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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일 경기도 김포시청 앞에서 "여러분이 투표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달라" 며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일 경기도 김포시청 앞에서 "여러분이 투표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달라" 며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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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유시민 패배 원인 '유시민'에 있다'는 기사에 대한 반박이다. 그렇다. 유시민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졌다. 그 패배 원인을 지적하는 논란이 크고 민주당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야권단일 후보의 패배를 한 정당 지지자들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모두가 동등하게 부여받는 한 표의 권리는 자신의 의사에 따라 행사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민주당 책임론이 어불성설이라고 해서 선거패배의 책임을 '유시민'에 있다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것은 옳은가? 이는 유시민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주장이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그 존재를 드러낸 개혁국민정당(이하 '개혁당')의 창당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에게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 희망모델이었다. 또 개혁당이라는 신생정당의 소속 정치인이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것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줬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해서 유시민의 성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유시민은 2003년 국회에서 흰색 면바지 차림으로 의원선서에 나섰다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열린우리당 창당 멤버로 합류하는 과정에서는 개혁당의 해체를 선언하면서 개혁당의 평당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줬을 수도 있다. 이는 지금까지도 그가 비판받는 일이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그는 늘 논란의 인물이었다. '바른 말도 싸가지 없게 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그는 정치인들 내에서도 호불호가 분명히 갈렸다.

2006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의 반발도 컸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가 의정활동과 정당활동에서 보여준 정치력이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참여정부 후반기에는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진 대통령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했다.

하지만, 그가 아직도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가 보인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 등 많은 정치인들이 참여정부를 외면하던 시절에도 유시민은 참여정부 장관 출신답게 마지막까지 지지의사를 밝히면서 노사모에게는 의리주의자로 남게 된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 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의 유시민의 대구 출마를 기회주의적 처신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타당한가? 먼저 무소속 간판으로 출마했다는 사실이 왜 비판의 대상이 되는가? 결국 그가 국민참여당을 창당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되던 시절부터 특정 지역을 텃밭으로 가지는 당의 형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그가 대구에서 민주당의 간판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고양이나 대구나 패배가 예정된 상황에서 '의미있는 패배'를 위해 대구를 갔다는 점을 비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먼저 그가 개혁당 출신으로 고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례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18대 총선 고양에서 유시민이 당선되는 것이 개혁당 출신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보다 어려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더욱이 패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미있는 패배'를 준비하는 것이 비판받아야 하는 문제인지도 고민해볼 일이다. 

이처럼 유시민의 정치행보는 늘 실망과 희망이 교차하고 만나는 과정이었다. 이번 6·2지방선거 역시 야권단일화를 만들어내면서 야권 전체의 지지율의 끌어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을 수행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줬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또한 기존 정치인과는 달리 '유시민 펀드'라는 것을 만들어 지지자들의 참여를 통해 선거를 이끌어낸 것도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의 현실에서 이상을 말하면 안 되는 것인가?

야권 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전 경기도지사 후보. 사진은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시 문화의전당 야외음악당에서 선대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야권 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전 경기도지사 후보. 사진은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시 문화의전당 야외음악당에서 선대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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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선거에서 패한 주요한 원인으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인 호남 출신들의 지지를 모두 포용하지 못한 점을 지적받고 있다. 그 이유로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신랄한 비판 전력과 민주당과 이념 노선이 유사함에도 국민참여당을 창당한 문제를 논한다.

먼저 김대중 대통령 비판 문제를 살펴보자. 명심해야 하는 것은 그가 정치인이기 이전에 칼럼니스트였고 평론가였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주지하고 있듯이 한국의 지역주의가 고착화 된 것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사람은 3김으로 불리는 YS와 DJ, 그리고 JP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3김시대' 청산을 강하게 주장했던 것과 그를 유시민이 열렬히 지지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유시민이 왜 김대중 대통령을 비판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가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고 해서 비판하는 것에 조심할 필요가 있을까?

어느 대통령이나 어느 정치인이나 그 영향력에 관계없이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면 비판하는 것이 옳다. 물론, 그가 비판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독설과 같은 비판을 가한 점은 그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국민참여당의 창당문제를 살필 수 있다.

유시민이 느끼는 당면한 정치적 과제는 이념의 척도에 따른 정당간의 연합을 통한 정당 정립보다도 지역주의 청산이라고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늘 민주당에 부담을 느껴왔고 지역주의를 탈피한 전국정당의 창설이라는 목표아래 국민참여당을 창당한 것이다. 야당의 분열이라는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이는 경기지사 선거패배를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물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그의 정치적 이상이다.

더하여 이러한 비판들을 충분히 자각한 유시민이 선거 기간동안 보여준 행보를 볼 때 위와 같은 이유들로 선거 패배의 책임을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의 극적인 단일화 이후 김진표 후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선거 막판 사퇴한 심상정 후보에 대해 조심스레 전했던 감사의 표현도 그의 고민이 깊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거 기간 동안 야권 단일후보로서 야권 모두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내겠다는 의지도 수없이 보였다. 이런 상황에 과거 이유를 찾아 지금의 패배를 비판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팬심의 가치'도 '함께한 선거의 가치'도 패배 때문에 잊어버릴 수 없다

야권 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일 경기도 부천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자 운동원들이 후보이름을 외치며 연호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일 경기도 부천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자 운동원들이 후보이름을 외치며 연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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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결과론적이지만 전국적으로 여당 견제론에 힘이 실린 선거이기도 했다.  유시민은 야권의 단일후보였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인지도가 충분하다는 점 등 많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선거에서 졌다. 이러한 패배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고심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 그가 보였던 다소 편협했다고 볼 수 있는 정치행보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확장되어 적극 지지자들은 있지만,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문제로도 귀결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서 '팬심'의 가치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 노사모의 응원를 기초로 정치인 노무현(대통령 노무현과는 차이를 둔 언급이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처럼 유시민은 지지자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이번 패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유례가 없는 야권의 전국적 연합 노력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그 승패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 야권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패배의 책임을 어느 세력에 몰아가기보다는 '연합했었음'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가까이는 보궐선거, 머지않아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유시민이 고백하듯 선거의 패배가 스스로에게 있어 부끄럽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는 더 폭넓은 정치로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얻는 정치인 유시민이 되라고 응원하고 싶다.


태그:#유시민,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패배,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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