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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역사교육관장 김종욱씨. 세계 여러 나라의 성유물을 모은 주인공이다.
 성 역사교육관장 김종욱씨. 세계 여러 나라의 성유물을 모은 주인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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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반응하면 외설, 정신이 반응하면 예술이라고 하잖아요. 외설이 아닌 예술로서의 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종욱(59) '성(性) 역사교육관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달 전남 담양군 금성면 송학랜드 안에 '성 역사교육관'을 개설했다. 여기에는 남근석, 음석부터 춘화도, 별전 등 다양한 성 관련 유물이 빼곡하다. 한국 것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유물도 부지기수다.

"성(性)만큼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소재가 없잖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공개된 장소에서 성을 논하는 걸 터부시해 왔죠.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린 게 제주 러브랜드 아닙니까? 제주 러브랜드가 조형물 중심인데 반해, 우리는 성 관련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성 유물관입니다."

춘화도. 남녀의 애정행위 풍속을 묘사하고 있다.
 춘화도. 남녀의 애정행위 풍속을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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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물품은 모두 고미술품을 수집하던 김 관장이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모은 것들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벽면에 걸려 있는 춘화도. '춘화'란 남녀의 애정행위 풍속을 묘사하거나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말한다. 풍속화가로 유명한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그림도 있다.

"중국의 춘화는 다양한 체위를 묘사하고 있어요. 일본 것은 반라 상태로 실제보다 과장해 격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죠. 그것과 달리 우리의 춘화는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주변 풍경묘사까지 하고 있어요. 대담하면서도 은유와 해학, 풍류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죠."

뒤뜰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애정행위장면을 묘사한 한국춘화에는 나무절구와 절구공도 함께 배치돼 있다. 절에 온 여인과 노승의 애정행위를 문틈에서 구경하는 승방의 동자승도 의 모습을 그린 춘화도 볼 수 있다. 김 장관의 말을 들으며 전시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춘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별나다.

별전. 엽전 모양의 주화에도 다양한 애정행위 장면이 새겨져 있다.
 별전. 엽전 모양의 주화에도 다양한 애정행위 장면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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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역사교육관은 '19금' 전시관

엽전에 다양한 체위의 애정행위 장면을 새긴 조선 시대 별전(別錢)도 눈에 띈다. '별전'이란 조선 후기 상평통보가 유통되던 시절 만들어진 일종의 기념주화. 인간의 욕망은 투박한 옛 동전의 금속 표면에도 디자인되어 꿈틀거리고 있다.

애정행위를 새긴 조각이나 그림은 향수병과 술병에도 오롯이 남아 있다. 달마상 밑바닥에도 있고, 여인네들의 보석함 안쪽에도 그려져 있다.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그 디자인 감각에 어느새 마음이 홀린다.

전시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옥, 도자기, 뼈, 돌 등 갖가지 재료로 깎은 남근석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남근 모양의 옥돌을 연결해 놓은 염주도 보인다.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유물이란다. 일상에서 알아야 할 성 지식도 얻을 수 있고, 재미있는 성 관련 자료와 만화도 전시관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관람하는 사람도 있고, 얼굴을 붉히는 여성분도 있죠. 그런데 여러 나라의 전시품을 돌아보면서 그 나라의 사회 풍속이나 문화로 이해하고 감상하시더라구요."

성 역사교육관은 '19금' 전시관이다. 단순한 볼거리 수준을 넘어 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깨뜨리고 올바른 성과 행복한 성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성역사교육관. 갖가지 성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성역사교육관. 갖가지 성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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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송학랜드 ‘성(性) 역사교육관’은 전라남도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에 있다. 담양읍에서(순창 방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금성면 소재지 지나 왼편, 담양호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담양리조트를 지나 담양호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태그:#성역사교육관, #김종욱, #송학랜드,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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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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