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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소리 나는 아줌마 정치인들의 깐깐한 수다'로 <오마이뉴스>가 '후끈' 달아올랐다.

 

처음으로 출마한 선거에서 현역의원을 제치고 당선된 오진아 마포구의원 당선자(진보신당)부터 '야 5당 단일후보'로 재선에 성공한 송영주 경기도의원 당선자(민주노동당) 그리고 91년 구의원을 시작으로, 시의원,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거쳐 구청장이 된 홍미영 부평 구청장 당선자(민주당)까지, 토론을 진행하는 90분 내내 세 명의 '아줌마 정치인'들은 쉴 새 없이 발언을 이어 나갔다.

 

이들은 진보진영의 대표의제였던 친환경 무상급식과 무상의료, '일하는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인 보육문제 그리고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각기 다른 정당, 각기 다른 지역구지만 '생활정치 실현'이라는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은 상대방이 이야기를 할 때면 "그럼요"하며 연방 고개를 끄덕였고, 서로의 정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자칫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는 '정치' 이야기지만 "쓰레기봉투 값 정하는 것도 구의회에서 결정하는 정치 문제"라는 오 당선자의 말처럼, 이날 토론회에서는 생활에 밀착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7월 1일, 이들 '아줌마 정치인'들의 '생활정치'가 시작된다. 초선인 오 당선자는 "정말 제대로 된 생활정치를 보여드리겠다"며 포부를 밝혔고, 이번 의회에서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하게 된 송 당선자는 "도민들께 잊어버리고 잃어버렸던 도의원의 자리를 되찾아주겠다"고 말했다. "배지 차고 앉아서 행사장 다니는 의원이 아니라 소통하는 의원이 되겠다"는 것이다. 기초단체장으로서 '행정의 집행자'가 된 홍 당선자는 "가장 약한 사람이 배려 받고 따뜻하게 살 수 있는 부평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토론회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장윤선 기자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친환경 무상급식] "보도블록 교체하는 낭비성 예산만 줄여도..."

 

장윤선 <오마이뉴스> 기자(이하 장) :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최근의 여론동향을 보면 예산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2012년에나 가능한 곳도 있다고 한다. 

 

홍미영 부평구청장 당선자(이하 홍) : "예산계획을 세워봤는데, 저희 지역(부평) 같은 경우에는 교육청에서 (기초 단체와) 5대 5로 부담을 하고, 또 광역시가 기초단체와 같은 비율로 비용을 부담한다면 무상급식의 경우 한 30억 정도가 든다. 여기에 아토피 없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할 경우 추가로 30%가 들어서 한 40억 정도 든다. 물론 40억은 적은 예산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건강, 인권 그리고 어려운 학부모들로부터 5~10만 원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면서 가질 수 있는 행복감을 플러스알파 한다면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송영주 경기도의원 당선자(이하 송) : "작년에 무상급식 때문에 가장 큰 내홍을 치렀던 곳이 경기도 의회다. 제가 작년에 경기도의회의 교육청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항의하면서 20일 정도 무상급식 때문에 농성을 하기도 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패러다임을 바꾸면 충분히 가능하다. '예산이 없어서 안 된다', 이 논리는 맞지 않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어디에 돈을 더 쓸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미 지방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 곳들을 보면 급식지원센터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경기도에서도 급식지원센터를 시군별로 만들고 도가 지원하는 형태로 고민하고 있다. 아이들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예산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올해 열렸다."

 

장 : 올해는 농성하지 않고, 단식하지 않고 통과될 수 있을까(웃음).

 

송 : "김상곤 교육감이 재선됐고,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하고 있는 후보들이 많이 당선돼서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을 듯하다."

 

장: 특히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이 높다. 최근 아토피를 겪는 아이들이 굉장히 많아져서 그렇다는데.

 

오진아 마포구의원 당선자(이하 오) : "주위에 한 집 건너 한 명씩은 아토피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엄마들도 고생이다. 저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상은 중학생까지. 마포구 초·중등학교 아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친환경 무상급식) 소요비용이 128억 정도 나오더라. 마포구 한 해 전체 예산이 3000억 정도 되는데 4%정도가 소요되는 거다. 이번에 곽노현 교육감 당선자도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더 피력했는데, 교육청과 마포구가 5 대 5 예산으로 나눠서 분담하게 된다면 전체 예산의 2%만 있어도 당장 내년부터 친환경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 예산문제다 뭐다 하는데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매년 보도블록 교체하는 낭비성 예산만 줄여도 2%는 나온다."

 

홍 : "한마디 덧붙이면, 광역시 안에서 자치구는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니까 시에서 지원을 받아라. 시에서도 받을 수 있는 건 챙겨내라."

오 : "이번에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셔서(웃음). 서울시의원님들의 협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

홍 : "손자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걸 보고 있는데 아토피 치료비만 생각해도 (친환경 무상급식이) 주민들한테 피부에 와 닿는 그런 정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자리와 보육] "공립 어린이집, 무조건 새로 짓지 않아도 방법 있어"

 

장 : 저도 딸아이가 둘인데 애를 안전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데를 찾느라 이사도 몇 차례 다녔다. 보육시설 문제가 심각하다. 진보신당 경우에는 이번에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에는 무조건 국·공립 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는데.

 

오 : "마포구만 하더라도 국·공립 어린이집에 '우리 아이를 보내고 싶습니다'라고 신청한 대기자가 3500명 이상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그동안 그렇게 주장해왔는데도 안 생겼는데 어떻게 아파트 마다 생기게 할 수 있을까.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 있다. 2009년에 천안시가 주공 아파트에 있는 어린이집 몇 곳을 15년 동안 시립으로 전환을 해서 운영을 하도록 결정했다. 그래서 9000만 원 시비 예산을 들여서 어린이집 전체를 리모델링도 하고 교구도 교체했다. 어린이 집이 시립이 되니까 학부모들 입장에선 외형도 많이 바뀌었고 보육료 부담을 덜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또 한 가지는, 국공립 어린이집 한 군데 새로 짓으려면 땅 사고 건축하는데 최소 20억 정도 든다. 그런데 천안에서는 리모델링 비용이랑 다 합해도 9000만 원이 들었다. 예산절감 효과도 있는 거다. 지금까지 지자체에서는 땅이 없다, 뭐가 없다하면서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를) 미뤄왔지만, 이미 시행하고 있는 지역들의 사례를 보면 방법이 있다."

 

홍: "제가 국회 가족위에서 3년 동안 간사를 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게 복잡하니까 잘 안 하려 한다. 새로 짓는 걸 좋아하지. 하지만 리모델링을 해서 법인을 전환하게 되면 예산도 적게 들고 현실적으로도 더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저는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새로 짓는 행정편의가 아니라, 주민편의와 예산절감을 먼저 생각하는 사고를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가져야 한다."

 

송: "보육시설 늘리는 것과 함께 안전한 보육도 중요하다. 엄마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거냐가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 특히 공무원 한 분이 수십 개의 보육시설을 전담하는 상황에서 질 높은 관리감독이 되기를 바라는 게 어불성설이다. 공무원들의 관리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보건지소 확대] "주민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의료기관이 아니다" 

 

장 : 대표적 진보의제 중 하나가 무상급식, 또 하나가 무상의료다. 무상의료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동네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갈 수 있는 보건지소가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특히 서울같은 경우에는 구청마다 하나씩밖에 없다. 이번에 보니까 보건지소를 확대하시겠다고 공약을 하셨는데?

 

홍 : "네. 부평으로 이사오십시오(웃음). 부평은 풀뿌리 운동이 잘 되어있다. 식품생협뿐만 아니라 의료생협도 잘 되어 있다. 의료생협이 멀지 않고 딱 동네 안에 있으니까 기본적인 잔병이든 이런 것들을 상담하고 건강진단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런 데를 지소로 위탁운영 할 거다. 꼭 거창한 의료기관이 아니라."

 

송 : "저희 아이가 3살이라 예방접종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보건소가 멀리 있다. 보건소에 가보면 주민들이 택시를 타고 오더라. 많은 엄마들의 요청이 예방주사라도 맞힐 수 있는 보건지소가 있었으면 한다. 주민들은 최첨단의 의료장비를 원하는 게 아니다. 동네주치의처럼 편안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

 

오 : "마포같은 경우에는 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다. 지난해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도 거점병원이 한 곳 있었는데, 저희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려서 갔더니 예전에 아이가 이마 다쳤을 때 꿰매러 갔던 정형외과인 거다(일동 웃음). 정형외과에서 신종플루를 검사하는 게 말이 되냐고 주민들이 항의를 했다. 그만큼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상태다.   

 

현재 마포구에 보건소가 딱 한 군데 있고, 지소도 딱 한 군데 있는데 이곳에서 인구 40만 명의 의료를 어떻게 책임지나. 저도 마포의료생협 발기인 중 한 명이다. 부평에서 구청장님이 지소를 전환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어주시면 마포에서도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웃음)."

 

[주민참여예산제] "주민분들이 '내 돈 제대로 쓴다'는 소리 하게 될 것"

 

장 : 성남시가 호화청사 논란으로 시끄러웠는데 시장이 바뀌니까 매각을 추진하고 매각에서 생기는 자금은 주민들 복지를 위해 쓰겠다고 하더라. 주민참여예산제가 되면 연말에 보도블록 교체하고 이런 일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필요하긴 한데 단체장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의회가 움직이지 않아서 불가능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홍 : "제가 시의회 예결특위 위원장을 2년 한 적이 있다. 그때 예산정책 시민대토론회를 열었다. 예산편성시기가 7~8월인데 시민들이 참석해서 토론을 하는 것이었다. 공무원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예산을 편성할 때 도움이 되고, 사전 조율이 되면서 의회나 시민단체의 갈등도 적었다. 시민의 감각이 공무원의 예산편성기술과 맞아떨어지면 훌륭한 예산편성과 집행이 될 수 있다."

 

송 : "경기도 의회에서는 주민참여예산 조례가 통과되지 못했다. 시민단체에서 형식적인 조례말고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자고 했고 의회와 집행부는 이를 너무 부담스러워 해서 끝내 통과가 못됐다.

 

경기도의회는 조례 통과를 못했어도 경기도 교육청은 주민참여예산위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해서 위원들과 함께 설명회와 여론조사와 같은 과정을 거쳐 예산안을 개정했다. 학부모와 교육단체 종사자 그리고 (예산) 집행부가 함께 토론을 하니까 불필요한 예산을 줄일 수 있었고 3자가 만족하는 예산을 짤 수 있었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제대로 돼야 주민분들이 '속시원하게 정치 한 번 잘 한다', '내 돈 제대로 쓴다'고 할 것이다."

 

오 : "저는 주민참여예산제의 핵심이 지역에 대한, 우리 동네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있다고 본다. 우리 동네에는 아이들이 가서 마음대로 책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없다. 마포구 전체에 구립도서관이 딱 한군데이다 보니까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 고령화 시대라 아직 정정한 어르신들이 많은데 그 분들은 일자리가 없다.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의 방과후가 고민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실 예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다음 문제가 아닐까 한다."

 

홍 : "91년부터 20년동안 지방자치를 해왔는데 사실 그렇게 많이 발전한 것 같지 않다. 의회와 행정과 시민 세 축 움직여야 지방자치 발전하는데 그게 잘 안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회와 행정 서로 유착돼서 주민들이 보기에는 너희들만의 지방자치, 너희들만의 선거, 이렇게 돼왔다. 풀뿌리 민주주의 아니라 풀뿌리 보수주의, 풀뿌리 밀착주의였다. 주민참여예산제는 '너희들만의 지방자치'가 아니라 '우리들의 지방자치'를 만들어내는 좋은 제도다. 지방자치의 올바른 발전 위해서는 주민참여예산제가 시행되어야 한다."


태그:#아줌마 , #아줌마 정치인, #6.2 지방선거, #생활정치 , #지방선거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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