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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전히 당신은 4대강 사업이 생명 살리기 사업이라고 합니다. 물과 환경을 살리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생명, 물, 환경을 살리면서도 해매다 수조 원의 돈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몇 년 뒤면 성과를 볼 수 있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국책사업도 반대에 부닥쳤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의 발전 동력이 되었다며, 4대강 사업도 그리될 것이라고 합니다. 더 많이 토론하고,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환경을 위해 유익한 의견은 언제든지 반영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론은, '나는 내 길을 가련다' 입니다. 4대강 사업을 절대로 멈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당신만이 혹은 당신의 주변 사람만이 정확하게 4대강의 문제점을 보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그 오만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신이 하려는 그 일을 포기해야만 강이 삽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당신에게 '이젠, 4대강 삽질을 멈춰라!' 분명하게 대답을 한 것입니다. 그래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이게 더 많이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것입니까?

 

팔당유기농단지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당신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했을 때 이곳을 찾아와 지지를 부탁하며, 팔당유기농단지에 대한 찬사와 약속을 내놓으셨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 당신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팔당유기농단지에 자전거도로와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공권력을 투입하여 강제측량을 하고, 그동안 유기농단지를 일궈온 농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하겠다고 합니다.

 

 

그 이후, 팔당유기농단지와 두물머리에서는 성직자들과 많은 이들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집회와 기도회를 이어갔습니다.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천주교 신자라고 하지요. 신부님들은 그런 사람이 천주교 신자인 것이 부끄럽다며 참회하는 심정으로 삭발까지 하셨습니다.

 

유기농단지에서도 개신교 목사님들이 당신과 같은 분이 장로님인 것이 부끄럽다면서 지난 사순절기에 40일 금식기도회를 릴레이로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끝나도 여전히 당신이 4대강 사업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6월 8일부터 100일 금식기도회에 들어갔습니다. 100일이라는 시한을 두었지만, 4대강 사업을 포기할 때까지라는 단서가 붙었습니다.

 

지난 4월 기도회를 하면서 우리의 염원을 담아 솟대와 십자가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 조금 더 지난 6월, 솟대의 가지에는 새순이 돋았습니다. 잘린 나뭇가지에서 틔운 싹, 새순을 보면서 생명의 숨소리를 듣습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현장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혹시 책상에 앉아 지도를 펴놓고 4대강 사업이 생명 살리기 사업이라고 확신하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지금 삽질에 신음하는 강과 아직 삽질이 시작되지 않은 강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삽질이 시작되면서 사라지는 생명들, 죽어가는 생명들의 신음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당신의 구상대로 개발되었을 때, 그 곳에 살지 못하는 생명들이 어떤 것인지 아시는지요? 공권력의 도움이 없이는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계시는지요? 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들을 당신도 듣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듣고 묵살해 버린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엄밀하게 말하면 듣지 않는 것입니다.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아니, 비판의 목소리 반대의 목소리를 향해 당신은 불순분자의 책동 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귀를 열고 국민과 소통하십시오. 간신배들의 달콤한 말이 진실인 것처럼 착각하지 마시고, 저 강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가 잠시 빌려쓰는 저 강물을 우리 후손에게 어떻게 물려줘야 하는지, 당신이 그렇게 모범사례로 들먹이는 나라의 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십시오.

 

그들은 이미 지금 4대강 사업이 시작되지 아니한 그 강을 최고의 강이요,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강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한 복구비용은 공사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그것만이 강을 살리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정녕 모르시겠습니까?

 

머지않아 당신이 왜 그렇게 4대강 사업에 골몰했는지 밝혀질 것입니다. 그것이 정말 '4대강 살리기'라는 당신의 순수한(?) 열정으로만 그렇게 한 것이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런다해도 열정만으로 잘못한 일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왜 그렇게 당신이 4대강 사업에, 토목공사에 목을 매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지혜로운 지도자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는 법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통의 벽이 너무도 견고한 것을 봅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여전히 견고한 MB산성을 봅니다. 지금이라도 귀를 열고 국민과 소통하십시오. 그러면, 해법이 보일 것입니다.


태그:#4대강 사업, #팔당유기농단지, #소통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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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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