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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의 생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됩니다. 돈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거나, 그로 인해 가계가 파산하는 불행은 없어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합의만 하면 아주 쉽게 우리는 질병과 의료비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에 이어 의료복지 혁명을 위한 시민운동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이번 운동은 건강보험 한 가지만으로 모든 의료비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 1인당 평균 1만1000원을 더 부담해, 보편적 복지를 이루겠다는 것. 이른바 '1만천원의 기적'이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함춘회관에서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약칭 건강보험하나로 시민회의)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회의 준비위원을 비롯해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6월 9일 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시민회의는 이후 일반 시민 등을 대상으로 발기인을 모았다.

 

황기우 시민회의 총무위원은 "이번 운동을 처음으로 제기한 이후 한달여 만에 1100여만 원의 성금과 함께 1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속초에서 온 모녀 "역사적인 장소가 되지 않을까 해서 왔다"

 

이날 행사는 당초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장마전선으로 영향으로 이날까지 서울 등지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출범식 행사는 자연스럽게 마로니에 공원 주변의 서울대 함춘회관으로 바뀌었다.

 

오후 4시30분께, 시민들이 하나 둘 회관 내 가천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입구에서는 출범식을 기념하는 티셔츠가 걸려 있었다. 판매 가격은 1만1000원. 행사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료 인상분을 상징적으로 의미하도록 셔츠 가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앞으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를 널리 알리겠다"며 "오늘부터 수다쟁이가 되겠다"고 말했다.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저자로 잘 알려진 정승일씨 역시 "가족의 한 사람으로 왔다"며 "우리들의 어머니, 이모, 노인 분들이 아플 때마다 한 번에 몇 천 만원씩 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참석자도 있었다. 바로 김영희(45), 정은임(16) 모녀. 이들은 강원도 속초에서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급히 상경했다. 정은임양은 또렷한 어조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관련 기사를 봤다.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어머니도 (기사를) 보셨다며 발기인으로 참가하자고 하셨다"고 말했다. 어머니인 김영희씨가 "(오늘 참석은) 아침에 결정했다. (이 곳이) 역사적인 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회자로 나선 개그맨 노정렬씨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진작부터 있어야 하는 사회복지 시스템이다"라며 "공공성 강화를 말하는 것을 좌파이념이라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좌, 우를 떠나 뜻만 있다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서 죽거나 (병원비 때문에) 허리가 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도 하시고, 지지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좋은 보험 있으면 소개시켜 줘, 국민건강보험!"

 

오후 5시께, 인디 뮤지션 dub의 공연으로 출범식이 시작됐다. 그는 무대에 올라 "날씨는 흐린데 여러분의 표정은 밝다"며 "풀뿌리 시민의 힘으로 복지국가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30여 분간 '희망가', '어머니와 고등어'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돋웠다. 참석자들은 장단을 맞추거나 박수를 치며 경청했다.

 

공연 후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영화배우 권해효씨 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왔다. 영상 안에서 그들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출범을 축하하며 앞으로 이 운동이 성공적으로 이어져 나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황민호 시민회의 준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경과보고를 마친 후 "오늘을 시작으로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들불처럼 일어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 창극단의 윤석안씨의 창 공연이 있었다. 그는 창을 개사하여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당위성을 설파하며 때때로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병원비 의료불안 걱정 속에 우리 국민 애타는 마음 정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무책임하게 있으니 우리 오등 한 마음으로 국민건강보험을 하나로 만드세." 그는 참석자들에게 "건강보험"을 선창하게 한 후 "영원하라"고 외치며 공연을 마쳤다.

 

이어 두 명의 시민이 단상에 올랐다. 먼저 "38세에 딸 셋을 둔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진석씨는 "2004년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진단을 받고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얼마나 될까 걱정돼 계산기부터 두드렸다. 가장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만 받을 세상을 꿈꾼다"며 "좋은 보험 있으면 소개시켜 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노래한 후 발언을 마쳤다. 이어 안진숙씨는 "서초구에 살면서 나름 중산층이라고 자부했는데, 노후 등에 대한 준비를 전혀 못했다. 그래도 살면 잘 살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참여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건강공화국이다. 모든 병원비는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공연이 끝난 후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대표단과 준비위원, 그리고 시민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11m의 펼침막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그 동안 노정렬씨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서 제정한 '대한민국 건강헌법'을 낭독했다. "대한민국은 건강공화국이다. 모든 병원비는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한다."

 

최병모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이사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이번 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이제 남은 것은 치열한 고민과 실천"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이어진 선언문 낭독에선 두 명의 시민이 단상으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았다. 선언문이 낭독되는 동안, 참석자들은 조용히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선언문 낭독 후, 노정렬씨는 마무리 발언에서 전 대통령들의 성대모사를 통해 "건강해야 행동하는 양심도 될 수 있다. 정파나 진보, 보수를 떠나 원칙과 상식대로 해야 한다"며 "모든 건강보험은 국민건강 보험"이라 외쳤다. 이 말을 받아 참석자들이 "하나로, 하나로, 하나로"라고 연호했다. 박수가 터졌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출범식은 이렇게 끝났다. 이후 최병모 이사장은 이 날의 출범식을 "무상급식, 무상보육과 함께 보편적인 복지국가의 관문으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평했다.

덧붙이는 글 | 이미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국민건강보험, #시민회의, #출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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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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