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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에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 270여 명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와 행정안전부(아래 행안부)가 전원 파면·해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미 서울 및 부산교육청 등은 이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 징계의결을 요구했고 나머지 관청들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이들을 파면·해임이 아닌 경징계 요구하겠다는 데 대해 교과부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혀 또 한 번 마찰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6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인천 부평구청 공무원들이 한나라당 소속 당시 구청장(올해 6·2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했다가 홍미영 민주당 후보에게 패함) 당선을 위해 한나라당 당원을 조직적으로 모집하다 발각돼 유죄를 선고 받았음에도 파면·해임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들 중 몇 명은 여전히 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당시 정부는 해당 단체장에게 직무이행 명령이나 직무유기 고발 같은 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구청 공무원 7명이 한나라당원 2277명 모집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소속 박윤배 부평구청장의 보좌관이던 임아무개씨(6급 공무원)는 이아무개 비서실장(5급 공무원)과 하아무개 경제환경국장(4급 공무원) 등에게 재선에 도전하는 구청장의 한나라당 경선 승리와 당선을 위해 한나라당 당원 모집을 요청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합의 12부(김천수 부장판사)는 2006년 10월과 12월 판결문에서 '6급 공무원이었던 임씨가 한나라당 당원 모집을 사전에 공모해 다른 공무원 6명 등과 함께 2005년 7월~10월 사이 모두 2277명의 당원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족, 친지, 지인뿐 아니라 동사무소 재직 시 알고 지내던 동네 연고자 등을 포함, 수십에서 수백 명씩 당원을 모집했다. 현행법 상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당이나 특정인 지지 및 반대를 위해 타인에게 정당 또는 기타 정치단체 가입을 권유할 수 없다.

공무원들의 한나라당 당원 모집 현황 : 법원은 "공무원들이 구청장의 선거운동을 위하여 사전 공모하여 한나라당 당원 모집을 무려 2,277명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공무원들의 한나라당 당원 모집 현황 : 법원은 "공무원들이 구청장의 선거운동을 위하여 사전 공모하여 한나라당 당원 모집을 무려 2,277명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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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문의 별첨 '범죄 일람표'에 따르면, 이들 공무원이 모집한 한나라당 당원은 각각 임아무개 구청장 보좌관 285명, 하아무개 경제환경국장 36명, 이아무개 비서실장 14명, 조아무개 재무과 공무원 32명, 고아무개 비서실공무원 30명, 이아무개 건설행정과장 15명, 이아무개 청천2동 공무원 9명 등이다. 이들이 모은 총 당원은 2277명으로 애초 동원 목표 7550명의 ⅓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공무원들에 의해) 백주대낮에 구청 내에서, 그것도 선거에 직접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한나라당 당원 모집 행위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판결문의 일부다.

"피고인(5급 공무원)은 부평구청장 부속실에서, 6급 공무원인 임◯◯으로부터 부평구청장선거 및 이를 위한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 부평구청장인 박◯◯의 재선을 위하여 당원을 모집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승낙했다. 그 후 동생인 이◯◯에게, 가족, 친지들에게 부탁하여 한나라당의 입당원서를 받아달라고 부탁함으로써 임◯◯, 이◯◯과 공모하여, 부평구청장 부속실에서 친지인 김◯◯로부터 한나라당 입당원서를 받았다. 피고인 및 이◯◯은 가족, 친지 등 14명으로부터 한나라당 입당원서를 받아, 부평구청장 부속실에서 이를 임◯◯에게 전달하고, 임◯순은 이를 한나라당 인천시당에 제출함으로써 선거에 관하여 박◯◯ 또는 한나라당의 지지를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정당에 가입하게 하고…"

이들의 공모행위는 검찰이 장애인 유령당원 사건을 수사하던 중 꼬리가 밟혔다. 당시(2006년 4월) 검찰이 구청장 부속실을 압수수색하자 보좌관 임씨가 구청장 부인 등의 도움으로 도주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키도 했다. 결국 2006년 당시 서울, 목포 등지에서 4개월 동안 도피생활 하던 임씨를 체포 구속돼 '공직선거법', '지방공무원법' 등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 구청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그의 보좌관과 아내가 불법 당원모집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법원 "공무원 당원 모집, 관권 선거 야기하는 중대 범죄"

임씨와 함께 공모해 한나라당 당원을 모았던 공무원 하씨와 이씨 2명은 '지방공무원법' 위반으로 벌금 250만 원 유죄선고를 받았다. 이들은 공직선거법이 아닌 비교적 가벼운 지방공무원법 제57조(정치운동의 금지)만 적용받았다. 만약 이들이 공직선거법을 적용 받았다면 모두 공직에서 배제되는 당연퇴직을 당했을 것이다. 공모에 가담했던 다른 3명도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이 (선거에서) 그 소속 구청장의 재선을 위해 당원 모집을 함으로써 정치운동을 한 것으로 이는 관건선거의 폐해를 야기할 수 있는 중대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결코 가벼이 처벌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부평구청에 확인한 결과 이들 중 2명만 '견책'이라는 최하 징계를 받고, 나머지 4명은 아예 징계를 받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징계를 받은 시점도 기소된 직후가 아니라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후였다.

당시 징계받은 공무원 아직도 구청에 근무

MB정부, 교과부, 행안부, 검찰 등의 요즘 같은 태도라면 한나라당 당원 모집을 공모한 공무원 6명은 모두 파면감이다. 공무원 한 사람이 개인 입장에서 민노당에 가입하거나 후원금을 낸 것과 공무원 신분으로 특정 당원 수천 명을 모은 것 중 어느 것의 형중이 더 무거운가.

주동자 격이었던 보좌관 임씨는 이미 공직을 떠난 상태였기 때문에 징역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별도의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벌금형을 받았던 공무원들 역시 계속해서 공직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평구청의 홈페이지 '담당자 업무공개방'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하아무개 국장은 견책을 받고 지금까지 부평구청에서 의회사무국장을 지내고 있으며 조아무개 공무원은 구청장의 수행 역할(운전과 차량 관리)을 담당하고 있다.

이아무개 과장도 2008년까지 주민생활과장직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아무개 비서실장도 최근까지 근무하다가 개인적 사정으로 사직했다. 약식 기소돼 벌금형을 받은 또 다른 공무원들은 아예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고 확인됐다.

당원 모집 공무원은 봐주면서 민노당 후원은 파면?

한나라당 당원을 모집하다가 적발된 공무원들이 징계도 받지 않거나, 견책이라는 최하 징계를 받고 그대로 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모 국장 외에도 조모씨, 이모씨 등도 이후 그대로 구청에서 근무하였다.
 한나라당 당원을 모집하다가 적발된 공무원들이 징계도 받지 않거나, 견책이라는 최하 징계를 받고 그대로 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모 국장 외에도 조모씨, 이모씨 등도 이후 그대로 구청에서 근무하였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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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교과부와 행안부는 민주노동당 당원 또는 후원회 가입 혐의로 기소된 270여 명을 모두 파면 해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징계권자인 교육감과 지자체장들이 징계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법적 조치까지 취하겠다고 했다. 사표 수리도 안 되고, 정상 참작도 안 된단다.

그런데 정작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2000명이 넘는 한나라당 당원을 모집하다가 발각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2명만 징계, 그것도 가장 낮은 '견책'을 내리고, 4명은 아예 징계조차 하지 않았다. 징계권자인 구청장이 자신의 당선을 위해 당원을 모집한 부하 직원을 제대로 징계할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행안부(당시 행정자치부)는 지도감독권을 행사하거나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등의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랬던 행안부가 지금은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에 대해서 파면 해임이라는 철퇴를 내려치고 있다.

교과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에게 물어보자.

"민주노동당에 개인적으로 당원 가입하거나 후원한 공무원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한나라당 당원을 조직적으로 모집한 공무원 중에 누구의 형중이 더 무거운가. 더욱이 한나라당 당원을 모집한 공무원들은 징계조차 하지 않으면서 민주노동당 후원금 낸 교사는 파면·해임하는 것이 정당한가?"

한나라당과 교과부, 행안부 그리고 MB정부는 답해야 한다.


태그:#한나라당, #당원 모집, #공무원,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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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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