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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무더운 여름 낮, 안성시 문화관광해설사인 황규환(66)씨를 만나기 위해 한 시간을 걸어서 석남사에 도착했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서다.

 

문화관광해설사에 대한 두 가지 편견 깨져

 

그를 만나니 문화관광해설사(이하, 해설사)에 대한 생각이 두 번 깨진다. 석남사에 있는 해설사는 석남사를 소개만 하면 된다는 생각부터다.

 

"석남사는 단순히 매개체죠. 석남사를 통해 안성 전체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것이 해설사의 일입니다. 그러자면 석남사만 알아선 안 되겠죠. 안성의 역사와 문화 전반을 알아야 합니다."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명함에도 '석남사 문화관광해설사'가 아니라 '안성시 문화관광해설사'로 돼있을 터. 실제로 그와의 만남에서 안성 전체의 역사에 대해 세세한 것까지 한참을 들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해설사는 옛것만 소개하는 게 아니란다. 지나간 역사만 소개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 안성 역사를 통해 지금의 사는 모습을 재조명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해설사의 책무라는 것. 문화관광을 통해 안성이 잘사는 길이 무엇인지 항상 고려한다.

 

예를 들자면 문화 체험 마을이 조성될 때 문화해설사가 함께 마을 디자인에 참여한다. 또는 안성 시티 투어를 하면 현재 안성의 곳곳을 알차게 소개하고, 관광객이 다음에 안성에 오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해설사가 하는 일이다.

 

문화관광해설사가 된 월남 참전 용사

 

그는 월남 참전 용사다. 나이가 드니 그때의 고엽제 등으로 인해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사업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겹쳐 건강이 상당히 악화됐다. 그래서 붓글씨나 시를 쓰며 마음수행을 하다가 해설사 자원봉사 일을 만나게 된 것. 소액의 차비와 식사비만 받고 하는 해설사지만, 그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이다.

 

안성시 문인협회 시인이며 동인지에 다수 작품을 낸 그는 천년고찰 석남사 앞에서 시상을 떠올리며 시를 짓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관광 지식을 남에게 전달하면서 많은 보람을 누린다. 그것이 곧 안성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공기와 좋은 사람, 종종 스님들과 만나 담소하니 건강이 회복되었다는 것. 주위에서는 모두 해설사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인정한다. '일석오조'가 따로 없다.

 

"조선시대 안성은 도둑 들끓던 도둑놈 소굴"

 

"석남사 서운산 초엽 계곡이 병자호란 때는 조선군 주둔지였어요. 그리고 승병이 일어난 곳이죠. 그곳에서 승병이 주둔하며 훈련을 했죠. 조선실록에 의하면 후에 수원 광교산 승병과 합병되는 바람에 여기에서 승병이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계곡 등에서 병장기가 출토됩니다."

 

이런 이야기는 교과서에도 없는, 알려지지 않은 안성 역사다. 석남사 아랫마을 상중리 사람들이 구전으로 전해오는 이야기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를 구체적인 사료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조선시대엔 안성을 '도둑놈소굴'이라고 불렀어요. 조선 3대 시장이 있던 안성이 부유해서 도둑놈이 들끓었고, '이인좌의 난'과 맞물려서죠."

 

그는 이어서 안성이 배타성이 강한 도시가 된 결정적이 이유를 들려줬다.

 

"영조 때 소위 외지에서 온 '땡중'이 안성 사람들을 규합해 '이인좌의 난'의 주축세력이 되었어요. 이러한 영향으로 조선 정부에서는 안성 밖에서 안성으로 들어와 사는 외지인과 연루된 안성 원주민을 죽이거나 감옥행을 보내었죠. 그 때부터 안성 사람들은 외지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이죠."

 

이런 학설은 생소하다. 그는 이러한 설을 내놓으면서, 지금은 안성이 지나간 상처를 딛고 외부와 교류하는 것이 살 길임을 강조한다.

 

"안성이 살 길은 천혜자원 이용하는 길"

 

"안성이 살 길은 외부 공장 등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안성만의 자랑, 즉 천혜자연과 문화를 관광상품으로 삼아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게 밝혔다. 이어서 전국적인 대규모 재활 병원을 건립하는 것이 안성 발전의 좋은 길이라고 제안한다. 안성의 좋은 공기와 자연을 이용해 환자의 재활을 돕는 프로젝트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러고 보니 그는 천년 고찰 석남사 앞마당에서 단순히 역사와 문화해설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수행을 하고, 사회적으로는 살기 좋은 안성을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태그:#안성시 관광문화해설사, #관광문화해설사, #안성시, #황규환, #석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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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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