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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알면 꿈꾸는 도서관이 보여요

 

10일부터 18일까지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에 위치한 한뫼도서관 시청각실 앞 접수대는 아침부터 도서관활동가(도서 도우미) 교육을 받고자 모인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자료집과 기타 홍보물, 간이로 전시된 책을 보면서 교육에 대한 기대와 질문이 쏟아졌다. "지금 신청해도 되는지요?", "다른 분도 듣게 하고 싶은데 다음 강의부터 들어도 되는지요?", "자료집 더 가져가도 되는지요?"

 

강의를 듣고 나서 황룡초등학교 도서관 활동가(도서 도우미) K씨는 "도서 도우미를 하지만 학교도서관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강의 내용 중)'도서관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흡족해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우연히 이런 강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B씨(30대 전업주부)는 "아이가 원하는 책을 많이 읽어주고 싶다. 내 마음대로 읽으라고 한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아이가 책을 안 읽으면 자꾸 조바심이 생기는데, 그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장촌초등학교에서 온 L씨(40대 전업주부)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아이들 교육의 문제점을 들으니 속상하다"며 강의를 듣는 내내 자신도 어릴 때 독후감 때문에 책 읽기 싫었던 기억이 떠올라 답답했다고 한다.

         

입소문을 타고 매년 발전하는 교육

 

(사) 어린이도서연구회 경기북부지부 일산지회(일산동화읽는어른)는 고양시 후원으로 일산에서 활동하는 도서관활동가를 위한 교육을 2007년부터 매년 실시해오고 있다. 2010년 올해는 학교도서관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하려는 사람들 126명이 신청했고 69명이 교육을 받았다. 2주 동안 주 2회, 총 4회 강연(10일~18일, 매주 목, 금요일)이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 동안 일산동 한뫼도서관에서 이뤄진다.

 

2010년 일산지회(일산동화읽는어른) 대표 신현미 회장은 "학부모들이 학교도서관에 참여하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지금은 도서관활동가(도서 도우미)라는 이름으로 학교도서관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책읽어주기 활동, 인형극하기, 빛그림자극 공연하기, 독서교실열기 등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들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활동가는 도서대출반납업무지원, 도서유지보수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교육이 지속가능한 교육으로 정착되도록 정책적인 후원과 도서관활동가(도서 도우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0년도서관활동가교육'을 맡아 준비한 이경애 도서관문화위원장은 "학교도서관은 아이들이 책과 함께 재미있게 생활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는 신나는 활동공간이다. 이곳에선 아이들이 책을 읽을 권리와 함께 읽지 않을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독서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져가면서 아이들에게 독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학습이 되었다. 교육정책의 목적으로써 독서가 아이들에게서 책 읽는 즐거움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활동가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독서환경의 문제점도 알리고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며 "부족하고, 아쉬웠지만 이런 작은 움직임은 경쟁에 지쳐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찾아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독서는 정책이 아니라 자발적 문화이다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 블록 만지듯 다루는 세대야. 안 그래? 거의 모두 대학을 나왔고 토익 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자막 없이도 할리우드 액션영화 정도는 볼 수 있고, 타이핑도 분당 300타는 우습고 평균 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맞아, 너도 피아노는 치지 않아? 독서량도 우리 윗세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아. 우리 부모 세대는 저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

- 김영하의 장편소설 <퀴즈 쇼>(문학동네)의 한 대목

 

소설의 한 대목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 가장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는 한국 방정환재단이 2010년 3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4학년 학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두 5천4백 명을 대상으로 '행복지수'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를 유니세프가 정한 OECD 22개 국가의 국제연구결과와 비교분석한 것이다.

 

행복지수가 낮은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는데, 가장 높은 원인이 입시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라고 한다. 바로 이러한 현실의 문제점 인식에서 도서관활동가교육이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어른들의 자발적인 인식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지식을 기반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곳이길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배울 것도,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독서'만은 입시를 위한 정책적 도구로 만들지 말고, 아이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보자.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간섭하거나 정책적으로 통제하지 않으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책을 읽는 아이들은 간섭하고 정책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삶의 질은 자유를 통한 책임의식에서 나오지, 통제나 간섭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생각들을 모으는 활동들이 많이 이루어지면 우리 아이들이 조금은 행복해질까.


태그:#학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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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그 생각을 실천하고 싶어 신청했습니다. 관심분야: 교육,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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