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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실 둘째아이 백일은 잘 안 챙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를 모시는 사람들은 조금 다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지요. 하다못해 떡이라도 해서 돌리라는 게 할머니의 입장이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마저도 하지 말자는 입장입니다.

저는 백일잔치는 물론 돌잔치도 별로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돌잔치의 경우는 관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심한 이유 중에는 내가 내보냈던 많은 돌떡값을 회수하는 의미도 있지요. 예전에야 아이들이 일찍 죽기도 하였고, 오랜만에 몸 보신 한다는 의미도 있었지요. 허나 요즘은 그런가요. 아이들이 너무 건강하고, 우리 역시 너무 잘 먹어서 탈입니다.

이제 백일잔치나 돌잔치의 의미가 조금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 그대로 뭔가 의미를 담아내야 하고, 아이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적 효과란 지금 당장을 말하는 게 아니지요. 아이가 훗날 자신의 백일 또는 돌잔치를 보며 뭔가 생각할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내 블로그에 실린 지난 3월 15일에 태어난 둘째 아이
 아내 블로그에 실린 지난 3월 15일에 태어난 둘째 아이
ⓒ 임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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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저는 둘째 백일잔치를 생략하고, 그 돈으로 아이 이름을 붙여 기부를 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 백일 때는 첫째 아이 이름으로 독거노인을 섬기는 기관에 기부를 했더랬지요. 그런데 1회성 성격이 강해 뭔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둘째 녀석 이름으로 외국 아이에게 매달 기부하려고 합니다.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물론 국내에도 많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지요. 그래서 저는 현재 총 3곳에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꾸준히 자라며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서로를 만나 축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 것입니다.

평소에 지나치기 쉽지만 여전히 세계는 중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의 빈부격차로 인해 어린시절부터 노동력 착취와 인신매매, 폭력 등에 노출된 어린이가 너무도 많습니다. 때론 부모가 없어 7살짜리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쓰레기를 뒤지며 먹을거리를 찾아 수많은 질병에 노출된 경우도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필자가 후원하는 G단체에 소개된 케냐의 한 아이.
 필자가 후원하는 G단체에 소개된 케냐의 한 아이.
ⓒ 임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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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저는 G단체를 통해 후원을 맺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지금도 첫째 아이 이름으로 외국 친구에게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이 돈이면 외국의 한 아이 한달 생활비가 나온다 합니다. 이번에는 둘째 이름으로 후원을 맺으려는 데요. 가끔 이 아이가 사는 모습과 생활형편이 사진과 함께 보내진다 하니 이런 걸 통해 내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입니다.

또 저는 자식이 한명 더 늘어나니 좋습니다. 꼭 피로 연결되어야만 자식인가요. 마음으로 기도하고, 후원하며 기르는 아이도 제 자식입니다. 또 이런 제 마음이 전달될 수 있다면 이 아이가 자라 또 다른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후원하며 이렇게 작은 사랑이 전해지겠지요. 저는 이 작은 사랑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생명이 있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오늘 할머니께 연락드려 잘 설득해봐야 겠습니다. 우리는 가볍게 저녁 한 번 먹으면 되겠지요. 물론 둘째 아이가 어른이 되면 이런 아빠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런 나눔이 생명을 일구는 밑거름이 되고, 이 아이가 살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란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조용하고, 차분한 사랑이 세상을 살만하게 만듭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돌잔치, #기부, #백일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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