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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스폰서' 진상규명위원회 민간인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검사 스폰서' 진상규명위원회 민간인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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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성낙인 위원장)는 9일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비롯한 검사 10명에 대해 김준규 검찰총장에게 징계를 권고했다. 10명 외에 비리혐의가 확인된 35명에 대해서는 인사조치 및 엄중경고를 할 것을 김 총장에게 권고했다.

진상규명위는 '스폰서 검사' 사건을 폭로한 정아무개씨가 검사들에게 여러 차례 식사와 술 접대를 한 것, 한승철 전 감찰부장에게 100만 원을 제공한 것, 부산지검 모 부장검사에게 성접대를 한 사실 등은 인정했다. 그러나 진상규명위는 '모든 접대가 친분에 의한 것일 뿐 대가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사법조치 권고는 없었다. 성접대에 대한 것만 형사 조치 의사를 표현했을 뿐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계권고가 전부였다.

진상조사위의 이 같은 조사결과 발표에 "철저한 진상규명도, 처벌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친해서 접대한 것일 뿐 대가성은 없어"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순서가 되자, 검찰 측은 방송사 카메라 기자와 사진 기자들의 퇴장을 요구했다. 녹음도 하지 못하게 했다. 특히 조사결과 발표 때 불참했던 이성윤 조사팀장 등 검찰 측 진상조사단 2명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조사결과 발표 때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질의응답의 초점은 정씨 접대의 '대가성' 여부에 맞춰졌다. 조사단이 향응 접대를 '대가성 없음'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전 부산지검 부장검사 A씨의 사례다. A씨는 정씨로부터 부탁을 받고 정씨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지휘검사에게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하니 기록을 잘 살펴 달라'는 전화를 했다. 부탁 전화를 하기 넉 달 전인 2009년 3월 A씨와 정씨는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다. 정씨의 접대로 진행된 식사였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A씨에게 '검사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결정만을 내렸다.

한 기자는 "청탁 이전에 접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접대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잘 봐달라고 하면 알선 수뢰까지 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도 검사윤리강령 위반 정도로 의견을 낸 것은 징계 수위가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상조사위는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만나서 이야기한 내용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이라며 "정씨, A씨 모두 대가성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답했다. 이어 "접대를 받은 시점과 부탁 전화를 한 시점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대가성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친하면 뭐든지 되는 거냐"는 비아냥이 기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정씨 진술 오락가락해 일관성 떨어져"... 그러면 곽영욱은?

진상규명위는 한승철 전 감찰부장이 정씨로부터 100만 원을 받은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정씨가 50만 원의 휴가비를 한 전 감찰부장에게 제공했다고 진술한 부분은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상규명위는 "정씨가 휴가비를 건넨 장소에 대해 회식 후 배웅하면서 대로변에서 주었는지, 택시 안에서 주었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의 일관성과 명확성이 떨어진다"며 수수 혐의 불인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직접 주었다고 했다가, 의자에 놓고 갔다고 하는 등 진술을 계속 번복한 곽영욱 사건(한명숙 전 총리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로 기소됨)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와 이번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가 다르다"며 일침을 놓았다.

이에 진상규명위는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에서 어느 진술을 믿느냐는 것은 수사하는 사람들의 감"이라며 "수사하는 사람들이 믿는 대로 기소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은 (관례상) 선배 검사가 먼저 나가는 것을 보고 후배 검사가 (자리를) 떠나는데, 후배 검사가 보는 앞에서 (정씨가 한 전 감찰부장에게) 돈을 줬겠느냐는 점도 고려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검찰의 '감'에 의해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서 곽씨의 진술은 결정적 근거가 되었고, 한 전 감찰부장의 금품수수 혐의 조사에서 정씨의 진술은 부정확한 근거가 된 셈이다.

'검사 스폰서' 진상규명위원회 민간인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사진·동영상 취재 금지, 녹음 금지된 상태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측 조사위원들은 촬영을 거부해서 빈 의자만 준비되어 있다.
 '검사 스폰서' 진상규명위원회 민간인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한 뒤 사진·동영상 취재 금지, 녹음 금지된 상태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측 조사위원들은 촬영을 거부해서 빈 의자만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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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위 "우린 최선을 다했다"

진상규명위가 두루뭉술한 답변만을 내놓자 한 기자는 "대가성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해소된 게 없고, 금품수수 혐의도 단지 '안 했다', '안 받았다'는 당사자들의 진술만을 토대로 조사가 진행된 것 같다"며 "그런데도 조사 결과로 모든 의혹이 해소되었다고 평가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성낙인 진상규명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성 위원장은 "조사에 완결성이 부족한 부분은 정씨의 대질심문 거부로 당사자 사이의 대질심문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라며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진상규명위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질의응답이 끝나자 성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너무 야단치지 마쇼, 내가 무슨 죄요"라며 자리를 떴다.

"최선을 다했다"지만 시원하게 해소된 것은 없는 상황에 대해 "진상규명위의 권한과 역할을 볼 때,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조사결과 발표 직후 성명서를 내 "진상규명위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처벌에 실패했다"며 "스폰서 검사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처벌은 특별검사가 수사해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들의 스폰서 문제는 단순 진상 규명 차원이 아니라 불법행위자로서 수사를 통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진상규명위원회와 기자들의 일문일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징계권고 대상자가 10명인데 징계도 여러 종류가 있다. 부산지검 부장검사 성 접대가 확인되었으면 기소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같은데 그 여부에 대한 판단은 왜 안 했나.
"국가공무원법상 중징계, 경징계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법률에 규정된 원칙에 따라서 일단 징계 논의만 하고 나중에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 올릴 때는 검찰총장이 징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성매매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에 대해서는 형사 조치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했다. 이제 대검에서 이 의견을 받아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사법처리 부분은 빼고 징계 대상자로만 분류했다. 왜 사법처리는 뺐는지 이유를 설명해달라.
"직무유기죄(사법처리)가 성립하려면 직무유기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한 의사를 말하는데 박기준 검사장은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정모씨가 보낸 서신에 대해서도 진정서를 정식으로 접수해서 수사하도록 했다."

- 한 전 감찰부장이 100만 원을 받은 사실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어떻게 되는가.
"형사처벌 여부는 대가성이 있느냐는 부분인데, 우선 당사자들이 전부 대가성은 없다고 진술했다. 또 100만 원 받을 당시에 정씨와 관련된 사건이 없어서 대가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 한 전 감찰부장에게 정씨가 50만 원을 줬다고 했는데도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며 수수혐의를 불인정했다. 직접 주었다고 했다가, 의자에 놓고 갔다고 하는 등 진술을 계속 번복한 곽영욱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와 이번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가 다르지 않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한 점에서 어느 진술을 믿느냐는 수사하는 사람들의 감이다. 수사하는 사람들이 믿는 대로 기소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선배와 후배가 있으면 선배가 가는 걸 보고 후배가 떠나는데 후배가 보는 앞에서 돈을 줬겠느냐는 점도 고려했다."

'검사 스폰서' 진상규명위원회 민간인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민간위원들이 발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검사 스폰서' 진상규명위원회 민간인 위원장인 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가운데 민간위원들이 발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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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검 부장검사 A씨의 경우 청탁 이전에 정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 하더라도 접대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잘 봐달라고 하면 알선 수뢰까지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검사윤리강령 위반 정도로 의견을 낸 것은 징계 수위가 너무 약하지 않나.
"친분 있는 사람끼리 만나서 이야기한 내용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이다. 정씨, A씨 모두 대가성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접대를 받은 시점과 부탁 전화를 한 시점이 상당히 떨어져 있어서 대가성을 인정하지 못한다."

- 검찰 일각에서는 <PD수첩> 검찰과 스폰서 편에서 술집 종원들의 진술이 짜깁기되었다는 의견이 있던데 진상규명위에서는 조사 안 했나.
"여종업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기가 진술한 것과는 다르게 방송되었다는 여직원들이 있었다. 짜깁기 부분은 원본이 있어야 최종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원본 확보를 못 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여 그런 의혹이 있다 정도로 멘트했는데 이것이 보도될 때는 단정적으로 짜깁기했다고 기자들이 쓴 거다. 확실하게 짜깁기라고 이야기한 바 없다."

- 박기준 부산지검장이 정씨 수사를 담당하는 차장검사에게 수사템포를 늦춰달라고 요구 했는데 직권남용 아닌가.
"차장검사가 그 이야기를 듣고 템포를 늦춘 흔적이 없다. 박 지검장도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정황을 고려해서 검사장과 차장 사이에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사장과 차장검사가 앉아서 사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빨리 할 수도 있고 늦게 할 수도 있고. 그런 정도로 직권남용이 성립되지는 않는다."

- 스폰서 검사 명단을 보면 검사장 직급 이상이 되는 분들도 있던데 그 사람들도 조사했나.
"정씨가 그분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 조사하려고 했는데 정씨가 진술을 거부해 하지 못했다."

- 대검 감찰부장에 외부인사를 임명하겠다고 해놓고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이번에 또 대안으로 거론했는데 실효성 있나.
"굉장히 뼈아프게 생각한다. 외부 공모한다고 방침을 정하고 시행하지 않았다. 이번에 사건이 터지고 보니까 실제로 시행하지 않은 것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강력하게 실시할 예정이다."

-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 발표로 모든 의혹이 해소되었다고 평가하나.
"조사에 완결성이 부족한 부분은 정씨의 대질심문 거부로 당사자 사이의 대질심문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진상규명위원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다." 


태그:#스폰서 검사, #PD수첩, #진상규명위원회, #검사 스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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