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7월 1일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한도제)가 강행되면서 노동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복수노조 허용과 타임오프제를 추진하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일각에서는 "결국 눈엣가시인 현대차노조와 기아차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었다.

 

기아차노조는 타임오프제가 강행되자 지난 6월 24일과 25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재적 대비 65.7%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하고 오는 16일 오후 2시 경기도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 쟁대위를 열고 향후 파업 일정 및 수위를 논의하기로 하는 등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13일 사측과 10차 본교섭을 열었지만 회사 측이 제안한 임금 6만8000원 인상, 성과급 300%+200만원 제시에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하지만 타임오프와 관련한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협상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타임오프로 가장 저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던 현대차노조가 조용한 이유가 뭘까? 우선 현대차노조의 경우 지난해 임단협에서 내년 3월까지 타임오프를 적용하지 않기로 해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는 어떻게 될까? 현대차노조 내부에서 타임오프에 대한 우려가 높다. 현 집행부보다 일선 노조 조직에서 더 그렇다. 현대차노조 전직 간부와 대의원 및 조합원 등으로 구성돼, 최근 매체 발간 등으로 제2민주노조운동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제2민주노조운동실천단' 하부영씨(전 민주노총울산본부장)는 이에 대해 "내년 4월이면 관리자 천국, 조합원 지옥의 시대가 온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현재 타임오프제에 대처하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민주노총 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노사가 대립하는 가운데 현대차지부는 전국 쟁점이 되고 있는 타임오프제와 노동기본권 사수투쟁 등에서 금속노조 투쟁과는 완전히 비켜서서 독자노선처럼 나 홀로 교섭을 계속하며 하기휴가 전 타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차노조에 타임오프가 적용돼 노조 활동이 사실상 마비되고 있고, 심지어 노조사무실 인터넷 지원까지 끊기지 않았나. 현대차노조가 기아차노조에 힘을 실어주면서 실질적인 대처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 현재 현대차노조 조합원들 분위기는 어떤가? 

"한 조합원이 내게 '민주노총에서 제일 큰 맏형이고 종가집이나 마찬가지인 현대차지부가 이럴 때 크게 치고 나가면 전국투쟁에 불을 당길 것인데 이름값도, 덩치 값도 못한다'고 비판하더라.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불안 분위기가 감지된다. '기아차지부가 무너지는데 내년에 현대차지부만 혼자 살아 남을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차노조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 현대자동차 노조원이면서 일자리 나누기 등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제2민주노조운동실천단의 입장은 어떠한가?

"타임오프제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노조를 말살하려는 것 아닌가. 현대차노조는 물론 노동계 전반에서 타임오프 저지 투쟁이 크게 조직되지 못해 답답하다. 사실 노동계는 현대차지부가 이명박 정부에게 큰 획을 긋는 투쟁이나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봐도 못 본 체 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현대차노조를 두고 '너희들만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두고 보자'는 원망이 쏟아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현대차그룹이 올해 기아차노조를 때려잡아 무력화시킨다면 내년에는 현대차지부를 때려잡을 것이라는 건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기아차는 전임자나 교육위원을 18명으로 줄이고 완전 패배하여 노조활동 자체를 할 수 없는 지경인데 현대차만 예쁘게 봐줄 리 만무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아차지부가 어려울 때 외면하고 있다가 현대차지부가 내년에 어렵다고 연대투쟁을 요구하면 누가 곱게 봐주겠나."

 

-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당장 전면파업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선 기아차노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플래카드도 걸고 격려해 줘야 한다. 전혀 해주는 게 없어 안타깝다. 또한 현대차노조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내 제조직과 집행부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현대차의 타임오프를 어떻게 예측하나

"현재 기아차지부는 전임자 무급뿐만 아니라 현장활동을 책임지는 대의원들에게까지 조합활동사전신청서를 작성케 하고 부서장 결재를 받으라고 한다. 즉 자리를 뜨면 무단이탈이라 움직이지 못하게 강제하고 있다. 조합원 교육도 무급이라서 노조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타임오프제도로 민주노조운동이 다 무너져 가는데 현대차노조 집행부는 '우리는 내년 3월이다', '기아차도 파업을 안 하는데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냐'며 애써 피하고 외면하고 있다. 과연 이게 남의 일일까.

 

조합원들은 알고 있다. 노조가 무너지고 현장에서 대의원들이 움직이지 못하면 조합원들도 움직이지 못하고 노예와 같은 상태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을. 지난 98년 정리해고 사태가 이를 잘 말해준다. 당시 노조가 패배하고 공장 간 이동과 회의 참석까지 허용을 표시하는 패찰을 착용해야 움직였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이쪽에서 남으니 저쪽 부서로 전환배치한다며 사람을 찍어서 보내도 말 한마디 못했다."

 

- 옛 동지였던 현대중공업노조가 타임오프제를 수용했는데.

"전국의 단체교섭은 노동부의 타임오프제 강행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적용 엄포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전임자 축소와 타임오프제를 수용하는 것으로 발표했음에도 7월1일 전임자를 15명으로 축소하고, 15명은 노조 조합비로 부담하겠다는 반노동자적, 전국 투쟁전선에 찬물을 끼얹는 기자회견을 다시 했다. 이는 이명박 정권과 노동부의 첨병임을 자청하고 나서는 반 노동자적 행태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이럴 경우 딱 맞다.

 

기아차지부 타임오프제 시행내용을 듣는 현대차 관리자들은 아마 씨익 웃을 것이다. 내년만 되면 기아차처럼 현대차도 마음대로 보복이 판치는 관리자 천국, 조합원 지옥의 시대가 온다는 걸 알고 있다. 현대차에도 87년 이전의 노예노동 상태가 불과 8개월 뒤에 다가오고 있다. 지금 기아차지부와 연대하지 못하면 그때 가서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다. 회사는 하나, 노조는 둘로 갈라져 각개격파 당하게 된다."


태그:#현대차노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