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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나. A씨(여성)는 B씨(남성)의 회사에서 회계·경리 등의 일을 담당하면서 12년 이상 근무했다. 그런데 어느 날 B씨가 A씨에게 "여생을 같이 할 의사가 확인되면 1억을 지급하고, 정식으로 동거하면 4억을 지급하는 것과 함께 매월 5백만 원을 생활비로 지급하겠다"는 제안이 담긴 편지를 건넸다. 이는 성희롱일까.  

질문 둘. 자동차 영업소에서 근무하는 A씨(여성)는 동료인 B씨(여성)에 대해 "(B씨가) 남자직원과 모텔에 가는 걸 봤다, 사진도 있다, 과거에도 다른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했다"는 소문을 내는가 하면, 이러한 이유로 B씨와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탄원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이는 성희롱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둘 다 성희롱이 맞다. 첫 번째 사례에서 A씨는 "돈에 팔려가는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B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B씨에게 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다음 사례 역시, 인권위는 직장동료 A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동성간 성희롱'을 인정한 것이다. 

성희롱 66%, 직장 내 상하관계에서 나타나

성희롱·성차별 시정업무가 인권위로 통합된 지 5주년이 됐다. 정부의 차별시정기구 일원화 방침에 따라 그동안 인권위와 (당시) 여성부에서 담당해오던 성차별·성희롱 시정업무가 인권위로 일원화 된 것이 2005년. 이후 진정접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0년 5월 현재까지 진정된 성희롱·성차별 진정접수 누적건수는 총 1186건이다.

특히, 2004년 29건에 불과하던 성희롱·성차별 진정접수가 시정업무가 일원화된 2005년에는 118건으로 급증한 것이 눈에 띈다. 인권위는 8일 "성희롱·성차별 시정업무 통합 이후 진정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2년 단 1건에 불과했던 성희롱 진정건은 2009년는 170건으로 급증하더니, 2010년에는 단 5개월 만에 81건이나 접수됐다.

인권위에 진정된 성희롱 사건을 보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97.3%(716건)였다. 이 가운데 직장 내 상하관계에서 나타난 성희롱이 전체의 66%를 차지해, 성희롱이 직장 내 권력관계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음 사례를 보자.

2008년, 초등학교 교사이자 정보부장인 A씨는 민간업체에서 파견되어 컴퓨터 보조교사로 근무하던 B씨에게 회식을 제안했다. 회식자리에서 A씨는 B씨의 손과 어깨, 등을 만졌다. 입술에 손을 대기도 했다. 이날 함께 회식을 하던 다른 보조교사가 A씨의 행위에 충격을 받아 다음날 직장을 그만두면서 이를 교감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A씨는 B씨에게 누가 회식사실을 학교에 알렸는지 추궁하는가 하면서, B씨에게 연필을 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이에 인권위는 A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인정하고 징계를 권고했다.

'신체적 성희롱'과 '언어적 성희롱', 거의 같은 비율로 발생

또한 성희롱은 신체적 성희롱(35.6%)과 언어적 성희롱(33.3%)이 거의 같은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주유소 선임직원인 A씨는 직장동료에게 신입직원인 B씨를 가리키며 "그 여자는 내 것이니까 건들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B씨가 마시는) 콜라에 약을 타서 어떻게 해보자"라는 말을 했다. 인권위는 "비록 A씨의 언동이 B씨에게 직접 행해진 것이 아니라 해도 B씨가 성적농담의 대상이 된 순간 동등한 인격체의 직장동료로 간주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와 같은 이야기가 B씨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고 근로환경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B씨에게 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한편, 이날 인권위는 "2010년 5월까지 성차별 사건 426건, 성희롱 사건 704건 등 총 1130건의 진정을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 중 시정 권고, 당사자 간 합의, 조정 등 권리구제가 이루어진 경우가 21.2%에 이르고, 조사 과정에서 자체 시정이 이루어진 경우도 14%에 이른다"며 성희롱·성차별에 대한 권리구제의 효과성이 높았다고 자평했다.


태그:#성희롱, #국가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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