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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들에 대해 중징계를 할 것이 아니라 일제고사를 앞두고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만들어 가는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서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오는 13~14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초등 6년, 중3, 고2)를 앞두고 학교에서 갖가지 교육과정 파행 사례를 빚고 있는 속에, 교육시장화저지를위한경남교육연대가 이같이 촉구했다. 경남교육연대는 7일 오전 경상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남교육연대는 7일 오전 경상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로 인한 교육과정 파행 사례를 공개했다.
 경남교육연대는 7일 오전 경상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로 인한 교육과정 파행 사례를 공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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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진선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장과 김천욱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임영대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 이병하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심언봉 전국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 부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진선식 지부장은 "전교조 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교과과정 파행 사례를 모았는데 많다. 접수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0교시 수업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저녁 9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기도 한다"면서 "전국 규모의 일제고사가 시행될 때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미 영국와 미국에서는 시행했다가 실패했다. 미국에서는 주끼리 경쟁하다 보니 문제지를 보여주고 정답을 가르쳐 주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연대는 회견문을 통해 "일제고사를 앞두고 교육과정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등 학교가 학원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히려 지역 교육청이 나서서 조장하고, 도교육청은 학력 향상이라는 미명 하에 이를 묵인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연대는 "초등학교 0교시 자율학습은 일반화되어 가는 추세이고, 거창교육청은 만점 받은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겠다고 인센티브를 제시하였고, 일제고사 해당 학년은 학교 행사에서 제외시키고 문제풀이를 시키는 것은 물론 해당 교사들도 다른 업무에서 제외시켜서 오로지 성적 올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남용도 지적됐다. 경남교육연대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지원해주어야 할 예산이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교육, 문화, 복지 등 다차원적으로 지원해줘야 할 '희망 키움 예산' 등이 일제고사 시험 예산으로 쓰이고 있다"며 "사실상 일제고사 성적 결과는 0교시, 자율학습, 문제풀이식 교육의 결과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연대는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를 학원화하고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몰고 가고 있는 일제고사를 중단하고 5% 이내의 표집평가를 실시할 것"과 "경상남도교육청은 이번에 시행되는 일제고사에 대한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줄 것",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여 농산어촌 지역과 저소득층 밀집 지역 중심의 재정 지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밀양교육청은 일제고사 대비 문제집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밀양교육청은 일제고사 대비 문제집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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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대비 명목으로 초등학교-중학교 교과과정 곳곳에서 파행

경남교육연대는 일제고사와 관련한 교육과정 파행사례를 공개하고, 지난 6월 4일 일제고사 대비 시험을 치른 창원·고성·남해교육청 교육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이날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거창교육청은 '학교 교육력 증대'와 '학력향상'을 내걸고 1억원의 예산으로 5과목 우수 학생과 학교에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밀양교육청은 5권(<워크북> 3권과 <기출문제집> 2권)의 학업성취도평가 대비 문제집을 제작해 전체 학생들에게 배부했다.

일제고사에 대비한 교육과정 파행 사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다. 창원A초등학교에서는 아침 8시 30분부터 아침 자습시간에 보충수업을 하고, 학교에서 문제집을 구입해 수업시간에 풀고 있다. 창원B초등학교에서는 등교시간을 10분 단축했고 방과 후 보충공부를 했으며 특별활동시간에 문제풀이를 했다.

창원지역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아침활동 시간과 방과 후 시간에 문제집 풀이를 했으며, 김해C초등학교에서는 문제집을 구입해 배포했고, 줄넘기대회와 동요부르기대회 등 학교 행사에서 6학년을 제외시켰다.

마산A중에서는 전원 7교시 수업을 했으며, B중에서는 일제고사 미달 예상자들만을 대상으로 별도 수업을 하고, C중은 7교시 때 EBS를 강제 시청하도록 했다. 마산F중은 성적 최하위권 학생으로 특별반을 편성해 보충수업을 했다. 남해 D중은 저녁 9시까지 자율학습을 했다.

밀양E고는 지난 6월부터 2학년을 대상으로 토요일 오후 강제 자율학습을 하고 있으며, '노는 토요일' 오전에 강제 자율학습을 해오고 있다.

경남교육연대는 일제고사에 대비해 시험을 치른 3개 교육청의 교육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은 7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경남교육연대는 일제고사에 대비해 시험을 치른 3개 교육청의 교육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은 7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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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시위, 현장체험학습 벌이기로

경남교육연대는 9일부터 12일까지 각 지역 교육청과 학교 앞에서 "일제고사 중단하고 표집평가 실시하라"거나 "일제고사 선택권을 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인다.

또 일제고사 당일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다. 이 단체는 13일 오전 창원과 남해에서 각각 체험학습 참가 학생을 모아 봉하마을과 상주스마트교육농장, 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서 각각 체험학습을 벌인다.


태그:#학업성취도평가, #일제고사, #경남교육연대, #경상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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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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