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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원은 뇌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2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김아무개 서울시교육청 전 교육정책국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3월 김 전 정책국장에게 1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공 전 교육감은 현재 인사청탁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 그런 그가 법정에 나와 "100만 원은 뇌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이날 그는 "100만 원의 의미를 어떻게 봤느냐"는 김 전 정책국장 변호인의 질문에 "명절을 잘 쇠라는 뜻(선물)으로 알았다, 어떤 사람이 100만 원을 주며 잘 봐 달라고 하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공 전 교육감은 "뇌물의 하한선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액수의 돈을 받은 사실을 추궁하자,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발뺌했다.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내놓은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일하는 청소년은 21만3000명이고 이들 가운데 63.7%(12만3000명)가 법정 최저임금(2009년 기준 시간당 4000원)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현재 법정 최저임금은 시급 4110원, 월 85만 원(최저임금 계산법에 근거 : 4110원x209시간)인데 이는 OECD회원국 중 뒤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우리 청소년들이 한 달 꼬박 일해서 받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아무 주저함 없이 '용돈' 쯤으로 생각하는 보수 교육감의 의식 구조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공정택 당선에 기뻐하던 한나라당, 할 말 있을까

 

굳이 청소년과 최저임금을 거론할 것도 없이 학교에 만연한, 계속 늘어가고 있는 비정규직 교사인 시간강사를 생각해보자. 이들이 일주일에 18시간을, 한 달 동안 일한 뒤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돈은 100만 원 남짓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간강사들이 꼬박 한 달을 쉬지 않고 일해서 받을 수 있는 돈이 100만 원인데 교육수장이라는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명절 인사로 받는 돈이 100만 원이란다. 우리나라 보수층, 그것도 교육수장이었던 사람의 도덕 수준이 이 정도다.

 

교육감 선거에 정당이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2008년 7월 공정택 교육감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몽준 현 대표는 "서울교육감 선거가 잘 돼서 기쁜 마음이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했고, 공성진 최고위원은 "당선된 공정택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MB와 같은 교육철학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별도의 논평을 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공 후보가 당선된 일은 공정 경쟁을 부정하여 교육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사태에 대한 서울시민의 우려가 얼마나 컸던지 알려준다"면서 은근히 자신들의 학교다양화 정책과 괘를 같이 하는 공정택 교육감의 당선을 기뻐했다.

 

공정택 교육감은 당선된 뒤 곧바로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를 받았고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했다"고 하면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철학에 부응이라도 하듯 국제중과 자율형사립고 등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람들에게 '공정택은 한나라당 성향 교육감'으로 알려져 있었고 '교육계MB', '교육소통령'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그랬던 공정택 교육감이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직을 박탈당한 것은 물론 상당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6·2 교육감선거, 공정택 비리 영향 받을까

 

오는 6월 2일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는 진보성향의 곽노현 후보와 이원희, 김영숙 등 중도보수 계열로 대표되는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 매관매직 비리에 연루돼 함께 기소된 교육계 인사는 모두 55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대부분이 교장, 교감, 장학사, 장학관 등 교육계 고위 인사들이고 또 이 매관매직 사건의 주범 격으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장아무개 전 교장과 김아무개 전 교장 등이 한국교총 회원이었다는 사실이 교총 회장 출신 이원희 후보와 교장 출신 김영숙 등 중도보수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도보수성향 교육감후보들은 MB대통령, 현정부와의 연관성을 주요 홍보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원희, 김영숙 후보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중도보수후보들이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하늘색)을 사용하고 있다.

 

MB와의 인연도 주요 홍보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김영숙 후보는 "(MB)대통령의 꿈을 이룬 교장"이라는 문구를 선전현수막의 타이틀로 내걸었고, 이원희 후보는 홍보동영상 등에 MB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내보내며 "(MB)대통령도 인정한 교육 정책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중도보수 후보들과는 달리 민주진보계열 곽노현 후보는 "잊지말자 공정택 비리교육, 심판하자 MB특권교육"이라는 문구를 내걸어 공정택과 MB교육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계MB'로 불렸던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의 구속에 이은 재판과 "100만원은 뇌물로 보지도 않는다"는 발언이 이번 교육감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가치관을 가진 인사가 두 번이나 서울교육감을 지냈고, 그가 아직도 제대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태그:#공정택, #한나라당, #교육감 선거, #이원희,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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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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