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월 2일 결전의 날. 경쟁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운명은 이날 결정된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수도권을 포함해 압승을 거둔다면 'MB교육'은 날개를 달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진보 후보가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등 전국에서 선전을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MB교육에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의 교육계 인사들은 작년 말부터 "서울·경기 포함해 전국 5개 시·도에서만 승리하면 MB교육을 아웃시킬 수 있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위해 진보진영은 서울·경기·인천·강원·충북 등 전국 12개 시·도에 교육감 단일후보를 내세웠다.

 

여기에 맞서 보수 진영도 '전교조 퇴출'을 기치로 후보단일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서울·경기는 물론이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후보단일화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선거 막판인 1일, 수도권에서 진보 후보(경기)가 앞서거나 보수 후보(서울·인천)를 맹추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당에서 이것(교육감 선거)을 개입하냐, 마냐 선관위에서 주시한다지만 당에서도 어느 후보가 우파의 대표인지 당원에게 개별적으로라도 알려야 한다"며 "전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당원에게 빨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핵심 인사의 이런 발언은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 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정 의원이 투표를 코앞에 두고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은 그만큼 여당이 다급한 상황에 몰렸다는 걸 반증한다.

 

물론 최근까지의 여론조사에서 경기도를 제외하고 서울과 인천에서는 보수 후보가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가면서 진보·보수 진영 모두 결집 양상을 보여 수도권에서 아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동안 김상곤 후보가 버티고 있는 경기도를 제외하고 서울·인천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던 보수가 다급해진 건 이 때문이다. 

 

[서울] 진보 곽노현 단일후보, 보수 이원희와 접전

 

선거운동 마감 2시간여를 앞둔 1일 밤 10시께. 기자에게 재밌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보수 김영숙 서울교육감 후보 선거운동원이 여러 명에게 동시에 보낸 것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서울교육감, 곽노현 후보 찍으실 분은 소신 지키시고, 다른 분 찍으려 하셨거나 (투표장에) 아니 가려 하셨던 분은 부디 마음 바꾸셔서 김영숙님 지지 바람."

 

진보 곽노현 후보는 소신대로 찍어도 좋지만, 같은 보수 진영의 다른 후보는 찍지 말라는 뜻이다. 김영숙 후보는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같은 보수 진영의 이원희 후보를 줄곧 비판해왔다. 서울에서의 단일화 실패는 보수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총 7명이 승부를 겨룬다. 진보 진영은 일찌감치 곽노현 단일후보를 내세웠다. 하지만 보수 진영은 이원희·김영숙 후보 등 6명이 난립했다. 진보 대 보수가 1대6 대결이니, 언뜻보면 진보가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곽노현 후보가 1위를 차지한 적은 많지 않았다. 다른 무엇보다 인지도가 문제였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과 EBS 강사를 지낸 이원희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꾸진히 1위에 올랐다.   

 

공중파 방송3사와 CBS, 한국방송협회가 코리아리서치센터(KRC) 등 3개 여론조사 전문기관과 함께 5월 24부터 26일까지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결과에서 이원희 후보는 20.5%, 곽노현 후보는 10.9%의 지지를 얻었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하지만 선거 막바지 진보 진영이 결집하면서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그동안 교육감선거에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이 투표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후보를 결정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선관위의 공보물 미발송 문제를 이슈화해 인지도를 높인 곽노현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곽노현 후보 측은 "그동안 인지도가 약해 고전했던 게 사실이지만 선거 막판 야당 지지자들이 결집했다"며 "실제 지지율 조사에서도 박빙의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결국 우리의 대역전극으로 마무리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원희 후보 측 역시 "곽 후보가 상승세를 탔고 지지율이 크게 오른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한 번도 지지율 1위를 빼앗기지 않은 만큼 박빙의 대결에서 결국 우리가 승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보수 모두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교육대통령이라 불리는 서울교육감의 주인공이 가려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경기] 부동의 1위 김상곤, 보수 후보에게 잡히나?

 

경기도의 경우도 문자메시지로 이야기를 풀어보자. 1일 오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 측에서 짧은 단문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경기도 박빙 선두."

 

그동안 다소 큰 격차로 지지율 부동의 1위를 달렸던 김상곤 후보가 박빙으로 쫓기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니 엄살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서울에서 보수 이원희 후보가 위기에 처했다면, 경기도에서는 반대로 진보 김상곤 후보가 위태로워졌다고 분석했다.  

 

이유는 서울과 같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투표를 앞두고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지지후보를 결정하기 시작했다"며 "진보·보수 모두 지지율이 상승하겠지만 보수의 결집이 좀 더 힘을 발휘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역시 지난달 27일 발표된 방송3사의 여론조사 결과 김상곤 후보는 지지율 17.5%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강원춘·정진곤 후보가 8.1%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선거 막판 김상곤 후보와 보수 후보의 격차는 많이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곤 후보 측은 "선거 막판 우리는 지지율 정체 현상을 보였지만, 보수 후보들이 많이 치고 올라왔다"며 "하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승세를 굳히겠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진보 이청연 후보 지지율 꾸준히 상승

 

반면 강원춘 후보 측은 "투표용지 맨 선두에 우리 후보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만큼, 보수 지지층의 표가 우리에게 쏠릴 것"이라고 역전을 다짐했다.

 

정진곤 후보 측 역시 "현 정부와 보조를 맞추며 정책을 펼 수 있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유권자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역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진보 진영은 인천에 출마한 이청연 진보 단일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꾸준히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막판 역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밖에 진보 진영은 전남에서는 안정적인 승리를, 강원·광주·부산에서는 초박빙 승리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이번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 깊은 내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의 MB'로 불린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구속과 보수 후보의 난립등 전반적으로 진보 진영에게 유리한 국면에서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되면 그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MB 교육'이 날개를 달지 아니면 급격히 추락할지, 개표가 마무리 되는 2일 밤 11시께면 모든 게 판가름 난다. 

 

  

 

 

 


태그:#김상곤, #곽노현, #이원희, #교육감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