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국방발전회 위원으로 일하면서 육해공 3군의 균형발전을 위해 해군 및 공군 증강을 강조해온 문정인 교수는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한편의 초현실주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천안함 처리 과정에 세 가지 심각한 절차적 하자"

그는 또 "정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니 국민이 이를 믿는 게 순리"라면서 "그러나 세 가지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사건 조사가 국회가 아닌 행정부 중심으로 진행돼 '절반의 진실'에 머물렀고, 조사결과에 대해 외국 동의를 먼저 얻고 국내를 설득하려 했으며, 명칭에는 문제가 있지만 북한의 '검열단' 파견을 수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이 하자에 대한 해명 없이는 천안함 문제는 두고 두고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교수는 북한과 군사적 충돌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북확성기를 둘러싼 충돌이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지만, 걱정되는 대목은 해상 충돌"이라고 우려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바보'가 된 한국 해군이 공세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북한이 해안포로 대응할 경우 다시 공군이 대응하면서 확전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이와 함께 "북한으로서는 인명살상이 적으면서도 우리에게 치명적인 타격 포인트를 찾으려 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내에 있는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나 그 주변에 있는 여러 산업시설, 석유 가스 저장시설 등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 제기한 "전쟁 개시 3일이면 북한의 핵심목표를 폭격해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북이 우리를 선제공격해 올 공군 타격력은 없지만 방공 능력은 대단하다"면서 "F-15, F-16이 좋은 비행기이지만 정밀 타격을 위해 고도를 낮추다보면 북한 방공망에 걸린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충정도 좋지만, 3일 전쟁이 3년 전쟁이 되어 우리 모두 망하고 나면 책임질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문 교수는 또 자신의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참여에 대한 진보개혁진영 일부의 비판에 대해 "참여정부에서 동북아시대 위원장을 할 때, 보수 쪽 인사들을 위원회에 초청했는데 다 피하기에 후배들에게 외교안보에 보수-진보, 좌우가 어디 있냐고 야단을 쳤었다"면서 "언제 '편 가르기' 게임이 끝나고 건전한 정책 논의의 광장이 열릴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관련 문답 전문.

-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니 국민이 이를 믿는 게 순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세 가지 심각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 이 하자에 대한 해명 없이는 천안함 문제는 두고 두고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우선, 3권 분립의 관점에서 행정부의 발표는 절반의 진실이다. 국민적 관심이 크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시간에 구애 받지 말고, 행정부를 감시감독하는 입법부인 국회가 본격적 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민군 합동조사 다 좋은데 행정부의 발표는 행정부의 진실이지, 입법부의 진실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례를 보자. 9․11 사태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미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미 의회가 초당적이고 권위 있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린 결론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자위권' 행사의 기회도 놓친 마당에 시간적으로 급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두 번째로,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미국, 일본, 호주 등 외국 정부의 동의를 얻고, 그것을 가지고 우리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받으려고 하는 정부의 행태를 수용하기 어렵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우리 국민들의 동의를 얻은 뒤에 국제사회에 설명해 동의를 얻은 뒤에 유엔 안보리에 가는 게 수순이지, 아니 국민이 동의하기도 전에 외국부터 가는 게 어디 있나? 게다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에게는 400페이지 보고서를 주고, 우리 국회 특위에는 8페이지 요약본을 주었다는데 이게 뭔가. '선진 한국'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동의했다고 가정해 보자. 중국, 러시아가 뭐라고 하겠나, 자연히 따라오지.

마지막으로 북한의 '검열단' 제안을 받았어야 했다. 검열단이라는 표현이 거슬리는 것은 분명하고 그 방식도 문제지만, 북한이 절차적으로는 옳은 이야기를 했다.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르면 군사적 충돌이 나왔을 때 공동 조사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북한이 이런 제안을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조사단을 오게 해서, 전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하나씩 따져 물었어야 했다. '살인범이 현장을 검열하겠다는 말이 되느냐'라는 국방장관의 발언에 동의하기 어렵다. 아무리 범법자라 할지라도 법정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 아닌가. 우리가 북한과 다른 게 여기에 있다고 본다. 민주주의는 본질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정통성도 중요하다."

- 북한이 그만한 작전을 할 능력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다.
"당시에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할 때고, 천안함이 대잠수함 초계 함정이라는 점에서 참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국방발전위원으로 일하면서 남북한 전력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살펴본 적이 있다. 북한군이 그 정도의 침투, 타격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지 않았다. 한 편의 초현실주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 해군이 그렇게 엉터리라고 보지 않는다. 이렇게 깨졌다는 게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더더욱 믿기 어렵다. 한국 해군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대해선 집중적으로 조명할 부분이 있다. 우리 해군이 그것밖에 안 되는가, 한미 연합 전력이 그것밖에 안 되는가,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 안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해군들은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닐 것인가,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북한이 인천공항 활주로를 공격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동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호국추모실 복도 양 옆으로는 6·25 전쟁영웅 21명의 흉상이 놓여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동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호국추모실 복도 양 옆으로는 6·25 전쟁영웅 21명의 흉상이 놓여있다.
ⓒ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면 조준사격을 하겠다고 했다. 남북 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남북 간 군사 충돌은 세 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대북확성기를 11곳에 설치했는데, 국지적인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류의 총격전은 과거에도 얼마든지 있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군사 핫라인이 없어서 곤란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육상에서 확성기를 둘러싼 충돌이 대규모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그러나 걱정되는 대목은 해상 충돌과 그에 따른 확전 가능성이다. 군의 속성상, 장차 한국 해군은 서해에서 엄청나게 공세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한국해군이 완전히 무력한 '바보' 해군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북한 해군에 대한 적개심에 불탈 수밖에 없고, 우리 국민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책과 징계가 다 끝나고 나면 서해에서 해상 충돌 가능성을 배제  수 없다. 북한이 해군 기동력에서 우리를 따라갈 수는 없지 않은가. 북한이 해안포를 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우리는 F-15, F-16 등 최첨단 전투기를 이용, 북의 해안포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그 이후 확전 가능성은 크게 두 갈래로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북측이 주장해 오던 대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는 보복 타격이다. 휴전선에 전진 배치된 북의 장사정포 위력으로 보아 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도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 점에서 남에 대규모 인명살상을 가져오는 군사행동을 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나 그 주변에 있는 여러 산업시설, 석유 가스 저장시설 등이 표적이 될 가능성은 크다. 이들 모두 북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있다. 북한으로서는 인명살상이 적으면서도 우리에게 치명적인 타격 포인트를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공항은 폐쇄되고 G20회의도 어려워질 것이다.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생기고, 그 정도 되면 여유 있는 사람은 외국으로 도피 엑소더스의 행렬을 이루게 되지 않겠나."

- 전쟁 개시해서 3일이면 북한의 핵심목표를 폭격해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의 공군력을 과신하는 것 같은데 이는 큰 오산이다. 북이 우리를 선제공격해 올 공군 타격력은 없지만 방공 능력은 대단하다. 휴전선과 평양 지역의 대공포망이 얼마나 촘촘한지, 미국 군사전문 블로거 플레인맨의 블로그를 한번 보기 바란다. 북한은 6·25 때 미 공군기의 폭격으로 전 국토가 초토화됐다. 그래서 전 국토의 요새화가 나왔고 방공시스템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F-15, F-16이 좋은 비행기이지만 정밀 타격을 위해 고도를 낮추다보면 이북 방공망에 걸린다. 쉬운 일이 아니다. 보수의 충정도 좋지만 독자를 이런 식으로 오도해서는 안 된다. 3일 전쟁이 3년 전쟁이 되어 우리 모두 망하고 나면 책임질 것인가." 

-지난해 8월 김대중 대통령 국장 때 북한조문단이 서울에 와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고, 이어 10월, 11월에는 정상회담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전쟁 운운하는 상황까지 됐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나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작년 8월에 북한 특사조문단이 왔을 때 임동원·정세현 장관 두 분이 열심히 노력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도 성사되었다. 북측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 밝은 얼굴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대화를 한 후, 남북관계 개선에 희망이 있다는 인식을 하고 돌아갔던 것으로 안다. 그 뒤 이 대통령 비방 발언을 중단했고, 이산가족 재상봉도 결정했다. 그 다음에 정상회담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는가. 정부 내에 이러한 사태 발전에 대한 견제세력이 있었던 것 아닌가? 왜냐하면 그때는 정말 여건이 좋았고, 예감이 좋았다. 왜 현 상황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북한 조문단, MB 만난 뒤 관계개선 희망 갖고 귀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서울에 온 북측 특사 조의방문단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 원동연 아태위원회 실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을 위해 서울에 온 북측 특사 조의방문단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 원동연 아태위원회 실장과 면담하고 있다.
ⓒ 사진제공 청와대

관련사진보기


- 당시 문 교수가 "북한 조문단은 사실은 김정일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특사"라고 쓴 <한겨레> 기고문을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보고 연락을 해 온 것이, 이 대통령이 조문단을 만나는 계기가 됐다고 들었다.
"김덕룡 의장이 글을 잘 읽었다면서, '나도 이 대통령이 북측 대표단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화를 해왔다. 그러면서 대표단을 만날 수 있겠냐고 해서 토요일(22일) 조찬은 가능할 것 같으니, 통일부와 임동원 전 장관의 양해를 먼저 얻어달라고 했다.

그 뒤에 김 의장이 임 전 장관을 방문해서 여러 가지 협의를 했는데 임 전 장관은 김 의장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다. 22일 조찬에서 내가 북측 인사(김양건, 원동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현 정부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민화협 공동대표 의장이고 대통령 특보인 김 의장이 좋은 창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김덕룡 의장, 김양건, 원동연 세 분이 그 식사 장소에서 별도 회동을 했다. 이 회동에서 김 의장은 북측에 '진정 이 대통령을 만날 의사가 있는가,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북측 인사들은 '김정일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왔는데 이 대통령을 못 만난다면 국제 사회가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며 김 위원장의 메시지도 있다고 했던 것으로 안다.

확신을 가진 김덕룡 의장이 청와대에 연락했고, 11시부터 대통령 주재하에 관계 부서 책임자 회의가 열렸고 현인택 장관이 김양건, 원동연 두 인사들과 오찬을 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한다. 원래 청와대에서는 북한 조문사절단을 '사설 사절단'으로 폄하하면서 내부적으로 면담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가 김 의장이 개입하면서 반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

- 북한 조문단이 굉장히 만족해서 돌아갔다고 했는데, 따로 들은 말이 있나.
"난 그렇게 알고 있다. 안 그랬다면 화답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부시든 오바마든 만나면 이 대통령의 친화력에 감명을 받는 것 같다."

"중, 국방위에 방점 두고 북한 분석... 북 전문매체 보도, 대북 심리전 성격 강해"

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장성택이 국방위 부위원장이 됐다.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북한은 공산독재체제 이상으로 유교적인 국가다. 유교적인 국가에서는 명분이 제일 중요하다. 명분에서 정통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명분과 정통성은 실질적인 업적 없이는 구축하기 어렵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그마치 23년 가까이 김일성 주석을 보좌하면서 조선노동당 안과 밖에서 업적을 쌓은 후 1994년에 권력승계를 했다.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반대도 없었던 것이다. 지금 그런 과정 없이 후계 작업을 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만나 본 김정일 위원장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김정은이든 누구든 후계 될 사람이 그만한 업적을 쌓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모하게 후계자로 옹립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국방위원회에 더 큰 방점을 두는 것 같다. 남측이나 미국, 그리고 일본은 후계체제에 역점을 두는데, 중국 측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작년 4월 이후. 국방위원회는 당-군-내각 3자의 실세들로 구성되고 있다. 북한은 일종의 전시체제 하에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국정운영이 국방위원회를 통해서 이뤄진다. 후계자가 누가 되든 안 되든 간에, 만일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상황이 발생해도 국방위원회 체제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개성공단에도 국방위원회 정책국장이 나와서 진두지휘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 언론에서 모든 것을 후계체제와 연결시켜서 보는데, 이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최근 데일리NK 등 이른바 북한전문매체들의 역할에 대해 다소 의문이 간다. 이들이 엄청난 취재력으로 북한 현황을 보도하고 있다 해도, <연합뉴스>가 이를 여과없이 보도하고 다시 조중동 등 일간지들이 크게 다루면서 하나의 기정사실로 자리를 잡는 것 같다. 미국, 유럽 등 거의 대부분 국가의 정부 기관과 언론 매체들은 그것에 의존한다. 대북 심리전적 성격이 강한 보도가 하나의 객관적 사실로 둔갑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 정책을 편다는 것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이 점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이상우씨가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으로, 외교안보라인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상우 교수가 하와이대학에서 박사학위 받을 때 지도교수가 루돌프 럼멜 교수다. 독특한 양반이다. 그는 국가속성이론, 그러니까 국내체제, 종교, 지리적 사이즈, 경제규모 등을 갖고 한 국가의 속성을 보면 그 국가의 대외행태가 협력적이냐, 갈등적이냐를 알 수 있다는 이론을 만들었다. 소위 '국가의 속성'(national attribute) 이론이라는 것이다. 럼멜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는 전쟁을 하지 않고 권위주의 독재 국가가 전쟁을 한다고 확신한다. 그런 맥락에서 월남전 참전을 찬성했다. 다들 잘못된 전쟁이라고 할 때도 월남전을 옳은 전쟁,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주장해서, 동료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배척당했던 인사다.

이상우 교수는 루돌프 럼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독재국가를 비판한 '데모사이드'라는 럼멜의 책이 있는데, 이것도 이 교수가 한국어로 번역, 출판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만큼 북한 체제, 그리고 중국 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자연히 한미 동맹, 한미일 3국 공조론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북한주적론이 MB 임기 내에 남북 간 큰 충돌을 가져오지 않기를"

-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의 결과물이 이후 대북관계에 규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는데.
"북한주적론, 선제적 억지 전략, 한미동맹 강화, 전작권 환수 지연 등이 한국의 안보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것들이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 안에 남북한 간의 큰 충돌을 가져오지 않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이상우 교수를 존경하지만, 이런 사안들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면 북한도 우리를 주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말이 선제적 억지 전략이지 실제로는 선제 공격론 아닌가. 이 역시 동의할 수 없다. 한미동맹은 국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지 않은가.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공동의 적과 위협을 인위적으로 창출해서는 안 된다.

한미 동맹에 대한 과도한 강조는 우리로 하여금 안보 딜레마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한미 동맹은 다자안보협력, 집단안전보장 체제, 그리고 안보 공동체로 가는 교량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 발발 시 우리가 주력군이 되어 작전 통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 군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로 전쟁에 임할 수 있겠는가."

- 정부의 사회통합위원회에 참여한 것에 의아해하는 시각도 있다.
"참여정부에서 동북아시대 위원장을 지냈다. 보수 쪽 인사들을 위원회 활동에 초청했는데 다 피하더라. 그래서 후배들에게 외교안보에 보수-진보, 좌우가 어디 있냐고 야단을 쳤다. 정권 바뀌고 사회통합하자고 나보고 와달라는데 어떻게 해야겠나. 친일 매국하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참가하고 할 말 하는 것이 합당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진보 진영에서는 나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더라.

오는 6월 29일 사통위에서 성신여대 김영호 교수 등과 외교안보분야 토론을 한다. 외교안보정책의 구상, 한미-한중 관계, 대북인식, 전작권 환수문제, 북한인권,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해 진보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진보의 시각(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시각)에서 조목조목 따질 것은 따질 것이다. 언제 '편 가르기' 게임이 끝나고 건전한 정책 논의의 광장이 열릴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태그:#6·15, #문정인, #사회통합위원회, #이상우, #천안함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