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보면, 늘 점심 먹을 걱정을 해야 하지요. 어떤 곳이든지 갈 곳이 잡히면, 길도 잘 알아놔야 하고, 거기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밥집이 어디에 있는지도 미리 알아야 한답니다. 보통 나가면 온종일 자전거를 타게 되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못해도 80~90km는 달려야하니까요. 우리가 가는 곳은 흔히 시골마을로 다니기 때문에 그 둘레에 밥집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면 도시락을 싸서라도 점심을 챙겨가야 한답니다.

 

 

어제(13일)는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서, 칠곡군 신동 쪽에 임도를 두어 개를 넘어 돌아올 생각이었어요. 그곳에 밥집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시간을 가늠하니 산속에서 점심 때를 맞을 듯했지요. 그래서 도시락을 따로 준비해서 갑니다. 돌아올 길이 멀기 때문에 아침은 대충 김밥 몇 줄 사서 가다가 먹을 생각으로 이른 아침에 나섰지요.

 

마을을 벗어나면서 분식집에 들어가서 김밥 석 줄을 따로 샀습니다. 가게 앞 간판에는 커다랗게 '김밥 한 줄 천 원'이란 글자가 붙어 있네요. 아직도 김밥이 천 원이라니, 싸게 파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샀어요. 꼭 값이 싸다고 산 건 아니었고, 길을 가다가 산 것이라 눈에 보이는 대로 들어간 분식집이었어요.

 

한참을 달리다가 그늘진 곳에 가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며 쉬기로 했지요. 김밥 집에서 사온 김밥을 풀어놓고 맛있게 먹습니다. 그런데 먹다보니, 뭔가 이상하네요. 김밥이 몹시 가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틀림없이 김밥 안에 들어간 재료도 제대로 들어있습니다. 오이, 달걀부침, 단무지, 우엉, 햄, 당근까지….

 

가만히 보니, 밥을 얼마나 얇게 깔았는지 너무 적었어요. 게다가 단무지와 달걀부침 크기가 김밥 크기 반은 되겠더군요. 벌써 한 줄 쯤은 먹었는데, 왠지 너무 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단무지 때문이었어요. 먹다보니 영 꺼림칙하군요.

 

한 줄은 모르고 그냥 먹었지만, 단무지를 모두 빼고 먹습니다. 김밥 두 줄에서 빼낸 단무지를 보니, 수북하네요. 너무 화가 납니다. 한 줄에 천 원을 받는다고 값이 싸니까 좋아할 일이 아니더군요. 차라리 제대로 만들고 제값을 받지. 이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여요.

 

김밥을 사면서 한 줄에 천 원을 받는다고 하기에 밥집임자에게 물어봤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아직도 천 원인데 값은 안 올리세요?"

"다른 데는 다 천오백 원인데, 우리는 안 올렸어요. 손님들이 우리가 파는 김밥이 싸다고 많이 찾으니까요…."

 

우린 차라리 값을 올리더라도 제대로 만든 김밥을 사먹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태그:#김밥, #단무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남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오랫동안 여행을 다니다가, 이젠 자동차로 다닙니다. 시골마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정겹고 살가운 고향풍경과 문화재 나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때때로 노래와 연주활동을 하면서 행복한 삶을 노래하기도 한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