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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가 국제무역항으로 지정됐다. 지난 5월 25일 국무회의가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연안이 아닌 내륙으로서는 최초로 국제항구가 되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대구는 항구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서울이 한 발 앞서 항구가 된 것이다.
 
강을 운하로 이용하기 위한 최초의 법률적 조치

 

여의도의 국제무역항 지정은 강을 운하로 이용하기 위한 최초의 법률적 조치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수도 서울에 운하로 연결된 항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는 지금까지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발언을 공식 철회하는 것이며, 국민의 저항에 상관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운하를 추진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사실 4대강에 16개의 보를 쌓고, 남산의 11배에 해당하는 5억6천만톤의 모래를 준설하는 사업은 강을 운하로 만드는 작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운하사업이 아니라고 발뺌했는데, 4대강 사업의 작업공정이 30%를 넘어서는 시점에 맞춰 2단계 운하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주장이다.

 

경인운하에 이어 서울 여의도까지를 운하로 조성하고, 4대강 사업으로 팔당댐 상류의 물길을 정비하면, 이제 한강에서는 여의도-팔당 구간만 남게 된다. 그런데 "끊어진 '물길'을 잇고 자연성을 회복"하겠다며 김문수 지사가 지난해 3월 발표한 '경기도 강변살자' 사업을 기억한다면(물길 잇기 분야 3조 8천억원), 운하 추진은 이미 전국에 걸쳐 추진 중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한반도운하를 되살리는데 오세훈 시장이 앞장선 것도 놀랍다. 그는 정부가 지난해 1월 경인운하추진을 발표하자, 이를 지원하겠다며 한강운하의 신속한 추진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강운하 계획이 수요, 경제성, 안전, 환경 등에서 수준 이하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후 침묵했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한강운하를 설명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

 

 실제로 한반도 운하 서울구간(한강운하) 계획은 매우 조잡한 구상에 불과하다. 몇 개의 보고서가 나왔지만, 사업 예산이 1,500억원에서 4,100억원까지 제 각각이고, 내용도 불분명해 신빙성이 없다. 처음 나온 <서해연결 한강주운 연구>에서는 운하 굴착에 720억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 했으나, 2009년 7월에 나온 <서해연결 주운 기본 설계>에서는 준설토를 판매해 123억을 벌어들이겠다고 했다. '13조의 운하 비용 중 골재판매로 8조를 충당할 수 있다'고 했던 대통령의 한반도 운하의 주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5,000톤급 선박의 운항을 위해 멀쩡한 양화대교를 뜯고 다시 세우는 계획도 들어 있다. 마포대교와 서강대교는 재건축하는 대신 교각 사이를 묘기하듯이 통과할 계획인데, 스스로 밝힌 충돌확률이 0.0001이다. 즉 10,000회를 통과할 때 1회 충돌 확률이라는 뜻인데, 5,000톤급 선박이 연간 16,000회 운항할 계획임을 감안하면 사고는 매년 발생할 것이다. 더구나 5천톤급 선박이 10노트(18.5km)의 속도로 다리에 충돌할 경우의 충돌에너지는 8,928ton‧m에 달해, 이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된다.

 

또 크루즈선박의 경쟁력을 위해 공익요원과 보건의를 투입하고, 면세유와 세금면제 특혜를 주겠다는 계획도 있다. 전철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인천까지, 배를 타면 3시간나 걸리는데, 그래도 하루 승객이 7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수요추정도 독특하다.

 

오세훈 시장이 수립... 한나라당 독식한 의회, 한 푼 감액 없이 의결 

 

이런 터무니없는 계획은 오세훈 시장에 의해 수립되었고, 그의 지시를 받은 부서에 의해 투융자심사를 통과했다. 그리고 100명 중 94명이 한나라당 소속인 서울시의원들에 의해 단 한 푼의 감액도 없이 의결되었다. 한나라당이 독식했던 지방권력이 최소한의 자정능력조차 발휘하지 못했으며, 대통령의 운하 염원에 부응한 결과다.

 

하지만 그렇게 작성된 계획은 시민들의 비판이 두려워 추진되지 못했으며,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뒤늦은 지금, 선거 막바지에 여의도 국제무역항을 지정한 것은 무엇인가. 이는 지방선거 결과를 자신한 정권이 최소한의 눈치조차 보지 않겠다는 것이고, 한반도 운하와 한강변 개발을 적극적으로 착수하겠다는 뜻이다. 한반도운하 계획을 서울에서부터 되살리겠다는 의미다. 

 

운하는 한국의 지형과 기후에 맞지 않는다. 홍수기를 제외하고는 물이 풍부하지 않은 한국의 강은 습지와 공원으로 활용되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운하를 만들려는 시도는 차곡차곡 추진되고, 어떠한 논의나 비판도 수용되지 않고 있다.

 

여의도 국제 무역항 지정에 의해, 한강(한반도운하 서울구간)이 경인운하, 4대강 사업에 이어 운하 논란의 중심으로 갑자기 부상하였다. 서울 한강마저 운하가 된다면, 한반도운하 계획은 팔당-서울 구간과 백두대간 관통 구간을 뚫기 위해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다. 4대강 사업이라며 추진됐던 구간들조차 더욱 노골적으로 개조될 것이다.

 

한반도 운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절대적인데도, 운하를 추진하겠다는 대통령과 오세훈시장의 호기가 대단하다. 강을 보전하자는 쪽은 더 물러날 곳이 없을 만큼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과연 서울시민들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운하공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행동할 것인가. 서울에서 강들의 미래가 갈릴 전망이다.


태그:#오세훈, #한강운하, #4대강, #이명박,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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