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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곽노현, 경기 김상곤, 강원 민병희, 전남 장만채, 광주 장휘국, 전북 김승환 등 진보 교육감이 대거 탄생했다.

 

김상곤 당선자는 개표 초반 일찌감치 선두를 달리며 김 후보 뒤를 쫓던 정진곤 후보를 따돌렸고 이후 민병희, 장만채, 장휘국, 김승환 당선자가 그 뒤를 이었다. 마지막으로 개표가 거의 완료된 시점인 3일 오전에 곽노현 서울교육감 후보가 당선자 명단에 합류했다. 하지만 선전했던 인천의 이청연 후보는 보수성향 나근형 후보에 0.3%p 뒤지며 아쉽게 석패했다.

 

이번 16개 시도교육감 선거 결과는 '진보 교육 약진, 보수 교육 제동'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해방 이후 우리 교육사에서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는 교육감은 김상곤 현 경기교육감 단 한 명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 시도교육감 또는 권한대행들은 대부분 보수인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6·2지방선거에서 진보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16개 시도 중 최소 6곳에서 교육감으로 당선했다. 애초 '3곳만 진보가 당선해도 성공'이라고 판단했던 진보 교육계로서는 '대승'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인천에서 0.3%p의 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부산과 경남·울산·충북·제주 등에서도 진보계열 후보가 선전하며 2~3위를 기록했다. 단순 수치만 비교하면 보수 후보가 더 많아 보수계가 승리한 것 같아 보이지만 당선된 보수 후보들은 대부분 현 교육감이거나 진보 단일 후보가 없는 지역이다. 강원과 전북, 광주 등에서는 현직 교육감이 무명에 가까운 진보단일 후보에 패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교육감뿐 아니라 시도 교육의원에 출마한 후보들도 상당수가 당선되거나 아깝게 낙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의원은 교육감보다 더 관심을 받지 못하여 거의 후보의 얼굴도, 공약도 모르고 투표를 하여 1번과 2번이 거의 당선된 가운데서도 진보진영에선 서울의 김형태, 최홍이, 최보선을 비롯하여 경기도의 이재삼, 최철환, 최창의 등이 모두 당선했다. 또 충남과 울산에서도 2명이 모두 당선했다. 부산·제주·울산·경남·광주 등에서도 출마한 진보 후보들이 당선했다.

 

진보 교육감과 교육의원들의 선전,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고 이번 결과가 교육계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분석했다.

 

[원인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치권에서 늘 원칙처럼 회자되는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진보는 단결로 흥했고, 보수는 분열과 부패로 망했다"라는 새로운 원칙이 만들어진 것 같다. 보수는 단일화도 못했고, 공정택 등의 교육비리로 부패세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진보 계열 후보들이 대부분 평교사 또는 평교수 출신으로, 김상곤 현 경기교육감을 제외하면 대중적인 인지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당선'이라는 결과를 낸 것은 단일화의 위력을 빼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16개 시도교육감 중에서 서울·경기·광주·전남 등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보계열은 단일화하여 후보를 내세웠다. 그러나 보수 계열은 16개 시도에서 한 곳도 온전한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서 '바른교육국민연합'이라는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들이 불참 또는 탈퇴를 선언하거나 결과에 불복하여 출마를 강행하는 등 실질적인 단일화에 실패했다. 그 결과 진보 성향의 유권자들의 표는 결집했고,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은 분열해 이것이 진보 계열 후보들의 대거 당선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원인②] 전교조 탄압에 대한 반감과 동정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된 또 다른 원인은 보수 성향 후보와 한나라당의 반 전교조 득표 전략이 역효과를 가져왔거나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전교조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고 선거법을 어기면서까지 보수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조전혁 한나라당의 의원 등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했고,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정치활동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183명에 이르는 교사들을 한꺼번에 파면·해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6월 1일자로 직위해제를 하여 학교에서 쫓아낸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가 반발이 거세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교과부는 또 파면·해임 교사들을 전교조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전교조 설립 자체를 반려하고 단체를 불법화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이런 한나라당과 현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초강경 조처가 국민들에게 동정표를 유발한 측면이 있다. 정치 활동을 이유로 한 전교조 교사들의 파면·해임에 대한 '리서치플러스'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절반(49.4%)이 반대했고, 동의는 35.9%에 그쳤다. 세계교원노조연맹(EI)과 UN 인권특별보고관, 엠네스티 등 국제 사회의 비판 역시 정부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에 대해 '해도해도 너무 한다'며 동정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원인③] "밥 먹는 것도 차별 하냐?"... 전면무상급식 공약의 힘

 

천안함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이번 교육감 선거의 최대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이 임기 내내 무상급식을 화두로 한나라당 성향의 경기도청·도의회와 대립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된 것이다.

 

아이들 밥 먹는 것까지 차별해야 하느냐는 국민의 정서적 공감대가 생겨서일까, 교육감 선거뿐 아니라 시도지사와 교육의원,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서까지 무상급식 문제는 주요 공약이었고 논쟁 거리였다. 심지어는 한나라당 후보가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부자 급식,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주장이 국민들에게는 별로 공감대를 얻지 못했고 오히려 "밥 먹는 것도 이념 따지냐?"는 비난이 이번 선거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인④] "애들도 좀 쉬게 하자"... MB 경쟁교육에 반감

 

MB정부는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공립고, 마이스터교 등 학교다양화 정책을 추진해왔고, 더 나아가 보수교육감 후보들은 고교평준화 해제까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로 인하여 전국적으로 자율형사립고가 지정되고, 학교선택제가 확대되었다. 그리고 전국학력평가의 학교별 결과 공개를 앞두고 학교 간, 학생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MB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높게는 50%까지 나오고 그 중에서도 경제와 외교 등의 분야는 지지도가 높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지지도가 낮은 분야가 통일 분야와 함께 교육 정책 분야라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학생들끼리의 경쟁, 학교 간 경쟁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교육경쟁력을 높인다는 보수교육감 후보들의 경쟁 위주 정책에 대해 학부모들이 "애들도 숨 좀 쉬게 하자"며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력 향상을 위한 무한 경쟁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전국적인 공통 공약인, 혁신 학교로 대표되는 '보편적 창의성과 인성교육 강화'가 학부모들 마음을 훔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멈춤 또는 최소 서행" MB 강경 드라이브에 제동

 

보수 일색이던 시도교육감에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포진하게 됨으로써 MB의 경쟁 교육이 상당 부분 변경되거나 속도 조절을 하는 등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초중등교육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시도교육감들이 가지고 있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교육자치권과 법에 의한 권한을 내세우면 청와대와 교과부가 교육정책을 강제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전교조 교사 169명의 대량 파면·해임 방침부터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상곤 당선자를 비롯해 곽노현 서울교육감 당선자, 김승환 전북교육감 당선자 등이 모두 법원의 판결 없이 검찰 기소만으로 교사들을 파면·해임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 역시 한나라당 관련 교사들은 놔두고 전교조 교사만 처벌하는 것에 대해서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정권으로서는 부담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징계 권한을 교과부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도교육감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부와 교과부에겐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보수 교육감들이 공통으로 주장한 일제고사 유지 또는 확대 정책 역시 상당 부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일제고사 실시 권한이 교과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에 진보 시도교육감들이 이를 전면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시 횟수나 선택권 부여, 또는 교사의 징계 등에 있어서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지 않을 수 없다.

 

또 실제로 이를 집행하는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논란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하여 전국적인 일제고사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를 협의하는 시도교육감협의회의 회장이 서울교육감인데 그 회장이 대표적인 진보교육감이라서 정권에는 더욱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권에는 걸림돌, 진보교육계에는 교두보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 확대 등 학교 다양화 정책 역시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중앙정부에서는 교육에 대한 정책 방향만 결정할 수 있을 뿐 실제 자율형사립고를 선정하고, 특목고를 지정하는 권한은 시도교육감들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교육감 당선자들 대부분이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 확대에 부정적이고 전면 재검토를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확대하려고 하는 정부의 방침은 쉽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정권에는 상당한 걸림돌이 등장한 것이고, 진보교육계에는 최소한의 교두보가 마련된 것이다.

 

교육감 선거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무상급식 문제도 전면 실시는 아니더라도 상당 수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성향의 시도지사가 당선한 경우가 많고 지방의회 의원들 역시 상당수가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후보들이 당선해 경기도와 같이 이를 둘러싸고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의회가 대립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장 전교조와의 관계가 이후 중앙 정부와 시도교육감 사이에 가장 큰 대립 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일제고사와 자율형사립고 등도 당장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밖에도 학생인권조례와 0교시 등 학생의 인권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도 진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함으로써 MB 교육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최소 삐거덕거리는 수준이고, 최대 교육정책 방향을 변환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MB 정부와 그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교육감선거, #곽노현,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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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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