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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살아남은 유족들은 이승만 독재와 군사독재를 거치는 동안 제대로 인간으로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만행을 차마 입으로 다 말할 수 없는 혹독한 박해와 감시 하에서 슬픔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27일 오후 충북 보은군 보은읍 보은문화원 앞 배뜰 공원, 축문을 읽어 내려가는 보은보도연맹사건희생자유족회(아래 유족회) 박용현 회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한국전쟁 당시 충북 보은에서 보도연맹 사건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합동위령제가 60년 만에 열린 것. 이날 위령제는 유족회 회원과 기관·단체장 등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통제례, 종교의례, 추모사, 공연, 추모 시 낭독, 헌화와 분향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전쟁 중 보은 지역에서는 보은읍 길상·교사리, 내북면 서지리, 마로면 관기리, 탄부면 하장리 등 5곳에서 모두 120여 명의 보도연맹원들이 경찰과 군 정보부대에 의해 학살되었다.

 

박 회장의 아버지 고 박원근(당시 39세)씨도 1950년 7월 보은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다가 동네 청년들과 함께 보은면 길상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박씨는 1930년대 '삼인회'와 '신인구락부' 사건으로 일경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였다. 

 

박 회장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가족들이 견뎌야했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고 회상했다.

 

"어느 날 경찰이 집으로 찾아와 아무 죄 없는 어머니를 이유 없이 목총으로 마구 때리는  것을 보고 나중에 커서 저 원수를 꼭 갚겠다고 다짐하면서 한의 세월을 살아온 지난날이었습니다."

 

박 회장은 "60년 전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하게 숨진 희생자의 억울한 영혼이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사과와 함께 유해 발굴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3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민보도연맹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문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무고한 민간인을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겠다는 계획 하에 법적 절차 없이 집단적으로 사살하고, 그 후 지금까지 유족들을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오게 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가에 대해 보도연맹 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태그:#보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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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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