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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3일) 아토피건강강좌가 있었다. 노원구에 소재하고 있는 '함께걸음의료생협'과 '한살림 서울생협' 공동 주최다. 강좌도 무료였고, 강좌 후에는 알러지반응 검사도 무료로 해 준다고 했다. 주최 측은 '아토피가 왜 생기는지, 아토피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겼더라도 더 나빠지지 않게 관리하거나 호전되도록 관리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번 건강강좌를 준비했다'고 한다.

아토피 건강강좌.
 아토피 건강강좌.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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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가족 중에 아토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작은 애가 가끔 몸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나 또한 건강 체질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해물음식에 대해서 가끔 두드러기를 경험할 때가 있다. 예전에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는데 체질변화인가 새우, 게, 조개, 낙지 등에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딸과 나는 아토피라기보다는 어떤 환경이나 음식에 대해 가벼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 병원을 찾지는 않았다.

이번 강좌는 두 군데 모두 조합원으로 가입이 되어 있고, 마침 집 근처에서 열린다고 해서 참석했다. 주최 측은 많은 사람들을 기대했는지 몰라도 강의실은 한산했다. 사람들은 그냥 마실 오듯 혼자거나 아이들 손을 잡고 슬렁슬렁 모여 들었다. 주말 오후 황금시간대에 사람이 많이 올 리가 만무하기는 하다.

한산한 가운데 한의사로부터 아토피 피부염의 의학적 설명을 들었다. 아토피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긴다고 한다. 성인들에게 오는 아토피는 환경적 요인의 하나인 스트레스에 의한 것도 있단다. 그러나 그것 보다는 우리가 평소에 먹고 마시는 음식이 친환경범위를 넘어 선 것과,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요인이 훨씬 많을 거라고 한다.

또한 영유아들의 태열과 아토피 피부염이 다름에 대해서도 말한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얼굴에 발긋발긋 태열이 생기는데('열꽃이 피었다'라고도 한다) 어른들 세대에서는 곧 없어질 것으로 여겨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생태계가 오염되고 친환경에서 멀어져 있는 세대를 살다 보니 무조건 아토피가 아닐까 의심부터 하게 되어 병원을 찾게 된다.

그래서 한의학적으로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의 가이드라인, 즉 어른들이 말하는 '때 되면 낫는다'를 정해 놓고, 태열 수준인지 알레르기성 피부염인지 오랜 치료기간이 요하는 아토피 피부염인지를 판단해서 치료에 들어간다고 한다. 어쨌든 전문적인 치료법을 한 번에 뭉뚱그려 다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좀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은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라고 한다.

한살림 생협에서 제공한 자료. 가공식품을 살 때는 포장지를 꼼꼼히 챙겨 보라고 한다.
 한살림 생협에서 제공한 자료. 가공식품을 살 때는 포장지를 꼼꼼히 챙겨 보라고 한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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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염의 유전적 요인은 당장에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오는 경우는 우리들의 힘으로 막을 수 있다며 '한살림 생협'에서 나온 강사가 강의를 이어간다. 방부제, 첨가제, 화학조미료, 인스턴트 음식에 완전 무방비로 노출되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밥상을 차리는 주부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구구절절하다.

오염된 땅에서는 오염된 먹을거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땅을 살리는 생명운동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나서야 한단다.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바뀐다"며 문제의 원인은 결국 소비자에게 있다는 거다.

1. 먹을거리는 사랑과 존중을 전하는 매체이므로 손수 장만 한다. 2. 밥을 먹는다는 것은 자식과 부모, 남편과 아내가 사랑과 정성, 마음을 나누는 일이며 내 생명이 다른 생명에 의지해서 유지될 수밖에 없는, 밥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법을 밥상에서부터 알게 한다. 3. 자연그대로의 음식으로 미각을 회복하자. 4. 밥이 빵보다 우수하다. 5. 물을 마시게 하자. 6. 유기농 식품을 먹자. 비싸다고 하지만 몸이 건강해져서 병원에 가지 않게 된다면 훨씬 싼 것이다. 7. 식품첨가물을 피하자. 8. 환경호르몬에 유의하고, 9. 유전자 조작식품을 먹지 말자. 유전자 조작식품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10. 기본을 지키자. 꼭꼭 씹어 먹는다. 요즘은 부드러운 식품이 너무 많아 씹을 사이 없이 넘어가는 것이 문제다. 천천히 먹고, 골고루 먹고, 과식하지 말자.

강사는 열 가지 지침서를 이야기 하면서, "의식주에서 '식'을 중요하게 여기면 건강한 몸에 멋진 옷도 입을 수 있고 잠도 잘 잘 수 있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를 명심하고 꼭 실천"하란다. 당연한 먹을거리 지침을 '그림의 떡'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주부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식품 안전 지킴이로 나서라고 한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을 누에에게 먹여보니 그 영향이 3세대 후에 까지도 나타났단다. 삼시 세끼를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도 아니지만 꼭 집에서 먹는다고 모두 안전한 밥상은 아니란 소리다.

알러지 피부반응 검사. 환경파괴는 어른들에게도 아토피 같은 피부염을 일으키게 한다.
 알러지 피부반응 검사. 환경파괴는 어른들에게도 아토피 같은 피부염을 일으키게 한다.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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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콩알처럼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곳은 그 부분에 해당하는 음식이나 동식물을 조심하라는 것.
 피부가 콩알처럼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곳은 그 부분에 해당하는 음식이나 동식물을 조심하라는 것.
ⓒ 박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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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친 후에는 원하는 사람에 대해 알러지 반응 검사들을 했다. 햇볕만 쏘이면 피부에 발진이 생긴다며 혼자 오신 할아버지도 하시고, 어떤 아빠는 자기가 더 심하다고 하면서 아이들 보다 먼저 받기도 한다.

의연하게 팔을 들이대는 여자아이, 받는 내내 징징거리는 아이, 온가족이 모두 팔을 내놓고 서로를 관찰하는 진풍경도 보이고, 강의는 듣지 않았지만 지나가던 여학생들도 호기심에 팔을 들이 댄다. 그만큼 환경에서 오는 피부염이 많아졌다는 뜻이겠다. 나도 딸도 받았다. 자기의 팔과 남의 팔을 서로 비교해 가면서 모두가 의사가 되어 한 마디씩 한다. 서로 그러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이런 환경에 놓여 있는 시대가 안타깝기도 하다.

15분 후에 나타난 결과로 나는 괜찮은데 딸은 잔디류, 고양이털, 집먼지 진드기에 반응이 나타났다. 닭고기를 유난히 잘 먹는 딸은 먹을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좋아한다. 그래도 먹을 것에 유의해야 건강해져서 다른 것들도 이길 수 있다며 밖에서 아무거나 사먹지 말라고 하니 아이도 수긍한다.

"어쩌다 먹는 건데 뭐", "다 그렇게 먹고 사는데 나만 별나게 굴 필요가 있을까", "몇 년씩 먹었어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구만" 등등의 이유를 달면서, 당장 입에 단 것으로 밥상을 장만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후대까지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그런 것은 주부로서 직무유기를 한 셈이 된다. 반응 검사로 부풀어 오른 딸의 팔뚝을 들여다보면서 꼭 내 탓 같아 미안해졌다.


태그:#아토피 피부염, #친환경음식, #유기농식품, #함께걸음의료생협,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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