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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7시 30분, 서대문구 홍제천 흥남교 인근. '가수 정두언'이 무대에 올라 4집 타이틀 곡 '희망'을 목청껏 부르자 800여 관객들은 파란 풍선을 흔들며 열렬히 호응했다. 콘서트장 같은 이곳은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현장이다.

 

'초대손님'으로 탤런트 이덕화씨가 나타났다. 그는 "내 친구 정두언을 만나러 왔다"며 "오세훈 시장 등 훌륭한 파트너를 친구 정두언이 만나서 여러분을 섬기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서대문구 국회의원인 정두언 의원과 이덕화씨는 유세장에 오 후보가 도착하기 전 한껏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덕분인지 8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유세 현장을 지켜봤다.

 

시민들은 노래에 맞춰 한 손에 든 태극기나 파란색 풍선을 흔드는 등 유세 현장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정 의원은 "유세하러 왔는데 축제의 장 같다"며 "우리는 선거를 축제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비방·모함하지 않고 정책 대결을 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세현장을 지켜보던 진영숙(57)씨는 "똑똑하고 일 잘해서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다"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남편과 함께 홍제천변을 산책 중이던 임혜경(31)씨는 "좀 보수적인 편이라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은 다 오세훈 뽑으면 안 된다며 한명숙을지지하더라"라며 "어르신들이야 빨갱이 이야기 하면 싫어하지만 젊은 세대는 한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 많은 것 같다"고 주변 여론을 전했다.

 

콘서트 같던 유세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 날 유세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오 후보의 발언이 이어질 때에는 500여명 정도가 남았다. 시간이 늦은 탓인지, 가수 정두언의 무대보다 오 후보의 유세는 인기가 떨어져 보였다.

 

한편, 유세장 한 편에 군복을 입은 무리가 눈에 띄었다. 모자부터 군화까지 갖춰 입은 이들은 빨간 형광봉을 들고 사람들의 이동을 정리했다. 사진을 찍자 다가와 "우리는 그냥 자원 봉사하는 것"이라며 "정중하게 부탁할 테니 군복 입고 현장 정리한 것을 기사에 쓰지도 말고 사진도 올리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정중한 부탁에는 기자의 어깨를 미는 행동도 포함되어 있었다.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해 댄 이의 어깨에는 '특수환경구조대'라는 뱃지가 붙어있었다.

 

줄 서서 '오세훈 악수' 기다리는 4·50대 여성들

 

이보다 앞선 오후 4시, 동대문구 전농동 사거리 유세 현장에는 파란 옷을 입은 선거 운동원들 반, 지지자들 반이 뒤섞여 있었다.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들의 운동원들이 모조리 유세 현장에 집결한 탓이다.

 

이 날 유세에서 오 후보는 구청장·시의원·구의원 후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한 명이라도 빠지면 동대문이 손해다, 모두 당선시켜야 동대문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하는 모든 일들은 중앙정부와 협력이 되어야 하는데 한명숙 후보는 일일이 중앙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며 "어디가 예뻐서 한 후보에게 예산을 주겠는가,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 시민이 본다"며 지지를 요청했다. 그는 "전쟁과 평화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는 구식 정치인"이라고 한 후보를 비난했다.

 

30분 간의 짧은 유세를 마치고 돌아서는 오 후보를 향해 지지자들이 몰렸다. 한 두 방울 비가 떨어졌지만 지지자들은 자리를 지켰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일렬로 줄을 서서 자신들이 오 후보와 악수할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40~50대의 여성이 대부분인 이들은 "필승"을 외치면서 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 중에는 오 후보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오지 않자 "이 쪽으로 오지~"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

 

이 날 유세 자리에서는 미래정치경제연구원 등 46개 서울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지 선언을 발표 하기도 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인 같은 당 홍준표 의원도 함께하면서 지원했다.

 

"나는 오세훈 지지, 우리 딸은 '시장 바뀌었으면 좋겠다'더라"

 

오후 5시 40분, 오 후보는 강서구 방신시장을 방문했다. 그는 지나는 시민, 상인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지나갔다. 오 후보가 손을 건네자 끼고 있던 장갑을 서둘러 벗은 후 앞치마에 손을 닦고 나서야 손을 내민 이순옥(56)씨는 오 후보와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었다.

 

방신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씨는 "비리가 없고 잡음 없이 일을 잘 해서 오 후보를 지지한다"며 "전라도 사람들이나 손가락 두 개 들고 다니지 나머지는 다 오 후보를 좋아한다"고 이 지역 표심을 전했다. '손가락 두개'는 한명숙 후보의 기호 '2'를 뜻한다.

 

방신시장 초입에서 만난 권아무개씨(61)는 "나라가 시끄러운데 편안하게 해 줄 사람이라 오 후보를 지지한다"며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다르다, 우리 딸만해도 지금 시장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태그:#지방선거, #서울시장, #오세훈,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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