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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우리 국민 대다수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왜 전쟁불사론의 자세를 취하는가. 6월 2일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것 아닌가? 이것이 실용주의는 실용주의인데 아주 사특한 실용주의 같다."

 

천안함 사고조사 발표 이후 이명박 정부가 연일 대북 강경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적 원로 지식인 한완상(74) 대한적십자사 전 총재가 천안함 사태로 함몰된 지방선거 정국에 대해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놨다.

 

남북관계를 50년대 전쟁 직후 수준으로까지 후퇴시키면서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전 총재는 26일 서울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 대통령은 기독교 근본주의 신앙과 냉전 근본주의 신념을 함께 갖고 있는 분 같다"며 "근본주의자는 그것이 세속적이든 종교적이든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전쟁불사론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전 총재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은 없다"며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가 한반도 전쟁을 원하지 않고 우리 국민 모두가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제 식민지를 거쳐 분단을 겪고 비민주 악조건에서 이뤄낸 오늘날의 정치선진국, 경제중진국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된다"며 "이 대통령께서 전쟁불사론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6월 2일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치적 계산의 냄새"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0일 천안함 사고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한 점과 관련해서도 "오비이락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정치적 계산의 냄새가 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29 재보궐 선거에서 5:0으로 참패한 정부여당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번 선거에서 냉전보수 세력을 규합해야 했고 그 용도로 천안함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한 전 총재는 "사고 뒤 7주간 정부는 계속 뜸 들이는 척 했다"며 "이것은 7주 뒤에 있을 정부 발표의 사실성을 돋보이게 하려는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미 결론은 내려놓고 뜸을 들였다는 얘기다. 5·20 발표의 진실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계산된 퍼포먼스라는 것.

 

이 대통령의 전쟁기념관 담화 발표에 대해서는 "왜 군대도 가지 않은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대북 강경책을 담은 담화를 발표했을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래도 군에 가지 못했던 이 정부 핵심인사들의 심리적 부담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부시 미 전 대통령과 닮은꼴이 아니냐는 평가에도 동의했다. 한 전 총재는 "부시 미 전 대통령도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뒤 아직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승리선언을 하고 싶어서 백악관 뜰을 벗어나 미 항공모함에서 파일럿 옷을 입고 장군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제 사명은 완수됐다, 승리했다'고 선언했었다"며 "이 대통령이 전쟁기념관 복도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미 항공모함에서 나오는 부시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한 전 총재는 이번 선거를 바라보는 주요 관전 포인트로 종이신문 세대와 인터넷 세대를 비교했다. 그는 "이번 북풍의 효과가 '종이신문 영향 하에 있는 구세대'와 '인터넷언론을 보는 신세대'간 차이로 나타날 것"이라며 "연령과 지역별로 선택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한완상 전 총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방한했다. 천안함 사건이 최대 화두인 상황에서 이번 방한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나. MB정권의 대북강경책을 찬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정부가 왜 이 시점에서 한국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찬성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까, 몇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미국은 아프간 전쟁 때문에 타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동맹국으로서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같은 태도는 한국정부의 과잉 군사대응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비군사적 분야에서 응징할 수 있도록 외교적 차원에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것이다. 바로 유엔안보리 회부 같은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외교로 북한을 6자회담에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은 이번 사건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결국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줄 수밖에 없다. 그 입장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국이 한국의 대북 대응을 찬성하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leverage)을 손상시키지 않아야만 북한이 그 힘으로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게 된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한국과 중국을 모두 왔다갔다 한 것은 이런 다목적 계산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한국정부가 중국정부를 노엽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냉전시대에는 노엽게 할 수 있었지만 지금 그렇게 못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파트너다.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입 총량이 미국에 대한 수출입 총량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걸 미국이 안다.

 

무엇보다 우리는 역사적 사건에서도 배워야 한다. 1994년 봄 힐러리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 영변 핵시설을 정밀폭격하려고 했다. 그때 럭 주한 미 사령관은 영변 핵시설을 정밀폭격하면 북한이 전면전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군사대응으로 맞서게 되면 치러야 할 값이 군사비 120조 원, 경제비 1200조 원이 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GDP보다 높은 숫자였다. 전쟁 비용이 이렇게 크다고 하니까 클린턴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지 않았다. 당시 영부인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이 사실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외교적 차원의 대북 강경노선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계' 정책과도 맞아떨어진다. 미국 대통령의 '핵 없는 한반도'와 '핵 경쟁 없는 동북아'를 위해서 북한에게 이번 사건의 책임을 강력히 묻고 남쪽의 비군사적 대응만을 찬성한다고 봐야 한다.

 

한 가지 한국정부가 꼭 유념해야 할 점은 힐러리 장관이 북의 무력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하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남쪽에게도 무력대응은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전쟁 일어나지 않아... 냉전적 실용주의자 된 이 대통령"

 

-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불사론을 지피고 있다.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이번 일로 MB의 본색이 드러났다고 본다. 그간 국민들은 MB를 실용주의 정치인으로 봤다. 그런데 이번 일로 MB는 '냉전적 실용주의자'가 됐다. 그런데 냉전과 실용주의는 모순적이다. 왜냐하면 냉전적 사고는 실용주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 근본주의 신앙과 냉전 근본주의 신념을 함께 갖고 있는 분 같다. 근본주의자는 그것이 세속적이든 종교적이든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전쟁불사론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위험하다.

 

그러나 전쟁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94년 영변 정밀 폭격 시도 경험을 통해 전쟁비용이 굉장히 비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원치 않는다. 일본도 대북 강경책은 선호하나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엄청난 보트피플이 일본에 넘어온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반공적 강경론자들은 전쟁불사론을 찬성하지만 막상 전쟁이 난다면 반대할 거다. 이 일로 25일 주가가 떨어졌다. 외국투자자들이 떠났다. 환율은 이 순간에도 오르고 있다. 보수적 인사들도 경제적 충격에 놀라 전쟁을 찬성한다고 나올 수 없는 형편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제 식민지를 거쳐 분단을 겪고 비민주 악조건에서 이뤄낸 오늘날의 정치선진국, 경제중진국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된다. 국민 다수는 전쟁을 결단코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대통령께서는 전쟁불사론의 자세를 취하는가.

 

당연히 6월 2일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나 싶다. 결국 국내용이다. 이런 것은 실용주의는 실용주의인데 '사특한' 실용주의 같다."

   

- 남북관계가 20년 전으로 후퇴하는 분위기다.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고 보는가.

"남북관계 악화 측면에서 보자면 1950년대 전쟁 직후 수준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양측이 확성기 틀어놓고 서로 욕하고. 이렇게 되면 남북 양측 모두 강경세력이 득세한다. 냉전적 세력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 남북 각 체제 내에서 정치적 후퇴현상도 동반하게 된다.

 

소위 '적대적 상조관계'가 생긴다. 남쪽의 강경세력은 북쪽의 강경세력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초전박살내야 한다고 하고, 북쪽 강경세력 역시 남쪽 강경을 타도대상으로 본다. 이러면서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게 된다. 서로 싸울 것처럼 으르렁댈수록 냉전세력의 국내 권력기반은 확장된다. 그럼 결국 자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각기 그들 체제의 강대국들과 동맹관계를 강화한다. 그게 바로 한미일-북중러 삼각동맹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냉전벨트의 하나로 본다. 냉전시대 삼각동맹이 부활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렇지도 않다. 남쪽 삼각동맹의 중심은 미국이고, 북쪽 삼각동맹의 중심은 중국이다. 앞서 밝혔듯이 미국과 중국은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도 한반도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것은 일시적 위험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를 아주 슬프게 웃기는 일이 있는데 MB는 이같은 역사적 후퇴를 '선진화'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남북관계뿐 아니라 생명과 생태계 파괴, 교육계를 엄청난 경쟁마당으로 변화시키는 것, 공권력 강화 통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 모두를 선진화라 부른다. 민주주의세력을 과거 회귀세력이라고 부르는 것도 참으로 '슬프게 웃기는 일'이다."

 

-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0일 천안함 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는가.

"오비이락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정치적 계산의 냄새가 난다. 이미 국민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이 대충 북쪽을 가리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선거운동 공식적 개시일인 20일 이 사건의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치적 계산이 있어 보인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4월 29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5:0으로 참패했다.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현 정부여당은 어떻게 해서든지 냉전보수 세력을 규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주의-서민중심 행보를 보이게 되면서 극단적인 수구세력의 일부는 떨어져 나가지 않았나.

 

정부여당은 4·29 재보선의 참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뭔가 비상한 보수세력의 결집이 필요했다고 본다. 그 연장선에서 보자면 이 대통령이 대북강경정책을 선포하는 날짜를 24일로 정한 것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에 불어닥칠 노풍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 천안함 사고 발생 뒤 조사결과 발표까지 근 50일이 걸렸다.

"정부는 사고 뒤 7주간 계속 뜸 들이는 척했다. 북한이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증거는 없다, 북한이 안했을 수 있다 등등. 이것은 7주 뒤에 있을 정부 발표의 사실성을 돋보이게 하려는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 이미 결론은 내려놓고 뜸을 들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깨어있는 국민들은 그 정치적 의미를 이미 다 꿰뚫어 보고 있다고 본다. 5·20 발표의 진실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계산된 퍼포먼스 아닌가 생각된다."

 

부시 따라한 MB... 소송 남발하는 정부

 

 

-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을 떠나 전쟁기념관에서 대북강경정책 담화를 발표했다. 부시 미 대통령과 비슷해 보이는데.

"도대체 왜 군대도 가지 않은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대북 강경책을 담은 담화를 발표했을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신문 만화를 보니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표현이 있던데, 아무래도 군에 가지 못했던 이 정부 핵심인사들의 심리적 부담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다.

 

군에 오래 복무했던 명장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넓은 문민적 시야를 갖게 된다. 이순신 장군은 무인으로서 출중했지만 문인으로서도 출중했다. 미국의 명장이었던 아이크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 어떤 군 출신 대통령에 못지않은 혹은 더 무인다운 퍼포먼스를 했다.

 

부시 대통령도 군복무를 제대로 안했다. 그는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뒤 아직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승리선언을 하고 싶어서 백악관 뜰을 벗어나 미 항공모함에 파일럿 옷을 입고 장군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제 사명은 완수됐다,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이 전쟁기념관 복도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미 항공모함에서 나오는 부시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분의 공통점은 있다. 세상을 선과 악으로, 흑과 백으로 나눠보는 점은 아주 닮아 있다."

 

- 천안함 사고와 관련돼 의혹을 제기하면  '유언비어'라며 명예훼손소송을 걸고 있다.

"주권재민 의식이 뚜렷한 민주지도자는 국민으로부터 설혹 억울한 비판을 받더라도 그 비판을 소화해낼 관용정신과 열린 민주의식을 갖게 마련이다. 국민비판이 억울하다고 일일이 정부가 소송으로 대응한다면 그 정부는 국민과 싸우는 정부이지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

 

둘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발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국민이나 언론은 민주주의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다. <뉴욕타임스>가 9·11 이후, 부시의 이라크 침공 이유를 따지지 않고 정부 발표를 그대로 보도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난 뒤 공식 사과했다. 이게 민주주의다. 미국의 정치 코미디언들은 현직 대통령을 아주 가혹할 정도로 희화하고 빈정댄다. 그래도 정치 코미디언들이 미국 정부로부터 고소 당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 천안함 사고에 대한 군 당국의 태도를 보면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책망하는 듯한 태도다. 뭐가 문제라고 보는가. 

"만일 북이 어뢰를 쏴서 천안함이 침몰한 것이 맞다면 북한 잠수정의 신출귀몰함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한미군사훈련 중에 북한이 침투를 한 것이지 않나. 그런데도 그것을 발견하고 차단하고 격퇴하지 못했다면 우리 군의 실력을 어찌 봐야 할지.

 

MB정부는 보수정권을 자임했다. 보수정권은 안보을 중시한다. 그런데 이번에 막강한 미군과 함께 군사훈련 중에 사건이 벌어진 셈인데, 엄청난 안보허점을 보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마땅히 이들에게 안보책임을 물어야 한다. 엄중한 책벌을 받아야 할 인사들이 강경대응 목소리를 높이는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책임져야 할 공인들이 강경대응을 주문한다고 해서 그 책임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국민 앞에 겸손하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

 

만일 북이 강경군부의 지시로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면, 북도 남북관계 악화와 우리 해군 사상자에 대해 깊은 사죄를 해야 한다."

 

- 국방부는 왜 북한의 검열단 파견을 받지 않는다고 보나.

"김태영 국방장관은 강도가 현장 검증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최소한 강도가 우리집에 어떻게 들어왔고 무엇을 치고 어떻게 나갔는지에 대해서는 책임있게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철통 같이 경비하는 우리 체제 안에 강도가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46명의 군인을 죽이고 어떻게 달아났는지 밝혀냈다면 북한에서 그렇게 나오겠나."

 

지방선거는 종이신문과 인터넷, 구세대와 신세대 대결

 

- 천안함에 묻혀 정책선거가 완전히 실종됐다. 이번 선거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국민들이 후보의 정책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줄어든 것 같다. 작년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한 걸 보면 북풍에 휘말려 정서적으로 선거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문제는 이번 북풍의 효과가 '종이신문 영향 하에 있는 구세대'와 '인터넷언론을 보는 신세대'간 차이로 나타난다고 본다. 연령과 지역별로 선택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6·2 지방선거에서 과연 북풍을 이겨낼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는가, 우리 국민 가운데 '21세기적인 선택(탈냉전적 선택)'을 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하고 또 염려된다.

 

다만 경구로 남기고 싶은 것은 북풍에 의해 득세한 정치세력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20세기 중반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이 분단은 영원히 고착되지 않을 것이다. 남북대립도 영원한 것은 아니다. 북풍으로 권력을 잡은 정치세력은 민족간 비극적 대결을 볼모로 득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특히 역사적으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들은 미래의 정치세력이 될 수 없다."

 

- 교육감선거도 진행 중이다.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교육은 사람을 인간다운 존재로 가르치고 길러내는 아주 소중한 일이다. 보통교육 수준에서는 인간의 창조적 사고능력, 온정적 능력, 공익추구 세 가지가 중요하다. 인품과 인격을 지닌 존재를 가르치고 길러내야 한다. 교육을 경쟁마당으로 변질시키면 인간은 늑대가 된다. 인간에게 경쟁을 격화시키면 인간화 대신 동물화 된다.

 

지금 우리의 보통교육은 경쟁이 너무 격화되고 있다. 자율고로 경쟁이 더욱 부추겨지고 있다. 보통교육을 받는 젊은이의 인품이 동물적 수준으로 떨어지면 국격이 올라갈 수 없다. 인품 없는 사람들이 국가를 운영하면 국격이 떨어지게 돼 있다.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품과 인격을 높이는 교육이 돼야 한다. 누가 과연 인격교육과 인품, 창의교육을 강조하는지 귀를 기울여 듣고 좋은 교육감을 뽑아주기를 바란다."


태그:#한완상, #천안함, #힐러리 클린턴, #부시, #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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