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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는 사냥형태로 분류하면 추적사냥견이다. 사냥감을 추적하여 잡는 사냥개이다. 가장 우수한 개의 형태이다. 목줄을 풀어주면 사냥 본능이 발동하여 숲속으로 사냥감을 찾아나선다. 동물들이 놀랄까봐 언제나 묶어나닌다.
▲ 호야 진돗개는 사냥형태로 분류하면 추적사냥견이다. 사냥감을 추적하여 잡는 사냥개이다. 가장 우수한 개의 형태이다. 목줄을 풀어주면 사냥 본능이 발동하여 숲속으로 사냥감을 찾아나선다. 동물들이 놀랄까봐 언제나 묶어나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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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는 것

아침 등산길에 카메라를 챙겨 들었다. 의아해 한 집사람이 "카메라를……?" 묻는다. 대답 하려고 했으나 며칠 전 일이 갑자기 생각 나 집사람의 물음을 일축해 버렸다. 집사람은 무안한지 당황한 모습이다.

산에 가는 기쁨에 흥분한 헤리(레브라도 리트리버)가 천방지축 날뛰다가 호야(진돗개)의 목줄에 얽혀 나, 호야, 헤리 모두 거동하기 불편한 상황이 돼버렸다. 홧김에 한방 걷어 차 버렸다. 집사람이 영 틀어졌다. 집사람은 상대가 누구든 폭력은 질색이다.

등산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면 식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들뜬 상태가 된다. 며칠 전 아침 식탁에 올라 온 음식들이 보기 좋았다. 가끔 나오는 붉은색 호박죽이 식탁 가운데 자리한 탓이다. 카메라를 들이대자 집사람이 말린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면 연출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이다. 다음에 사진을 위한 식탁을 마련할 테니 그때 찍으란다. 실제 사진을 찍고 느낌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으나 집사람은 완강했다. 자기의 자존심과 연관된 일이란다.

며칠이 지났지만 사진을 위한 식탁을 연출했으니 사진을 찍으라는 얘기가 없다. 불만이 커가는 차에 뭐 하러 카메라를 가지고 가느냐고 간섭했으니, 가뜩이나 울고 싶은 애를 때린 격이다. 집사람은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집 뒷산은 계룡산 국립공원에 속하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다. 우리 정원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나, 집사람, 호야, 헤리 넷이서 호젓하게 등산하기 안성맞춤이다. 느랭이골 정상은 540m 이다. 낮은 산이지만 일반 야산과 달라 아기자기한 맛이 좋다. 오염원이 될만한 시설이 없어 맑고 청정한 물이 사철 흐른다. 등산로 입구부터  아름들이 나무숲이 나타난다. 낙엽지는 활엽수는 활엽수 대로 사철 푸른 소나무는 소나무 대로 좋다. 

헤리는 산길을 가다가 물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전에 길렀던 일오(세퍼트)도 그랬다. 어린애들 마냥 티없이 물을 즐기는 해리 모습을 담고 싶어 카메라를 든 것이지만 이를 알길이 없는 집사람이다. 애잔한 해리가 화를 당했다.

호야와 헤리

진돗개인 호야는 성견이 되어 우리집에 왔다. 강한 야성 때문인지 경계심이 많다. 진돗개는 특성 분류 상 추적사양견에 속한다. 사냥감을 추적하면서 발생하는 상황판단을 모두 자신이 해야 한다.  자신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조용히 움직이며 배설물 냄새 등 흔적을 없애는 일에 깔끔하다. 없는 듯 조용하고 날쌔며 빠른 아줌마이다. 

헤리를 보고 있으면 모든게 참 간단해 보인다. 하고 싶은대로 한다.  참으로 얌체적이다.
▲ 헤리 헤리를 보고 있으면 모든게 참 간단해 보인다. 하고 싶은대로 한다. 참으로 얌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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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는 레브라도 리트리버이다. 회수견이다. 사냥총을 든 주인 앞에 앉아 있다가 총에 맞아 떨어진 새들을 가져오는 개이다. 새가 떨어진 곳이 연못이나 강이라도 가리지 않고 임무에 충실한 개이다. 지구 상에 가장 많이 기르는 개 종류 중 하나이다. 인간에게 깊이 동화된 동물이다. 엄청 탐욕스럽다.

굉장한 친화력을 갖고 있다. 질투의 화신이다. 어떻게든 나나 집사람에게 살을 맞대고 온기를 느껴야만 안정된다. 호야를 만지거나 정을 표현하는 꼴을 못 본다. 어떻게든 호야와 우리 사이로 파고들어 갈라놓고 그 사이에 자기가 들어 앉는다. 대단한 집념이다.

모두 헤리가 우선이지만, 하나 예외가 있다. 고기를 먹을 때이다. 이 때는 호야가 접근하면 얼른 비켜선다. 보통 사료 식사 때는 눈치도 보지 않는다. 헤리는 감정이나 의사표현이 분명하다. 짓는 소리가 매우 다양하며 조그만 관심을 가지면 헤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반면 호야는 짓는 소리가 한 가지이다.

살다 보면

작은 일로 화를 낸 뒤끝이라, 자신에게 겸연쩍기도 하고 영문도 모른 채 당한 집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앞서서 묵묵히 올라 헤리가 언제나 물놀이를 즐기는 작은 폭포에 이르렀다. 찬스를 놓일세라 급히 사진을 찍었다. 어두운 숲 속이다. 플래시가 켜지며 한번 찍히더니 다음부터는 작동하지 않는다. 건전지가 완전히 방전된 모양이다.

폭포속으로 뛰어들어 물장구 친다. 사건 다음날 찍은 것이다
▲ 헤리 폭포속으로 뛰어들어 물장구 친다. 사건 다음날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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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 온 집사람이 헤리의 연출을 돕는다. 폭포 속으로 돌을 던지자 헤리는 폭포 속으로 돌진한다. 플래시 없이 여러 차례 찍었지만 모두 노출이 부족해 못 쓰게 됐다. 연출을 해줘도 사진을 못 찍는 바보가 됐다. 더 이상 화난 상태로 있기도 뭐하다. 폭포 위 쉼터에서 아침에 화가 난 이유를 털어놨더니 "당신도 많이 작아졌군요"하면서 집사람이 씁쓸히 웃는다.

뒷산 등산을 마치고 대하는 식단이다. 호박죽, 쑥떡, 고구마, 완두콩, 토마토, 죽순무침 등이다. 식사가 끝나면 접시 모두가 빈접시가 된다.
▲ 아침식탁 뒷산 등산을 마치고 대하는 식단이다. 호박죽, 쑥떡, 고구마, 완두콩, 토마토, 죽순무침 등이다. 식사가 끝나면 접시 모두가 빈접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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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텃밭을 돌아보고 있으려니 집사람이 부른다. 새로 만든 야외 탁자 위에 며칠 전 아침식사 메뉴가 깔끔하게 연출되어 있다. 작년에 수확한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죽이 주 메뉴다. 껍질을 벗기고 삶은 뒤 비닐 봉지에 나눠 담아 냉동고에 보관한다. 필요할 때 꺼내 해동시키면 먹기 좋은 호박죽이 된다. 고구마는 거의 매일 먹는 음식이다. 쑥떡은 지난 달 집 주변에서 한나절 뜯었던 쑥과 유기농 현미 찹쌀로 만든 것이다.

늙은 호박은 이뇨작용이 있어 신장을 보호하고 쑥은 몸을 따뜻하게 한단다. 우리들에겐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이기에 더없이 소중한 식탁이고 음식들이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물론 합성 조미료도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요리는 되도록 간단하게 한다. 날것이거나 살짝 데치는 정도다.

동서가 의사인 막네 처제에게 쑥떡을 한판 선물한 모양이다. 막네 처제는 "언니! 왜 고생스럽게 이걸 만드셨어요. 먹고 싶으면 사 먹으면 되는데."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인 젊은 애들에게는 당연한 말이다.

일과 돈에 정신이 팔려있는 도시의 젊은 사람들은 섭생의 중요성을 모른다. 눈 뜨기 바쁘게 출근해야 하는 현실이다. 아침식사는 당연히 인스턴트 식품이다. 시골에서 부모들이 유기농으로 농사지어 도시의 얘들에게 보내 준 채소나 곡물은 조리 시간도 많이 걸리고 쉬 변한다. 냉장고 안에서 시들어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기 십상이다.

산에서 내려오면 모두의 식사시간이다. 집사람이 먹이에 맛있는 것을 섞고있는 모양이다.
▲ 호야와 헤리의 아침식사 산에서 내려오면 모두의 식사시간이다. 집사람이 먹이에 맛있는 것을 섞고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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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은 애들이 오면 바리바리 야채와 반찬을 챙기고 산나물을 뜯는다. 자식들이 우선이다. 오늘은 광주에 계신 어머님께서 출근하시는 노인당에 한턱 낸다고 떡 만들고 김치를 담가 광주에 가는 모양이다. 막네 처제도 데리고 간단다.

모두들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나 결국 한곳으로 돌아간다. 각각 다른 곳에 떨어진 빗방울이 흘러흘러 모두 같은 바다에 이르듯이…. 벽계수의 쉬이 감을 경계하는 황진이 시조가 새롭다.


태그:#등산,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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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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