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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무슨 일이 있어도 대선에서 제대로 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강력한 진보정당이 존재해야 합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꿈은 바로 이것이다. 이 땅에 강력한 진보정당 하나 만들고 "제대로 된" 정권교체를 이뤄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 사실, 특별한 '뉴스'는 아니다. 지난한 진보정당 운동 역사에 땀 한 방울이라도 보탠 이들은 모두 이런 꿈을 꿨다.

 

그럼에도 노 대표의 '강력한 진보정당론'에 다시 시선이 가는 건 6.2지방선거 후 그와 진보신당에 불어닥친 후폭풍 때문이다. 노 대표가 사표 논란 속에서도 서울시장 선거를 완주한 배경에는 이 꿈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후보를 중도 사퇴한 배경 역시 마찬가지다. 강력한 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지만, 그것에 이르는 방법론이 다른 것이다.

 

심 전 대표는 최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진보정당이 광장으로 나가 그 광장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민주노동당, 친노세력,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진보대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심 전 대표는 자신의 중도 사퇴를 통해 야권 재편, 혹은 '진보정치의 재구성'에 불을 지핀 셈이다.

 

같고도 다른 노회찬-심상정의 강력한 진보정당의 꿈

 

하지만 노 대표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진보정치 세력들이 하나로 모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왜 모여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보정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는 두 번째 과제이고 '왜, 무엇을 함께 하느냐'가 먼저다"고 진보대연합에 선을 그었다.

 

이렇게 진보신당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두 인물의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 진보신당은, 아니 진보정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오마이뉴스>는 이제 진보정치의 대명사가 된 '노-심'에게서 차례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먼저 노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를 방문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사회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된 이날 대담에서 노 대표는 지방선거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다시 한 번 독자적인 진보정당 노선을 강조했다. 

 

이날 노 대표는 특유의 입담을 선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오마이TV>에는 770여 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노 대표와 오연호 대표의 트위터에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사람들의 관심은 대체로 비슷했다. 왜 선거를 완주했느냐고, 이명박 정부 심판과 진보 진영 전체를 위해서 양보할 수는 없었느냐고 '다시' 그에게 물었다. 6월 2일 전후로 수없이 받아온 질문, 혹은 '질책'이었다. 노 대표는 차분하게 다시 한 번 답했다.

 

"나도 서울시장 후보 중 한 사람이었고, 오세훈·한명숙과도 경쟁하는 처지였다. 오세훈 후보를 낙선시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준엄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말을 몇 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본인 혼자만 '독박'을 쓰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공동 책임", "우리들의 책임"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초기 정치협상으로 (후보 단일화 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안 됐다.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할 것을 요구받았는데, 그렇게는 갈 수 없었다. 왜 (나라고 단일화 고민을) 안 해봤겠나.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 공동 책임을 느낀다. 당장은 비난도 쏟아지고 그걸 감수해야 할 몫이 내게는 있다. 하지만, 이게 나 개인의 판단으로 달라질 문제인지, 다른 대응이 필요한지는 새롭게 평가해봐야 한다."

 

노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3.2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런 선거 결과에 대해 노 대표는 "나에게 부족함도 있었지만, '정권 심판론'에 따라 투표한 유권자가 다수 있었고 그만큼 내 몫은 작았다"며 "나를 지지하지만 표는 한명숙 후보에게 준다는 유권자들이 많았는데, 그들에게 조금도 서운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못 이룬 연대, 국민들이 투표소에서 이뤘다"

 

이어 노 후보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내가 채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노 대표는 지방선거 야권연대에 대해 "진보신당은 '5+4' 단계에서 탈퇴했지만 '4+4' 역시 결렬됐고 다른 당들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가장 큰 책임은 민주당에 있지만 연합공천을 시도한 자체가 상당히 과도하고 무리한 목표였고,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 대표는 "정치권에서 이루지 못한 연대나 단일화를 국민들이 투표소에서 이뤘다"며 "민심은 자신들의 힘으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했다"고 말했다. 즉,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한 건 '연대'와 '단합'이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인 정권 심판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노 대표는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과 당 대 당으로 통합하는 방안이나 심상정 전 대표가 주장한 진보대연합론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었다. 그는 "진보정치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미국처럼 민주당에 다 들어가 그곳에서 싸우는 방식으로 갈 수 없다"며 "독자적으로 진보적 대중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원칙적이고 딱딱해 보이는 말이다. 그리고 혹시 이런 원칙주의 때문에 진보정치의 발전이 더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노 대표의 견해는 달랐다. 한국 진보정치 발전 속도는 늦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어느 나라든 진보정당이 자리 잡기까지는 수십 년 세월이 걸린다. 우리는 오히려 뒤늦게 출발했는데 성장 속도가 빠르다. 진보정치 10년 역사의 성적표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처음 예상보다 진보정치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를 바탕으로 노 대표는 미국식 양당정치가 아닌 독자적인 진보적 대중정당 노선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주장했다.

 

"힘도 없는데 합치라고? 독자적인 진보적 대중정당의 길이 답이다"

 

"일각에서는 '힘도 없는데 하나로 모여서 잘해보지 너무 자기 고집이 강한 것 아니냐', ' 왜 그리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하는데, 사실 미국의 정치가 예외적인 것이다. 선진 정치를 하는 나라는 모두 보수와 진보 양축으로 가고 있다.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민주당 안으로 진보 세력이 들어가면 더욱 퇴행적인 정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역 대립구도가 더욱 강해질 뿐이다. 진보정당이 제대로 된 정치세력으로 서는 게 한국정치 선진화에 좋다."

 

이어 노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역대 가장 민주적인 정부였고 권위주의 타파 등 성과도 있었지만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이후 한나라당이 집권했지만 이들은 더욱 부자정책을 쓰는 집단이다, 만약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있었다면 우리 역사가 10~20년 후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진보정당 발전을 위해 진보정치 세력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독일식 정당명부제 투표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2012년 정권교체 및 그 이후 한국사회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도 힘 있는 진보정당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시종일관 강조했다.

 

"2012년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강력한 진보정당이 존재해야 한다. 최소한 그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보정당이 교섭단체 정도는 꾸릴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당이 집권하든 혼자 마음대로 못하고 상대방과 논의해서 결정을 한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나랏일이) 결정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사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진보신당은 유연해지고, 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편 노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심상정 전 대표와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앞으로도 함께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중도 사퇴한 심 전 대표의 징계 문제에 대해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며 반대 견해를 나타냈다.

 

▲ 노회찬 대표에게 진보정치 길을 묻다 1부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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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 대표에게 진보정치 길을 묻다 2부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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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회찬,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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