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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출입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도라산출입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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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보니까, 국방장관이 (개성공단의) 우리 직원들이 인질로 잡혔을 때를 (가정)해놓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메모가 쓰여 있던데... 목숨 내놓고 일하라는 것인지..."

개성공단에서 의류 임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28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는 "다음주부터 정부가 북한에 심리전 방송 등을 한다고 하는데, 공단에 있는 직원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좀 연기해줄 수 없는지를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남북 교역 중단 등 대북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개성공단 입주 업체뿐 아니라 북한과 위탁가공 교역을 해온 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불안감과 함께 반발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다음달 초부터 북한에 대해 심리전을 강행하고 북한이 개성공단 패쇄 조치 등으로 맞설 경우, 이들 관련 기업의 피해 뿐 아니라 직원들의 신변 안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남북경협 기업인들 사이에선 "정부의 대북제재로 죽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 기업인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북제재로 죽어나가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 기업인들"

28일 오후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10여 명이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을 방문했다. 이들이 직접 통일부를 찾은 이유는 개성공단 패쇄 등에 따른 기업 경영의 심각한 타격뿐 아니라 직원들의 안전 문제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이임동 사무국장은 통일부와의 협의를 마치고, "정부쪽에 남북교역 중단 등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될수 있도록 당부했다"면서 "남북경협 보험 한도액 증액 등을 요구하는 등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달 초로 예정돼 있는 정부의 대북 심리전 연기 요청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해, 심리전 연기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정부에 (체류 직원들에 대한) 신변안전 대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우리쪽의 대북 심리전이 본격화되면 북한에서도 추가로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금지하게 되면, 공단에 남아 있는 우리 기업인들은 그대로 억류되고 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공장은 일단 큰 무리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현지에 있는 직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직원 가족들로부터 '(개성공단에서) 빨리 데려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차단할 경우, 우리 쪽 노동자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전면 철수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유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에 있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보장"이라며 "모든 가능성과 상황들에 대비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평양에서 160km, 서울에서 60km, 북방한계선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1단계 입주를 마친 2009년 3월 현재 개성공단은 330만㎡로 104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북한 노동자는 3만 8851명에 달한다. 누적 생산총액은 약 5억 8000만달러, 누적 수출총액은 약 1억달러 규모이고 누적 투자액은 민간이 3700억원, 정부가 3600억원 규모다.
 개성공단은 평양에서 160km, 서울에서 60km, 북방한계선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1단계 입주를 마친 2009년 3월 현재 개성공단은 330만㎡로 104개 업체가 입주해 있고 북한 노동자는 3만 8851명에 달한다. 누적 생산총액은 약 5억 8000만달러, 누적 수출총액은 약 1억달러 규모이고 누적 투자액은 민간이 3700억원, 정부가 3600억원 규모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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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초 대북심리전 시작되면, 개성공단 인력 전면 철수 가능성도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기업인들과 가족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의류 가공업체의 직원 가족이라는 정아무개씨는 "국방장관이 개성공단에 직원들이 인질로 잡혔을 때를 대비하는 메모를 신문에서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면서 "개성공단에서 천안함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란 법이 있느냐"고 말했다.

정씨는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당장 저쪽에 가족을 둔 사람으로서 너무나 불안하다"면서 "회사쪽에 직원을 철수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통일부로부터 공단 체류 인원을 50%가량 줄이라는 통보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면서 "아마 다음달초 시작될 대북 심리전 이후 북한의 반응에 따라 공단 인원의 전면 철수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미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명의의 '중대통고문'을 통해 개성공단 육로 통행 차단 검토에 착수했으며,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개성공단 등 북한 내 남한 국민의 신변 안전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이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 조금의 위해라도 가한다면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대북심리전이 재개되기 때문에 개성공단에 있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에 위해를 가해도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향후 북한에서 개성공단 체류 직원을 '인질화'하는 것에 대비해, 구출작전을 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을 맞게 될 경우, 인질 구출 작전 과정에서 남북 간 교전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태그:#개성공단, #천안함 사건, #통일부, #대북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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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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