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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정상영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고문'이 일어난 사무실의 CCTV 화면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CCTV의 각도가 벽쪽을 향하고 있다.
 지난 16일 정상영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고문'이 일어난 사무실의 CCTV 화면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CCTV의 각도가 벽쪽을 향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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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행위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그 방식도 매우 놀라운데, 소위 '날개 꺾기'와 '재갈물리기' 등을 통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이후 사라졌다고 믿었던 고문의 망령이 2010년 되살아난 것이다. 물론 검찰 조사 및 재판을 통해 이번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경찰이 그동안 보여줬던 모습들을 분석해 보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 있다.

양천서 CCTV 기록 은폐, 최루액 사용 현황 은폐와 닮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에 앞서 5.11. 기초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양천서 상황실에 위치한 강력 5팀 내부가 촬영되는 CCTV화면. 화면의 절반이 천장과 벽을 비추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에 앞서 5.11. 기초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양천서 상황실에 위치한 강력 5팀 내부가 촬영되는 CCTV화면. 화면의 절반이 천장과 벽을 비추고 있다.
ⓒ 국가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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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검찰을 통해 양천서에서 압수수색한 CCTV 자료에서 1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의 녹화 기록이 빠져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만약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한 일이라면 이는 증거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 된다. 국가기관이 했다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불법적이며 반윤리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경찰에 의해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진 것을 우리는 그동안 심심찮게 목격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 이하 정보공개센터)'는 2009년 8월 4일,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을 상대로 "1999년 1월 1일~2009년 8월 4일까지 최루액 사용 현황을 알려달라"는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경기지방경찰청은 일주일 정도 지난 뒤 "최루액 사용 종합기록이 없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09년 1월20일 용산 남일당에서 사용한 25ℓ 외에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009년 10월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규식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은 2009년 한 해에만 14차례에 걸쳐 모두 2136.9ℓ의 최루액을 썼다. 그 가운데 2041.9ℓ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시위 현장에서 사용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자료가 없다'던 경기지방경찰청의 입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2009년 10월 9일 <한겨레> 보도 인용).

이러한 내용이 보도된 이후 경기지방경찰청에서는 정보공개센터로 직원을 보내 정식으로 사과하고, 정정공문을 직접 전달해왔다.

이후 2009년 10월 26일 정보공개센터는 정보목록에서 공개로 설정되어 있던 총 12건의 용산참사 사건 관련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스스로 공개결정 내린 것을 번복하고 총 11건에 대해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재판 진행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남기고 스스로 공개결정을 내린 것을 자기 손으로 뒤집는 것이다.

"테이저건 과도하게 사용 말라" 인권위 권고도 '모르쇠'

2009년 7월 22일 쌍용차노조 조합원 박아무개씨가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얼굴을 맞았다.
 2009년 7월 22일 쌍용차노조 조합원 박아무개씨가 경찰과 충돌 과정에서 경찰이 쏜 테이저건에 얼굴을 맞았다.
ⓒ 쌍용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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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경찰은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게 수많은 인권침해 지적을 받았음에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행동를 보여왔다. 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에 따르면 2007년 경찰은 전자충격기(테이저건)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지적과 함께 경찰장비 사용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하라는 권고를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받았다. 그리고 이 권고에 대해 경찰은 수용 조치를 밝혔다.

하지만 권고를 받은 지 2년이 지난 2009년도 여름, 경찰은 전자충격기를 쌍용자동차 노조원 진압 당시 얼굴이나 다리 등에 직접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얼굴에 테이저건을 맞은 노동자 사진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경찰이 난동을 부리던 50대 남성을 진압하기 위해 테이저건을 발사하여 쓰러지면서 스스로 가지고 있는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2010년 6월 1일 MBC 보도)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인권위의 권고를 그냥 형식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성매매해도 경고 조치... 경찰의 범죄엔 솜방망이 처벌

동시에 그동안 경찰은 스스로 경찰들의 범죄사실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9년 11월 12일 '정보공개센터'는 '경찰이 검찰로부터 전달받은 공무원 범죄 처분 결과 통보서'를 입수해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적발된 경찰 범죄는 2007년 261건, 2008년 286건, 2009년 286건(10월 기준)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었다. 2009년 10월까지 적발된 286건 중에는 도로교통법 위반 43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42건, 뇌물 수수 40건 등이 가장 많았는데 음주 운전 12건, 성매매 10건 등도 있었다. 특히 성매매의 경우 혐의가 드러난 10건 중 3건이 청소년 성매수 사례였다.

그러나 이 같은 범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해당 사안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한 경우가 많았다. 2009년 경남지방경찰청과 광주지방경찰청 등은 성매매를 한 경찰들에게 각각 경고 조치와 감봉 1개월의 가벼운 징계만을 내렸다. 지난 9월에는 충남지방경찰청이 사기죄가 적발된 경찰에게 견책 조치만을 내리기도 하였다(<프레시안> 2009년 11월 13일 보도 인용).

경찰 스스로의 범죄에 대해 안일한 처분을 함으로써 경찰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실적 올리기 혈안된 경찰... 이번 사건 수치스럽게 여겨야

마지막으로 경찰들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엄청난 경찰 행정력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필자는 최근 두 달 사이에 수차례 불심검문을 당한 적이 있다. 밤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출근 길에 집근처에서 한 번 강의를 나가는 대학 근처, 직장 근처에서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경찰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한두 번은 그냥 응했으나 서너 번이 지나고 나서는 모욕감을 참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서울지역에서 2008년, 2009년에 있었던 불심검문, 불심차량검문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를 받아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서울 지역 경찰이 '휴대용 신원조회기'로 신원조회와 차량조회를 한 건수가 각각 6014만여 건과 5485만여 건에 이르렀던 것이다.

총 조회 건수 중 직접 시민의 신원을 조회한 경우는 2008년 710만여 건, 2009년 644만여 건이었고, 차량(이륜차 포함) 조회 건수는 각각 5300만여 건, 4800만여 건에 달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서울시 인구가 1046만 명인 것과 단순 비교해보면, 서울 시민 열 명 가운데 예닐곱 명이 해마다 길거리에서 신원조회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2010년 6월 15일 한겨레 기사 인용).

위에서 밝힌 자료만 보더라도 이번 양천경찰서 사례는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은 권한이 강화되었다고 느낄 때 스스로를 계속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찰은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을 통해 경찰은 업무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의 민심은 더욱 요동칠 것이며, 그것은 곧 정권심판으로 이어질 것이다. 1987년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opengirok.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진한 기자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입니다.



태그:#양천경찰서, #고문,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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