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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사라지고 바람만 난무하는 선거판도

 

애초 MB심판, 4대강-무상급식-세종시 등의 쟁점으로 시작했던 6.2 지방선거가 '천안함 암초'를 만나 소위 북풍(北風) 대 노풍(盧風)의 바람선거로 치닿고 있다.

 

정부여당은 권력자원을 총동원하여 북풍몰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천안함 희생자들은 원인규명도 되기 전에 영웅으로 미화되었고 5월 20일 합동조사단의 발표, 24일 대통령 담화로 북풍몰이를 해왔다. 여기에 '여간첩사건' 같은 양념도 등장한다. 집권층은 천안함을 계기로 한 북풍이 허리케인처럼 반MB 쟁점과 바람을 쓸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어설프고 위험하다. 어설픈 것은 '파란색 유성매직으로 쓴 1번'을 결정적 증거로 내밀고 더 이상 다른 소리는 모두 유언비어라며 협박한 것이다. 사실 5월 20일 발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선거용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15일 쌍끌이어선이 어뢰잔해물을 인양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명박 대통령은 '운이 좋았다'고 좋아했을 것이다. 어쨌든 어설프다. 천안함 북풍이 가상현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위험한 것은 이렇게 선거용으로 써먹고 버릴 수 없을 만큼 현실은 냉혹하다는 것이다. 집권층은 선거용 북풍만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전상태라는 남북의 현실과 국제관계, 국내외 경제문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당장 북측은 검열단 파견을 주장했고 중국이 우호적일 리가 없다. 21일 경찰은 을호비상경계령을 발동했고 23일에는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 장갑차가 배치되었다. 24일치 중앙일보는 드디어 3일만 참으면 된다며 공공연하게 북침을 선동한다. 가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집권층이 노리는 바 선거용 가상북풍을 훨씬 뛰어넘는 엄혹한 현실이 있고 그것이 집권여당에 순풍으로 작용하기보다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훨씬 크고 선거와 관계없이 당장 경제적 영향이나 남북 및 국제관계에 미치는 후과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반감기에 접어든 북풍 : 줄어든 관심, 리스크만 조장

 

서울 한복판에 배치된 장갑차 사진은 외국투자자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 것인가. 연일 날선 공방을 주고받는 남북 간의 대결을 보고 국민들은 죽음을 불사한 애국적 전쟁의지를 다질까 아니면 북의 장사정포탄이 서울 하늘을 뒤덮고 미함대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평양을 쑥대밭을 만드는 전쟁의 참화에 불안해 할까.

 

선거용 가상북풍은 여기까지에 그쳐야 한다. 가상현실을 증강현실로 만들기에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너무나 참혹하다

 

24일 있은 천안함관련 대통령담화는 합조단 발표에 힘을 실어 북통 토네이도 효과를 노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몇가지 측면에서 그 효과는 반감되었다. 가장 쉽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시청율이다. 5.20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시청률 42.2%, 5.24 대통령 담화 시청률 19.3%. 절반에 못미치는 관심이다. 보수매체와 인사들이 전쟁불사를 얘기하던 주말과 주초에 환율은 2009년 9월 이후 최고라는 1,214원을 기록했고 북한관련주는 장중하한가를 기록했다.

 

담화 내용 역시 예상 대로이고 당초 예고되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거명하지도 않았다. 북풍은 이미 반감기에 접어든 것이다. 힐러리 미 국무장관의 방한이 남아있지만 이미 세력이 약해진 북풍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천만다행이기도 하다.

 

노풍(盧風)에의 지나친 의존, 집안단속 이상 어려워

 

노풍도 어떤 면에서는 가상현실이다. 친노인사들이 대거 출마했고 야권단일화도 대체로 친노진영으로 일색화되어 있다. 5월 23일 1주기 추모를 계기로 노풍은 절정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선거공학적으로 보면 노풍은 23일에 꼭짓점을 찍고 하강곡선 혹은 평탄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다. 이명막 대통령의 24일 담화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것이다. 노풍을 희석화시키고 북풍을 다시 불러일으키려는 계산은 당연히 했을 것이다. 그만큼 노풍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과 참여당을 포함한 친노진영은 노풍의 순작용과 역작용에 대해 면밀하게 타산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순작용은 이른바 집토끼의 단속과 집결이다. 2002년 12월 정몽준과 노무현이 결별한 결정적 계기가 바로 노무현의 명동연설이었다. 지금 한나라당 대표인 정몽준이 목놓아 북풍을 부르짖고 있으니 북풍과 노풍이 8년 만에 재대결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현실정치의 후보들이 노 전 대통령의 추모분위기에만 기대는 것은 집토끼는 단속할 수 있을지언정 부동표를 잡기에는 요원해 보인다는 것이다. 노풍은 바람몰이가 아니라 잔잔하게 유권자들 마음속을 보듬어주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

 

 

증강현실화하는 노풍(勞風) : '피의 일요일' 전교조 공무원노조 258명 파면예고

 

민주노총은 일찌감치 MB심판 계급투표를 선언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끝끝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국노총은 논외로 치더라도 민주노총 전체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선거운동과 투표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현실의 폭탄이 터졌다. 교과부와 행안부가 진보정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조합원 258명(전교조 169, 공무원노조 89)을 파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 조직의 1/3을 차지하는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는 이번 지방선거-교육감 선거에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다. '전교조 심판', '교사 10%퇴출'을 들고 나온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에 대하여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민주진영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워 선전하고 있다.

 

대량해직과 노조설립 취소 위기에 처한 전교조로서는 교육감-교육의원선거에 조직의 운명을 걸 수밖에 없고 전교조 위원장이 24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총력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공무원노조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당선이 유력한 몇몇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더불어 전교조-공무원노조 탄압 대응에 전 조직적 역량을 쏟고 있다.

 

6.2지방선거 교육감 선거결과에 따라 민주노총 조직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사력을 다해 저항할 수밖에 없다.

 

북풍과 노풍이 바람이라면 노풍(勞風)은 정책적 쟁점으로 형성되고 있다. 특히 관심밖으로 밀려난 교육감 선거의 핵심쟁점인 '무상급식'이 뜨겁게 되살아나고 있다. 민주노총은 공정택식 부패교육인가 김상곤식 무상급식인가를 부각시키고 있다.

 

결정적 변수 청년층 투표율

 

이번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청년층의 투표율이다. 물론 청년층의 지향을 일률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보수화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보수집권층에 대해서 당장 전선에 서야할지도 모르는 청년층이, 그리고 가장 높은 실업률과 88만원 세대로 표현되는 이시대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년층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대체로 예상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청년층을 투표장으로 불러올 수 있는 쟁점의 형성, 그리고 청년세대의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진영이 선거승리를 거머쥐게 될 것이다.

 

2008년 촛불의 주역이었던 '소울드레서','쌍코카페','82쿡'등 소위 인터넷3국이 활발하게 청년층의 투표참여 호소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강남촛불' 등 지역촛불단체들도 다양한 투표참여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2008년 촛불의 연장선에 있음은 물론이고 이명박대통령의 '반성'발언 등 반촛불적인 세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반감기에 접어든 북풍과 잔잔하게 유권자의 마음을 감싸안을 노풍(盧風), 현실의 쟁점인 노풍(勞風)과 참여율 자체가 판세를 가름할 청풍(靑風)이 어떤 역학적 작용을 할지가 이번 6.2 지자체-교육감선거의 핵심이다.

덧붙이는 글 | 민주노총 대변인

*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여기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모두 비유적으로 사용하였다.


태그:#민주노총, #6.2선거, #교육감, #전교조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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