속해있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이맬이(매일매일이) 걍(그냥) 감사하다고만 튀잇(트윗)하고싶네요~"

한국에 돌아온 다음 날, 재범이 서툰 한국어로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감사의 글'이다. 강력한 팬덤, 대형 소속사. 쫓기든 한국을 떠난 지 9개월 만에 돌아온 그가 얻은 것이다 . 이제, '공'은 다시 재범에게로 넘어갔다. 재범이 앞으로 보여줄 '컨텐츠'는 무엇일까.


태그:#재범, #박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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