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와대며 국토해양부 등에 탄원서를 보내도 모두 한국수자원공사(수공)에 이첩했다는 답변뿐이다. 수공은 침수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하고, 객토할 물량만 줄 수 있다고 한다. 합천보 때문에 지하수위가 상승해 농작물 피해가 뻔한데, 농지리모델링사업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누락된 것이다. 국책사업이라는 4대강 정비사업이 이래도 되는 거냐?"

경상남도 합천군 청덕면 삼학리~창녕군 이방면 죽전리를 연결하는 4대강 정비사업 낙동강 20공구 합천보(높이 9m, 길이 593m, 관리수위 10.5m)의 구조물이 올라가면 갈수록 3km 가량 위쪽에 있는 합천군 덕곡면 덕곡리 주민들의 불안감도 함께 올라간다.

합천군 덕곡면 마을 주민들이 '율지.학리들'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주민들은 합천보로 인해 지하수위가 상승하거나 침수되면 농작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합천군 덕곡면 마을 주민들이 '율지.학리들'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주민들은 합천보로 인해 지하수위가 상승하거나 침수되면 농작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합천군 덕곡면의 낙동강을 가로 질러 건설된 '율지교'다. 낙동강 건너편에는 준설공사가 한창이다.
 합천군 덕곡면의 낙동강을 가로 질러 건설된 '율지교'다. 낙동강 건너편에는 준설공사가 한창이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걱정이 태산인 합천 덕곡면 덕곡리·율지리·학리·병배리·포두리 주민들은 주로 '율지·학리들'에서 농사를 짓고 산다. '율지·학리들'은 옆에 회천강․덕곡천이 흐르고 앞쪽에 낙동강이 흐른다. 이 들판은 3개의 강을 끼고 있는데, 회천강·덕곡천은 낙동강과 합류하는 구조다.

'율지·학리들'에는 300여 가구 농민들이 벼농사와 시설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마늘과 양파, 감자, 수박은 전국에서도 이름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태풍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 때 들녘이 침수되어 피해를 입기도 했다. 낙동강과 붙어 있고, 집중호우 때 침수가 잦은 들판이다. 평소에도 들판 또랑에는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주민들은 4대강정비사업의 농지리모델링사업 대상에 당연히 포함되는 줄 알았는데 빠진 것이다. 뒤늦게 그같은 사실을 안 농민들은 '합천보 설치에 따른 덕곡면 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서재천)를 결성했다.

피해대책위는 청와대 등 관련 기관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고, 한국수자원공사를 찾아가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 경상남도, 한국농어촌공사는 합천보로 인한 지하수 영향은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신에 한국수자원공사는 객토한다면 흙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합천군 덕곡면 주민들은 합천보로 인해 들판의 지하수위가 상승하거나 침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제방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제방이며, 오른쪽 들판이 '율지.학리들'의 저습지다.
 합천군 덕곡면 주민들은 합천보로 인해 들판의 지하수위가 상승하거나 침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제방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제방이며, 오른쪽 들판이 '율지.학리들'의 저습지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합천군 덕곡면 '율지.학리들'에는 합천보로 인해 상당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합천군 덕곡면 '율지.학리들'에는 합천보로 인해 상당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피해대책위 "왜 농지 리모델링에서 제외됐나" 분노

피해대책위는 합천보 관리수위가 10.5m로 최대 담수하면 덕곡면 율지리·병배리·학리·포두리 일대 저지대 농지의 지하수위가 상응해 직·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율지·학리들'의 표고(E․L) 높이는 112~13.5m 정도다.

피해대책위는 탄원서에서 "합천보 건설 이후 몇 년 뒤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더니 '정부에서 알아서 보상해 줄 것'이라고 하여 고성이 오고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인근 창녕 이방면 등 곳곳에서는 농지리모델링사업 지구에 해당되어 땅을 높이는 공사가 한창인데, 왜 '율지·학리들'은 제외되었느냐며 분개하고 있다.

피해대책위는 "이 들판은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수위가 현재보다 5~6m 상승됨으로 인해 합천보 건설 뒤 옥토가 습지로 변하는 대규모 재난이 닥칠 것"이라며 "물이 차면 특용작물은 되지 않는다. 저지대는 농지리모델링에서 제외되고 훨씬 높은 다른 지역은 포함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합천군 덕곡면 소재 '율지.학리들'은 평소에도 도랑에 물이 내려갈 정도다. 주민들은 합천보로 인해 이곳 농경지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천군 덕곡면 소재 '율지.학리들'은 평소에도 도랑에 물이 내려갈 정도다. 주민들은 합천보로 인해 이곳 농경지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서재천 회장은 "감자, 수박 등 농작물의 품질이 좋은데 그만큼 옥토다. 합천보 때문에 지하수위가 올라가면 농작물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걱정이다"고 말했다.

덕곡면청년회 전정휘 회장은 "이 들판은 대부분 사질토다. 지난 봄에 비가 많이 내려 감자 농사를 망쳤다. 수박과 양파는 뿌리를 깊게 뻗는데, 지하수위가 상승할 경우 바로 농작물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측량을 다시 해보자고 해도, 설계변경을 다시 해달라고 해도 정부측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덕곡면발전협의회 정수동 총무는 "농지리모델링사업 대상에서 덕곡면 일대는 누락된 것이다. 벼농사만 짓는다고 하면 모르겠는데, 특용작물은 바로 영향을 받는다"면서 "정부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난 것"이라도 주장했다.

주민들은 영농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주민들은 덕곡면 일대의 지하수위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합천보 높이를 낮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합천군 덕곡면 들판.
 합천군 덕곡면 들판.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수자원공사 "객토 물량은 줄 수 있다" ... 관계 기관 서로 미뤄

한국수자원공사 등 관계 기관은 덕곡면 일대 들판은 합천보로 인해 지하수위의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농지리모델링사업 지구 선정에 대해서는 서로 떠넘기고 있다.

경남도청 국책사업지원과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는 농지리모델링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것인데, 그 결정은 경남도가 하는 게 아니고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에서 지정하기에 건의가 들어와 보냈고, 수공에서는 객토를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 경남도가 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 수공에서는 덕곡면은 합천보의 지하수위와 관련이 없다고 한다. 농지리모델링사업은 지하수위와 관계없이 하는 사업이다. 지하수위의 영향이 있다 없다기보다 주민들의 민원 사항이 발생해서 건의했는데, 성토 내지 복토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합천보 공사 현장으로 고정보의 구조물이 세워지고 있다.
 합천보 공사 현장으로 고정보의 구조물이 세워지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피해대책위가 낸 탄원서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답변서를 통해 "50cm 정도 객토를 위한 물량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합천보 규모 축소나 농지리모델링사업 대상 포함은 들어주지 않겠다는 것.

한국수자원공사 조성술 팀장은 "설명회도 열어 설명했는데, 덕곡면의 민원은 보 설치와 관련이 없다. 농지리모델링사업은 농어촌공사와 경상남도에서 지정하는 것이고,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설토를 주겠다"면서 "덕곡면 일대는 농지리모델링사업에 포함되었으면 괜찮을 것인데 누락됐다. 수자원공사에서 누락시킨 게 아니고, 자치단체와 농어촌공사에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하수위 상승에 대해, 그는 "합천보도 함안보(함안보 하류에 위치)와 마찬가지로 각 공부별로 지하수 영향을 조사했는데, 덕곡면 일대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원래부터 덕곡면 일대는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합천군 덕곡면 주민들은 합천보로 인해 지하수위 상승 등의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 위는 '위치도', 아래는 '평면도'.
 합천군 덕곡면 주민들은 합천보로 인해 지하수위 상승 등의 피해를 입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사진 위는 '위치도', 아래는 '평면도'.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박창근 교수 "합천군 덕곡면 일대는 합천보로 침수"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합천보로 인해 덕곡면 일대가 침수된다고 보고 있다. 박 교수는 "4대강사업의 마스터플랜은 2개 종류가 있는데, 공개된 마스터플랜과 비공개 마스터플랜으로, 비공개 마스터플랜에 보면 합천보로 인해 5km²가 침수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언급한 '비공개 마스트플랜'에 대해 정부측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마스터플랜 초안 자료'이며 초안 자료의 오류를 바로잡아 마스터플랜 최종본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일 합천군 덕곡면을 찾아 주민들을 만난 박창근 교수는 "수자원공사에서 설명회를 한 자료를 보면 덕곡면의 경우 지하수위의 예측이 잘못됐다. 덕곡면 일대는 침수된다. 침수 면적은 120만평 정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덕곡면 일대의 침수를 막기 위해서는 합천보를 낮추든지, 보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면서 "침수 문제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경남연대 이경희 공동대표는 "수자원공사에서는 합천보로 인한 덕곡면 일대의 침수나 지하수위 상승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객토를 할 수 있다고 한 게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조성술 팀장은 "덕곡면 일대가 침수된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 마스터플랜에는 그런 게 없다. 비공개 마스터플랜이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밝혔다.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일대는 이전부터 우수한 농작물이 많이 생산되었다. 사진은 '밤마리오광대' 발상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밤마리 주막'의 모습.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일대는 이전부터 우수한 농작물이 많이 생산되었다. 사진은 '밤마리오광대' 발상지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밤마리 주막'의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태그:#4대강정비사업, #합천보, #낙동강, #한국수자원공사, #박창근 교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