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4일 오후 '전교조 전면 탄압 규탄 및 부당징계의결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4일 오후 '전교조 전면 탄압 규탄 및 부당징계의결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관련사진보기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를 받고 있는 183명의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파면·해임 방침이 발표된 가운데 이와는 별도로 서울교육청에서는 지난 교육감 선거 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13명(사립 포함 18명)에 대한 파면 해임을 위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전 교육감의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은 교장에 대해서는 확정 판결 후에 징계가 이루어졌으며, 징계 양정도 징계 중 최하 단계인 '견책'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M여중 교장 2009년 1월 불법선거 운동 혐의 기소

서울의 관악구에 소재한 M여중 최아무개 교장은 교육감 선거가 진행되던 2008년 6월 교장실에서 학년별 학부모회장들을 모아 놓고 "전교조 지지 후보가 교육의 수장이 되면 학교선택권이 없어지고 학생 학력평가와 수준별 교육도 할 수 없어 교육현장이 피폐해질 것이다. 공 후보가 학력평가와 수준별 교육을 하고 있으니 교육감이 되도록 지지해 달라"고 말하는 등 불법 선거 운동 혐의로 2009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현행 공무원 징계령 등 관련 법률에 의하면 교육기관의 장은 범죄 사실이 통보된 이후 60일 이내에 합리적인 사유가 없으면 징계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징계위원회가 소집되면 또한 60일 이내에 징계를 결정해야 한다. 이 논리에 따라서 교과부는 시국선언 교사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상곤 경기교육감을 직무유기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최 교장은 기소 후 재판이 이루어지기까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았다.

법원 불법선거운동 2009년 3월 22일 벌금 80만원 선고

공정택 전 교육감의 선거 운동 혐의로 기소된 최 교장은 3월에 벌금 80만 원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학부모들에게 공정택 후보자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하는 부정한 선거운동을 해 공정하게 치러져야 할 교육감 선거에 교장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고 하면서도 "초범인 피고인이 나름대로 반성하고 있고 정년을 불과 1년 남짓 남겨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벌금 80만 원을 내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등에 따르면 교사가 일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거나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으면 당연퇴직이다. 즉 유죄를 선고 받는 시점에 떠나야 한다.

유죄 확정 후 미적대다 최하 징계 '견책'하고 정년까지

이후 최 교장은 재판에서 계속 유무죄를 다투는 것이 승산도 없고, 교직을 유지할 수 있게 양정이 나왔기 때문에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않아 이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런데 지난 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서울교육청 교원 징계 현황에 최 교장은 징계를 받은 기록이 없었다. 최 교장은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후에도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은 채 계속 교장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2009년 이에 대해서 취재를 하던 시기(관련기사: '직무유기 처벌'이라면 교과부 장관부터 받아야)  최 교장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자꾸 물어보느냐? 징계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니 잘 모르겠다. 나는 정년이 얼마 안 남아 있는 상태라 그냥 조용히 퇴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기자가 다시 확인한 결과,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 형평성 시비가 일었고 그제서야 서울교육청은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그리고 최 교장은 경징계 중에서도 가장 낮은 '견책'을 받았다. 최 교장이 오랫동안 교직에 근무해 왔고 이전에 상을 받은 적이 있어서 감경을 했다는 것이다. 다음 해 이 교장은 법적으로 정해진 정년을 모두 채워 정년 퇴임을 했다.

형평성을 상실하고 선거를 의식한 편파 징계

이성희 현 서울교육감 권한대행
 이성희 현 서울교육감 권한대행
ⓒ 뉴시스

관련사진보기

지금 서울교육청이 주경복 선거 운동 혐의나 민주노동당 가입 혐의를 받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을 파면·해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최 교장의 견책과 비교했을 때 명백하게 형평성에 어긋난다.

우선, 징계 시점이 기소된 후가 아니라 확정 판결 이후라는 점이다. 공정택 전 교육감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직을 유지했고, 공정택 선거운동을 한 최 교장 역시 확정 판결 때까지 직을 유지했을 뿐 아니라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두 번째로, 징계 양정의 문제다. 현재 서울교육청은 재판을 받고 있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 전원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의결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대부분은 최 교장과 같은 벌금 80만 원 이하를 선고받았다. 그것도 범죄 사실의 특정이 없어 2심에서 무죄 또는 그 이하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되고 있다.

공정택 선거 운동을 한 교장은 벌금 80만 원을 확정 받고도 최하 징계인 '견책'을 받았는데 주경복 선거 운동 혐의를 받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은 벌금 80만 원 또는 그 이하가 예상됨에도 모두 파면 해임을 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만약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교장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평교사보다 교장이 훨씬 무거운 징계를 받아야 하는 것이 사회적 상식이다.

이 학교가 사립학교라는 것 역시 변명일 뿐이다. 서울교육청은 지금 진행 중인 13인의 교사들 외에 5명의 사립학교 교사들에게도 똑같이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리고 우리 법에 의하면 사립학교 교사와 국공립학교 교사의 징계 사유와 양정은 동일하다.

서울교육감 권한대행이자 현재 징계위원장인 이성희씨는 지난 3월 22일 징계위원회에서 스스로 2심 재판 이후까지 징계를 유보한다는 결정을 해놓고도 스스로 이 결정을 뒤집어 선거를 앞둔 '정략 징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공정택 선거운동 혐의로 벌금 80만 원이 확정된 교장에 대해서는 확정 판결 때까지 징계하지 않았고, 확정 판결 이후에도 마지 못해 경징계 중에서도 최하인 '견책'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이래 저래 서울교육청의 이번 징계 시도와 교육부의 정치활동 혐의 대량 징계 시도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태그:#서울교육청, #공정택, #형평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