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광재를 지키는 일이, 강원도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입니다!"

 

국회의원 출사표를 던진 배우 최종원은 땡볕 아래서 외쳤다. 19일 오후 2시, 강원도 영월군 농협 사거리 앞에 모인 200여 강원도민들은 부채질을 잠시 멈추고 박수를 보냈다. 한 70대 노인은 돋보기안경을 벗고 땀을 훔치며 외쳤다.

 

"그럼! 우리 광재... 불쌍한 우리 광재 도지사 해야지!"

 

배우 최종원의 고향은 강원도 태백이다. 젊은 시절, 잠시 광부로 일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는 강원도 정선 폐광촌에 '까망 예술인촌'을 조성하기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국회의원 후보' 명함을 들고 정신없이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배우 최종원의 국회의원 도전 "나를 당선시키는 게 이광재 지키는 일"

 

최종원 후보는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이곳은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17, 18대 연이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곳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이광재'가 강원도지사에 출마하면서, 보궐 선거를 치르게 됐다. 그리고 이광재 측근 최종원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 지역을 누비고 있다.

 

최 후보는 '이광재 지키기'를 전면에 내걸었다. 선거 유세 차량에 이광재 강원도지사 얼굴을 크게 새겼다. 그리고 "우리가 이광재를 지켜냅시다!"라는 글귀도 넣었다. 선거 현수막에도 똑같은 문구와 함께 이 지사의 얼굴을 새겼다. 한마디로 여기서 '여기도 이광재, 저기도 이광재'다.

 

유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날 영월에서 마이크를 잡은 최 후보는 "강원도민의 엄청난 사랑으로 도지사가 된 이광재가 직무정지라는 있을 수 없는 일을 겪고 있다"며 "나 최종원을 당선시키는 일은 바로 강원도민의 변함없는 뜻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외쳤다.

 

이어 최 후보는 "내가 당선되면 도지사 이광재와 손잡고 태백·영월·평창·정선을 관광과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며 "태백·영월·평창·정선은 도대체 언제까지 폐광촌의 아픔만 이야기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 후보는 "오랫동안 배우로 살면서 늘 무대에서 진실했다"며 "어느 장관처럼 100억 넘는 재산을 끌어안고 살지도 않아, (가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말로 풀이된다.

 

최 후보는 '까망 예술인촌' 조성 문제로 유 장관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다. 최 후보가 2005년부터 추진한 이 사업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유 장관이 현장 답사를 한 뒤 '광산 테마 파크'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명숙 지원 유세... '불어라, 이광재 바람'

 

이에 대해 최 후보는 작년에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유 장관을 겨냥해 "문화예술인들이 몇 년 동안 준비하고 지역주민들도 동의한 사업을 문화부가 단 몇 개월 만에 협의도 없이 변경할 수 있느냐"며 "이는 결국 김대중-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던 나에 대한 치졸한 보복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한명숙 전 총리도 영월을 찾아 최 후보를 지원했다. 한 전 총리 역시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텃밭이었는데,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강원도민들이 이광재를 당선시켜 선거혁명을 일으켰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이 지사의 손과 발을 묶어 집무실에도 못 들어가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 전 총리는 "이명박 정권의 탄압으로 강원도민은 좋은 일꾼을 잃었고, 자존심이 꺾였다"며 "이번 보궐 선거는 이 지사에게 가해진 탄압을 풀어낼 절호의 기회"라고 최 후보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이런 '이광재 지키기'는 최 후보와 민주당의 선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 지사는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강원도의 아들'로 통한다. 이 지사는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이 지역에서만 60~70%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결국 '이광재 지키기'는 지역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자, 한나라당이 강한 강원도에서 민주당의 깃발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반면, 최 후보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염동열 한나라당 후보는 '지역 일꾼론'을 적극 내세워 '光풍(이광재 바람)'에 맞서고 있다. 염 후보는 평창 출신으로 대한석탄공사 감사를 지냈다. 그는 "1987년부터 강원도 동계올림픽 유치를 주장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염 후보도 19일 영월군에서 유세를 벌였다. 그는 중앙당의 지원 유세는 없었지만 시장 골목은 물론이고 김삿갓면사무소 소재지 등 산간 마을을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했다. 염 후보는 유권자들을 만날 때마다 허리를 깊이 숙여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일꾼으로서 중앙과 소통해 지역을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염동열 후보 "이광재 바람만 잘 차단하면..."

 

염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인지도에서 최 후보에게 약간 밀리는 게 사실이지만 이광재 바람만 잘 차단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염 후보는 "태백·영월·평창·정선의 면적은 서울의 약 6.8배에 달해 지역 주민들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며 선거운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 후보 역시 "지역이 워낙 넓어 사하라사막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염 후보와 최 후보는 공통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염 후보는 태양광 중심의 신소재 산업 육성과 덕포비행장 이전 추진 등을, 최 후보는 관광·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강원일보>와 GTB강원민방이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TNS 리서치 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각 선거구별로 19세 이상 도민 70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 결과, 최 후보가 지지율 42.9%를 기록해 염 후보(29.9%)를 13%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

 

당선 유력 후보 조사에서도 최 후보가 30.9%를 기록해 21.3%에 그친 염 후보를 9.6%p 앞섰다. 하지만 '모름'을 답하거나 응답하지 않은 유권자가 47.8%에 달해 부동층 공략이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태백·영월·평창·정선을 합쳐 '태영평정'이라고 부른다. 이곳을 평정하는 일은 다시, 이광재냐 이광재가 아니냐의 대결이기도 하다.

 


태그:#최종원, #염동열, #재보궐 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