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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날인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가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날인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가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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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가 2일 전국 1만3000여개 투표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오후 1시 현재 전국 투표율은 34.1%를 기록하고 있다. 4년 전 지방선거 당시보다 높은 수치다. 이번 선거는 1인 8표를 행사하는 만큼 투개표 업무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 투개표 관리인원으로만 전국적으로 32만 500명이 동원됐다.

이날 오전에는 주로 노년층의 투표율이 높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투표소에 젊은 유권자의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은 휴일을 맞아 등산복을 차려입고서 투표장에 나타났다.

'1인 8표'도 문제지만, 경기도의 경우는 후보단일화를 하거나 사퇴한 후보가 많아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한 유권자는 투표소 앞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무소속인 손영태 안양시장 후보가 사퇴했다는 공고를 보면서 "누구에게 투표하지?"라고 머뭇거렸다. <오마이뉴스> 소속 기자들이 각자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투표를 하면서 현장 스케치를 보내왔다.

[경기-화성시] "왜 아직도 심상정 이름이 있어?"

경기도 화성시 화산동 제4투표소(안녕초등학교)에서는 2일 이른 아침부터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도지사 투표용지를 받은 장용성(36, 가명)씨가 투표소를 지키는 한 선관위 직원에게 따지듯 물었다.

"왜 사퇴한 심상정 후보 이름이 그대로 투표용지에 있습니까?"

선관위 직원은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이미 투표용지가 인쇄된 뒤 사퇴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씨는 "그렇다고 사퇴한 사람의 이름이 그대로 투표용지에 노출되면 무효표가 많이 나오지 않느냐"고 다시 따졌다.

선관위 직원은 "투표소 밖에 사퇴한 후보자들의 명단을 다 공개해 놨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장씨는 "이런 식으로 하면 여당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와 관련, 이날 오전 내내 <오마이뉴스>에도 항의성 제보 전화가 줄을 이었다. 수원시 장안구에서 투표를 한 김아무개씨는 "심상정 후보가 (유시민 후보와 단일화로) 사퇴를 했다는 공지문이 너무 작고,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붙어 있어서 유권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심 후보를 찍으면 무효표가 되는데, 선관위가 일부러 이를 조장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반면 여당 지지자로 보이는 한 40대 남성은 투표소 입구 쪽에 걸린 민주당 시의원 현수막을 문제 삼았다. 녹색의 현수막에는 '무상급식 실시'라는 글씨가 선명했다. 이에 여당 지지자라고 밝힌 40대 남성은 "투표소 바로 앞에 현수막을 걸어 놓으면 어떻게 하냐"며 "선거운동이 끝난 투표 당일에 선거운동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본 한 30대 여성은 "투표소 출입구나 담장에만 현수막을 걸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문제제기를 하려면 선거법을 먼저 따져보고 하라"고 핀잔을 줬다. 이 여성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 지지자라고 밝혔다. 경기도선관위측도 "투표소 영역에 해당하는 곳에만 홍보물을 부착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태도이다.

화산동 제4투표소는 안녕초등학교 2층에 마련됐다. 이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70~80대 노인은 투표에 불편을 겪었다. 선관위 남자 직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직접 등에 업고 올라와 한 표 행사를 돕기도 했다.

[서울-창동] "누구 찍으실지 결정하셨어요?"

서울시 도봉구 창3동은 전통적인 서민 거주 지역이다. 신화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 도착하니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중생들이 유권자들을 안내하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아무개(15)양은 "지하철 역에서 안내를 맡은 적은 있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떨린다"고 수줍게 웃었다. 직접 투표를 하고 싶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쉽지만 다음 대통령 선거에도 투표권이 없다"며 옆에 선 친구에게 "우리가 스무 살이 되면 무슨 선거가 있냐"고 물었다.

기표소는 학교 건물 1층에 통별로 두 군데로 나뉘어 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기다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산한 분위기. 한 투표 참관인에게 물어 보았더니 "오전 6시에 문이 열리자마자 투표하고 가신 분들이 꽤 된다"고 귀뜸 했다. 운전면허증과 선거인명부 등재번호를 제시하고 본인 확인을 받았다.

이번 지방 선거는 1인 8표제. 1차 투표에서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지역구 시·도의원과 시·군·구의원을, 2차 투표에서는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 비례대표 시·도의원과 시·군·구의원을 뽑는다. 한 번에 투표용지를 4장씩 받아 두 차례 투표해야 한다. 행여 헷갈릴세라 유심히 후보자를 확인하고 기표를 한 다음 투표함에 넣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8~9명이 기표소 앞에 줄을 서 있다. 그들 대부분이 중년 이상 연령층이었다. 그중에 낯익은 어르신이 보인다. 몇 년 전까지 동네에서 지물포와 복덕방을 운영하시던 최영길(79) 할아버지다.

"누구 찍으실지 결정하셨어요?"
"그럼, 진작에 정했지."

투표를 마친 최 할아버지는 의정부에 사는 딸네 집으로 나들이를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안타깝게도 기자가 투표를 마칠 때까지 투표소를 찾는 젊은 유권자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서울-응암동] "내가 찍어야 할 교육의원이 누구지?"

"교육의원 누군지 생각이 안 나는데? 어, 맞아 맞아."

서울 응암1동 제5투표소가 있는 은명초등학교 부설 유치원 밖에서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투표할 후보의 이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선거는 정당공천이 없고 그중에서도 교육의원의 경우는 언론의 조명도 적어서 후보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 사실 이번 선거 현장을 취재한 기자도 투표장에 도착하기 전에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교육의원 후보자들의 성향을 재확인하고 투표에 임해야 했다.

은명초등학교 정문에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건물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야 나타나는 다소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유권자들은 용케도 투표소를 잘 찾아왔다. 오전 10시 투표소 앞 투표인명부 등재 확인 절차를 기다리며 10여 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고, 노년·중년·청년층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반면 바로 옆 신진자동차고등학교에 있는 제6투표소 앞은 절반 이상이 노인층이었고 청년층 투표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투표소 입구를 5분간 관찰해본 결과 이런 현상은 일시적이었다. 노년층이 좀 더 많은 것으로 보이긴 했지만, 장년과 청년층 시민들도 꾸준히 투표장을 찾았다.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날인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가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날인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제4투표소에서 유권자가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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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자양동] "어 조금만 기다려, 투표소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첫 번째 기표소에 들어가 땅, 땅, 땅, 땅 4표를 찍은 후 투표함에 넣었다. 두 번째 기표소에 들어가 '비례대표는 어느 당을 찍지' 고민하고 있던 순간, 바로 옆 기표소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곧이어 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조금만 기다려. 투표소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전 9시경 서울 광진구 자양 4동 제1투표소는 투표를 하기 위한 유권자들로 붐볐다.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20여 명이 기표를 위해 줄을 섰고, 일부는 투표장 밖까지 늘어서기도 했다. 투표하러 온 사람들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아침 시간이라 주로 노년층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20~30대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투표사무원은 "오전 6시~8시 사이에 노인분들이 오고나면 아침 먹고 10시~11시가 피크라 보통 이 시간에는 한산한데, 사람들이 꾸준히 많이 오고 있다"면서 "3600명 가운데 이미 700명 정도가 투표를 하고 갔다"고 전했다. 그는 또 "오늘 날씨가 좋아서 놀러가기도 좋을 텐데, 이전 선거에 비해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다"면서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 투표소는 투표율이 오를 것 같다"는 것이다.

직장인 권순성(37)씨 역시 "예전에는 노인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 이어서 이번이 두 번째 투표라는 대학생 김강윤(24)씨도 그중 하나였다. 아직 잠이 덜 깬 얼굴의 김씨는 "시험공부하러 가야 한다"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기표소를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찍어야 할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같은 경우에는 당이 없어서 "아무나 찍었다"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두 자매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한아무개씨(27)는 "후보도 너무 많고 공약도 차별화가 안 됐다"면서 "이틀 동안 공약집을 들여다보면서 공부를 했는데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투표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구청장같은 경우에도 우리 동네를 위해 어떤 일을 해줄지 알고 싶은데 국가가 어떻고 하는 식으로 너무 넒은 범위의 이야기를 하니까 후보보다는 당을 보고 뽑을 수밖에 없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투표소를 찾은 이들 세 자매는 "이제 밥 먹고 한 숨 더 자야겠다"며 집으로 향했다.

[서울-돈암동] "10년 만에 투표하러 나왔습니다"

성북구 돈암 1동 투표소에서 마주친 최병완(55)씨는 등산복 차림이었다. 지방선거 날이자 휴일인 2일, 오전부터 채비하고 산에 가려던 참이었다. 10년 만에 투표를 한다는 최씨는 "현실이 불만족스러워서 투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정부는 경제 살린다면서 제대로 한 건 하나도 없고, 인권문제도 과거 회귀적으로 가는 등 문제가 많다"며 "한명숙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전 8시 30분경 집에서 막 나온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졸린 눈을 비비며 투표소에 들어선 40대 여성이 눈에 띄었다. 그는 옆에 있는 남편에게 "자는 사람 깨워서 투표하러 나오니까 만족해?"라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투표소 앞에는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예년보다 투표 인원은 많아 보였다. 최씨는 "이렇게 투표줄이 긴 건 처음 봤다. 투표율이 높아서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사람이 밀리자 주민등록증을 받아 신원을 확인하는 선거관리원의 손은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른 아침 투표장을 찾은 이들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품고 있었다. "한명숙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투표했다"는 조상제(43)씨는 "오세훈 후보는 서민층과는 좀 떨어져 있는 듯해서 별로고, 한 후보는 청렴하고 그동안 걸어온 길이 정직해서 좋아한다"며 지지를 표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투표장을 찾은 이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백발이 성성한 이아무개(69)씨는 "구의원, 시의원 등은 누가 누군지 몰라서 그냥 1번을 찍었다"며 "후보가 많아 정신이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시장 후보만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씨는 "시장후보? 오세훈, 한명숙 알지"라며 "시장 후보는 남자가 하는 게 낫다고 봐서 오세훈을 찍었다"고 말했다. 

[서울-방배동] "투표 참여 문자 메시지 보내야겠다"

2일 오전 9시 서초구 방배1동 제1투표소, 동사무소 맞은편 담벼락에는 6.2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기표소로 들어가기 전 담벼락 앞에 서서 유심히 후보들의 이력들을 살펴봤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시민들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모녀는 "선거공보물이 너무 어지럽게 돼 있었지만 처음 해보는 1인 8표제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딸은 "지난 대선 때도 투표했는데 전보단 투표율이 높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옆에 있던 어머니는 "그럼, 투표율은 높아야지"라며 맞장구쳤다.

자영업자인 서금혁(53)씨는 가게 문을 열기 위해 가족들보다 먼저 나와 투표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라고 밝힌 서씨는 "미리 후보를 정해서 왔기 때문에 1인 8표제가 그리 문제되진 않았다"며 "여당 후보가 무리 없이 당선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갈 계획이라던 이아무개(40)씨는 "지난번 대선 땐 투표하지 않은 딸도 함께 나와 투표를 했는데 정작 기표소에 와보니 아직 그리 열기가 있는 것 같진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씨는 "어제부터 주변에서 '투표하자'고 문자가 많이 오고 나도 대학 동기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몇 통 보냈다"며 "직장 동료들한테 한 통씩 더 보내야겠다"고 덧붙였다.

[경기-안양시] "20대가 안 보여요"

"20대는 거의 안 보여요."

오전 9시 30분께 연현중학교에 마련된 경기 안양시 만안구 석수2동 제8투표소에서 만난 고등학생 김민정(18)양의 말이다. 김양은 "오전 8시부터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투표하러 온 수백명 중에서 20대로 보이는 사람은 4명 뿐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오전 투표소에서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투표소를 찾은 젊은 부부나, 부부끼리 온 노년층의 모습만 눈에 많이 띄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10여 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유권자가 많이 몰렸지만, 대학생 등 20대로 보이는 이들을 찾기 힘들었다.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김동영(45)씨는 "주변에서 많이 투표를 안 하는 분위기다, 투표를 하라고 하면 욕먹는다"며 "나의 경우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에 대한 불만이 많기 때문에 (일부러) 투표를 하러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이날 투표는 '1인 8표제'의 복잡한 투표방식 탓에 혼란을 겪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교육감·교육의원 등을 뽑는 1차 투표를 한 후 투표장을 빠져나가려는 유권자가 많은 탓에, 투표사무원은 이들에게 4장의 투표용지를 내밀며 "한 번 더 투표를 하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태그:#6·2 투표참여, #6·2 지방선거, #투표독려, #후보단일화, #투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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