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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
 2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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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이 위패가 모셔진 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위패가 모셔진 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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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에서 유족대표들이 헌작을 하고 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에서 유족대표들이 헌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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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내 골령골/ 어언 60년 세월/ 결박끈도 풀지 못하고/ 아무렇게 묻혀 계신 님들/
아버지 어머니 계신/ 선산에는 못 모실 망정/ 어떤 돌덩이/ 어떤 나무뿌리에/ 함께 하고 계신가요...(신순란-정부에게)

산산히 부서진 채 묻혀버린 원혼이시여/ 썩어가는 배추포기처럼/ 피와 흙을 소금삼아/ 총탄알로 젓담기던/ 경인년 그 해 여름...(중략) 육십년이 지난 오늘/ 굳어져 가는 상처에 또 다시/ 칼질과 혀끝으로 헤집어 놓고/ 봉합도 않은 채 묻혀 버린다면/ 이 못난 불효 여식 오물 튀긴 껍데기 벗어 던지고/ 저 세상 갈 적에...(전숙자-골령골의 흰 서리 녹을 날은 언제련가)

1950년 7월, 퇴각하던 대한민국 정부의 명령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무참히 학살해야만 했던 오빠와 아버지를 그리는 피맺힌 절규의 시구를, 신순란·전숙자 두 시인은 목 놓아 토해냈다.

2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창수 국회의원과 김용직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오원록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상임대표, 장준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전국유족회 상임대표, 김종현 대전민간인희생자대책회의 회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2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에서 민족춤패 '출'이 '불지전 춤'을 공연하고 있다.
 2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에서 민족춤패 '출'이 '불지전 춤'을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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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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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민족춤패 '출'의 사전공연으로 시작됐다. 무희들은 붉은 색과 흰색의 '지전'을 들고 '불지전 춤'을 추면서 억울하게 희생된 넋들의 혼을 위로하는 공연을 펼쳤다.

그러고는 개제선언과 '헌작', '종교제례'가 이어졌다. 유족들은 헌작 때 읽은 '축문'을 통해 "억울하게 참살당한 7천여 영령들께서 정권에 의해 억울하고 원통하게 가셨는데도, 저희 남아있는 자들은 6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도록 당신들의 죽음을 해원해 드리지 못했다"면서 "여기 모인 우리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돌아가는 그날까지 억울함과 원통함을 해원하는 그 날까지 싸우고 또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매우 뜻 깊은 순서도 마련됐다. 산내학살 사건에 대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 '결정문'이 이 자리에서 발표된 것.

박은성 조사위원에 의해 낭독된 '결정문'에서는 1950년 6월 28일경부터 7월 17일까지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등 1800여 명이 충남지구 CIC와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집단희생됐다고 적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의 '결정문'이 발표되자 위령제에 참석했던 유족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박 조사위원은 김종현 유족대표에게 이 '결정문'을 전달했고, 유족들은 이 '결정문'을 희생자 위패가 모셔진 제단 앞에 올려놓았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에서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 '결정문'이 발표된 뒤 유족대표에게 전달됐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0주기 11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에서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 '결정문'이 발표된 뒤 유족대표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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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를 하던 중 한 유족이 '아버지'를 부르며 오열하고 있다.
 헌화를 하던 중 한 유족이 '아버지'를 부르며 오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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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추도사가 이어졌다. 가장 먼저 추도사에 나선 김창수 국회의원은 "올 해 정부는 한국전쟁 발발 60돌을 맞아 '6·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만들어 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40여개의 기념사업을 벌였다"며 "그러나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위령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주요 전투 장면을 재연하고 해외 참전용사의 방한까지 추진하면서 정작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을 외면하는 정부의 처사는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까울 뿐"이라면서 "화해와 용서를 통한 국민통합의 기초는 과거의 실상을 정확히 밝히는 일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원록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상임대표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와 유족에게는 무엇 하나 변한 것이 없다"면서 "인권도, 평화도, 명예도, 그 어떤 것도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비록 진실규명 결정은 났지만,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할 때"라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과 명예회복, 추모공원과 위령비를 세우는 등의 후속조치가 이루어지도록 우리가 다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도사에 이어서는 대전산내학살희생자유족회원인 신순란·전숙자 두 시인의 '추모시 낭송'이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참석자 전원이 희생자들의 위패가 모셔진 제단에 '헌화'를 하면서 이날 행사는 모두 끝이 났다.

제단에 큰 절을 올리는 유족.
 제단에 큰 절을 올리는 유족.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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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패를 닦고 있는 유족
 위패를 닦고 있는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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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대전산내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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