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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오후 8시 2분]

노조 무기한 파업 돌입

KBS 새 노조의 전국 조합원이 모인 총회가 2시 KBS 본관 앞에서 시작되었다. 오전 출정식에 참석하지 못한 지역 근무자들도 합세해 참가자 규모는 배로 늘어 600명가량이 총회에 함께 했다. 총회 사회를 맡은 이재후 아나운서는 "지역에서 올라온 조합원들로 인해 전 지역 방송이 펑크 상태"라며 "특히 창원 지부는 마산·창원·진해 방송사가 통합되는 첫 날이어서 여러 프로그램이 많았음에도 참석해 주었다"며 조합원들의 격려를 유도했다.

그는 "드라마국 메인 프로듀서가 KBS 파업 역사상 최초로 손을 놨다"며 "보도국의 사회부 기자 조합원들은 눈치가 보일 텐데도 파업 현장을 함께하고 있고, 아나운서, 경영 등 소수 직군도 불이익이 예상됨에도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언론노조위원장 "공영방송 쓰레기통에 처박은 김인규 지옥까지 쫓아가 단죄"

이후 총회에 참석한 이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첫 발언자로 나선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은 "지난 2년 반 동안 매 맞고, 퇴직 당하면서도 언론 노동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KBS 노동자들이 언젠가 반드시 일어나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지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방송 KBS를 다시 국민의 품에 돌려주기 위해 KBS의 양심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이명박과 그의 수족 김인규 사장에게 경고한다"며 "공영방송을 쓰레기통에 처박으려 한 잘못은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단죄하고 응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연주 사장을 배임으로 내쫓더니 어떻게 되었냐,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는 시청률, 신용도 모두 하락했다"며 "공영방송의 임무를 회피, 배임한 자는 바로 김인규"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천박하기 짝이 없는 방송 내보내면서 수신료를 65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한다"며 "제정신이 맞냐"고 쏘아 붙였다. 그는 "KBS가 본래 자리로 돌아온다면 4천원 뿐 아니라 4만원도 더 낼 수 있다"며 "그 때는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수신료 인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가수 이상은이 KBS 새 노조의 총회 자리에 참석해 공연을 하고 있다.
 가수 이상은이 KBS 새 노조의 총회 자리에 참석해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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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자리에는 가수 이상은씨도 함께했다. 그는 조심스러워 보였다. 이씨는 "나는 투사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PD가 있어서 도우러 왔다"고 첫 인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영화계 쪽은 반공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투자를 못 받아서 요즘 영화 음악 하는 친구들이 너무 힘든데 그 얘기를 전달하고 싶다"며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문화의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네 곡의 노래를 조근 조근 부르는 동안 KBS 앞은 미니 콘서트 장처럼 변해 모두들 잠시 동안 근심 걱정을 잊고 노래에 빠져들었다.

<남자의 자격> PD "부담 크지만 시청자에게 더 큰 보답으로 돌려드리기 위한 작업"

총회가 끝나고 파업에 함께한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신 PD는 "내 새끼 같은 프로그램을 놓는 게 쉽지는 않았다"며 "파업하면 가장 눈에 잘 띄는 게 예능이라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신 PD는 "2년 전과 다르게 관제 방송 위협, 예능 비중 축소 등의 분위기가 사내에 존재한다"며 "예능프로그램이 시사 보도처럼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진 않지만 방송의 공영성 문제는 예능프로그램과도 절대 무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파업은 새 노조가 둥지를 틀고 제대로 된 방송을 위해 시작한 첫 싸움으로 시청자에게 더 큰 보답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 KBS 존재 증명할 길은 하나, 우리는 파업으로 답했다"

다음으로 무대에 선 이는 엄경철 KBS 새 노조 위원장이다. 엄 위원장은 "어제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정말 파업하냐'고 묻더니 대뜸 '굶지는 마세요'라고 말하더라"라며 "기특하기도 했지만 저 애가 저런 걸 고민하는 게 옳은가 싶었는데, 오늘 아침 '파업 잘 하세요'라고 또 그러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가 생각하게 되더라"라며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엄 위원장은 "우리는 일하고 싶다, 당장 들어가서 찍고 편집하고 싶지만 시키는 일, 뜻과 맞지 않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영혼을 버리고 노예처럼 일 하고자 KBS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라며 "쌈, 미디어 포커스 등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들이 없어지고 무수한 사람들이 징계를 당해 내부에서는 일하고 싶어도 일 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약자와 소수자가 짓밟히고 있지 않은지 감시하는 것"이라며 "이를 수행하지 않고서 수신료 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정면으로 배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에게 KBS의 존재를 증명할 길은 하나밖에 없다, 우리는 파업으로 대답했다"며 "파업이 끝나면 사측은 새 노조 지도부를 대량 징계하겠지만, 내가 물러나면 나보다 훨씬 강력한 사람이 와서 싸움의 차원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시간 가량 이어진 총회는 조합원들이 파업 투쟁 결의문을 읽은 후 끝을 맺었다. 결의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KBS에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 우리의 파업은 새로운 KBS를 잉태하는 산고의 시간이자 스스로 새롭게 태어나는 대장정이 될 것이다. KBS안에는 싸우는 사람이 없냐는 시민들의 물음에 파업으로 답한다. 우리 뒤에는 시민들이 있다, 우리는 방송을 멈추고 KBS를 바꿀 것이다.

사측 "명백한 불법파업, 참가자들 법과 사규 엄중 적용"

한편, 사측은 지난달 30일 KBS 새 노조의 파업에 대한 성명서를 내 "형식적으로는 임·단협 결렬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 목적이 경영권에 해당하는 조직개편, 인사 등을 반대하는 것으로서 노동법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명백한 불법파업"이라며 "불법파업에 참여하는 직원이 있다면 법과 사규를 엄중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측은 "KBS의 30년 숙원인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기울이고 있는 때에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겠냐, 누구를 위한 파업이냐"며 "KBS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이는 사실상 해사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조합원과 청원경찰 또 충돌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청원경찰과 조합원들이 격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사진기자들이 발길질을 당하고 사진기가 부서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후 2시, KBS 본관 앞에서 청원경찰과 조합원들이 격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사진기자들이 발길질을 당하고 사진기가 부서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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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를 앞두고 새 노조 조합원과 청원경찰이 또 한 번 충돌했다. 1일 2시경, 더위를 피하기 위해 본관 1층 로비에 들어가 있던 50여명의 조합원들을 '내부진입세력'으로 오해한 청원경찰들이 이들을 끌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청원 경찰의 팔에 붉은 상처가 나고, 조합원들 서넛이 넘어질 정도로 충돌은 거셌다. KBS 본관 유리문은 사람들에 밀려 부서질 듯 흔들렸다. 조합원들은 "나오겠다는 것을 왜 막느냐"며 흥분했고, 경찰들도 "안 나온다고 해서 그런 거"라며 항변했다. 한 조합원은 청원경찰에게 "왜 과잉 충성해"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격한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청원경찰이 기자들에게까지 무력을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기자들은 "기자들한테 발길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우리는 취재하겠다는 건데 왜 밀치고 넘어뜨려"라며 즉각 반발했다.

청원경찰이 <노동과 세계> 기자의 목을 걸고 넘어 뜨려 카메라가 부서지는 일도 발생했다. 기자들은 카메라가 망가진 데에 대해 "최고 책임자가 부서진 렌즈를 보상해줘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자 한 청원경찰은 자신의 바지를 걷어붙이며 까진 무릎을 보여주며 자신도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역국의 한 PD는 "기자에게까지 이러는 건 처음 봤다"며 "파업에 대해 다른 언론에서 취재하는 것을 방해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총회 사회를 맡은 이재후 아나운서는 "왜 나치들이 유대인들을 다 죽였는지 아느냐,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게 아니라 진급하려고 먹고 살려고 한 것"이라며 "안전관리팀 청원 경찰의 일부 간부들, 그러다가 유대인이 다 죽었듯이 KBS가 다 망한다, 자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신 : 오후 1시 30분]

'폭설 기자' 박대기 "적법한 파업 함께 하기 위해 '대기' 중"

KBS 새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려고 하자 회사측이 이를 막고 있는 모습.
 KBS 새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려고 하자 회사측이 이를 막고 있는 모습.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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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보 사장 삽질 방송, 새 노조가 막아내자, 공영방송 사수 투쟁!"


힘주어 말하는 구호 마다 "둥둥, 둥둥, 둥둥" 북소리 장단이 울려 퍼졌다. 1일 서울 여의도 KBS본사 앞을 가득 매운 구호, 북소리와 함께 KBS 새 노조의 파업 출정식이 시작됐다. 본래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었던 출정식은 사측이 동원한 청원경찰과의 마찰로 30분 늦게 포문을 열었다. 어느새 모여든 조합원 350명가량은 KBS 본관 계단을 가득 채웠다.

엄경철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단체 협상 결렬에 따른 합법 파업"이라며 "합법인 파업조차 사측이 무력으로 막는 것은 새 노조를 인정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위원장은 이어 "회사에서 단협에 응하지 않아서 낸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조정 결렬을 얻어냈다"며 "이제 남은 건 파업 승리 뿐,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온다"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조합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발언에 나선 정성호 KBS 기자는 "어느 한 순간 회사가 달라졌다"며 "치졸하고 비이성적인 모습에 스스로가 부끄럽고 왜 들어왔는지 회의감도 들었다"며 현업 기자로서의 자괴감을 토로했다. 정 기자는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 모든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외쳤다.

KBS 새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석해 북을 두드리는 모습. 박대기 기자(왼쪽으로 두번째)의 모습도 보였다.
 KBS 새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석해 북을 두드리는 모습. 박대기 기자(왼쪽으로 두번째)의 모습도 보였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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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쏟아지듯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으며 리포팅을 한 것으로 유명해진 박대기 KBS 기자도 마이크 대신 북채를 잡고 파업 현장에 합류했다. 대열의 가장 앞에 앉은 박 기자는 조합원들의 발언에 맞춰 열심히 북을 두드렸다.

1시간가량 이어진 출정식이 끝나자, 박 기자 주변으로 취재진이 몰렸다. '취재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기자는 "적법한 파업 현장에 함께 하기 위해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공정한 방송을 하고 정치권력, 자본권력에 굴하지 않기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이라며 "파업에 성공해서 좀 더 신뢰 있고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떠난 뒤, 현장에 끝까지 남아 있던 엄 위원장에게 출정식을 마친 소감을 물었다. 그는 "회사가 내쳐도 우리는 견딜 수 있지만 조합원들의 마음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 나중에 회사가 어떻게 되겠냐"며 "건강한 비판 세력을 수용해서 받아 안아야 회사에 발전이 있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출정식 시작 전에 있었던 청원경찰과의 마찰에 대해 엄 위원장은 "사측이 집회를 막으며 노조의 동력을 약화 시키려는 의도로 무력을 행사했다"며 "상식 이하로 대응하는 데 실망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조합원들은 분노해 동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오후 2시에는 지방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도 합세해 70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대규모 총회를 연다.

[1신 : 1일 오전 10시 30분]

KBS 새 노조가 파업 출정식을 하기도 전에 사측의 저지에 막혔다. 본래 1일 오전 10시,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 예정이었던 KBS 새 노조 조합원 40여명은 KBS 본관에 들어갈 수 없었다. 심지어 본관 앞 계단에도 제대로 앉을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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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소속 청원 경찰 30여명이 계단 앞에 일렬로 서서 조합원의 출입은 물론 계단에도 앉지도 못하게 막고 있는 것. 특히 청원경찰은 언론의 취재도 막았다. YTN 카메라 기자가 경찰과 조합원이 대립하는 모습을 찍으려 하자 격하게 반응하며 취재를 막아섰다.

청원경찰의 제지를 뚫고 계단에 자리 잡은 조합원들은 'KBS를 살리겠습니다'라고 쓰인 천으로 된 손 플래카드를 들고 출정식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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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손 플래카드가 조합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경찰과의 마찰이 빚어졌다. 계단 앞 광장에 있던 이들이 천으로 된 손 플래카드를 계단에 앉은 조합원에게 전달하자 경찰들이 이를 뺏으려든 것.

조합원들은 "이게 무기야, 왜 뺏으려고 해, 무슨 근거로 가져가, 절도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약한 몸싸움 끝에 손 플래카드는 조합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현재 KBS 앞 상황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이다. 좀 잠잠했다가도 조금의 자극이 있으면 곧장 터질 준비를 하고 있다.

엄경철 KBS 새 노조 위원장은 "이전에 파업할 때 청원경찰이 막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씁쓸해 했다. 일반 조합원들도 "지금까지 노조가 (회사에서) 집회를 할 때 이런 적이 있었냐"며 "우리가 뭘 잘못했냐"고 항의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본관 2층에서 진행하기로 한 출정식은 KBS 본관 앞 마당으로 자리를 옮겨 열릴 예정이다. 


태그:#KBS, #파업, #청원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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